은밀한 유통, 각종 범죄정보 공유 루트로 드러나

[월요신문 김지수 기자] 몇몇 아는 사람들만 접속할 수 있다는 인터넷 속 지하세계 딥웹(deep web). 일반 접근과 검색이 어렵다 보니 이곳에서는 마약과 불법 무기거래 정보, 아동 포르노 등 보통 인터넷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정보들이 유통되고 있다. 이런 정보들은 은밀히 유통돼 경찰 수사망에서도 벗어나 있다. IP주소를 수차례 우회하는 방식으로 접속하기 때문에 누가 어디서 어떻게 접근하는지 감춰져 추적이 힘들다.

딥웹은 구글, 네이버 등 일반 검색 사이트에는 노출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익스플로러, 크롬 등 일반 인터넷 브라우저로도 접속할 수 없다. 딥웹에 접근하려면 '토르' 등의 특수 브라우저를 사용해야 한다.

토르는 세계 곳곳에 위치한 다수의 중계서버로 운용된다. 때문에 접속자는 중계서버를 경유해 최종 목적지까지 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접속자의 IP 주소는 다중으로 우회되므로 사실상 누가 딥웹 사이트에 접속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주소 역시 숫자와 문자 코드를 조합해 만들어지며 .onion 이라는 URL을 사용한다.

당초 미국 해군 정보보안 프로젝트로 시작된 토르는 2002년 비영리 프로젝트로 분류된 이후 일반에 공개됐다. 그러나 익명성이 보장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마약 및 무기 거래, 아동 포르노 유통 등의 각종 사이버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이와 관련, 경찰청 사이버테러 담당자는 "외국에서는 딥웹을 통한 범죄가 많이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며 "복수의 해외 국제 수사 당국이 협력해 범죄를 수사한 사례가 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마약·무기거래에 이어 아동 포르노까지

기자가 직접 토르 웹사이트에 접속한 결과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각국 언어로 유통되는 불법 정보들 중 한글 사이트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상당수가 해당 커뮤니티에서 마약 거래와 대마초 재배 정보, 마약 후기 정보가 공유되고 있었으며 조회 수가 1만 건이 넘는 게시물도 있었다.

자유게시판에는 "'떨(대마초의 은어)'을 하면서 소고기를 먹으니 기분이 더욱 좋다", "하이 상태(마약에 취한 상태)에서 한 일을 기록해보면 재미있다"는 등 마약을 접한 사람들의 후기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밖에도 아동 포르노 영상·사진이 여과 없이 노출돼 있었으며 불법 무기 제작, 거래에 관한 정보도 유통되고 있었다.

몇 번의 클릭만으로 총과 실탄을 구매할 수 있는가 하면, 사제 총을 제작할 수 있는 설명서와 설계도도 올라와 있었다. 이렇게 딥웹에 불법 행위와 관련한 게시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지만 국내 경찰의 단속과 대비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드물다는게 이유다.

대부분 외국 IP 국제 수사 공조 필요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고위 관계자는 "딥웹 범죄는 따로 분류해서 파악하지 않을 정도로 드문 일"이라며 "지역에서 접수건 이 있을지도 모르나 관련 보고를 받아본 적이 없고 통계를 낼 정도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모 경찰서 사이버범죄수사팀장은 "수사가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수사관 대부분이 딥웹을 잘 알지도 못한다"며 기술과 인력상 한계를 토로했다.

그러나 딥웹 범죄 수사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IT 보안업체 전문가는 "유동 IP와 가상 서버를 쓰는 탓에 추적의 어려움이 있긴 하겠지만 아예 할 수 없는 정도는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딥웹에서 발생하는 범죄는 한 나라에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나타나므로 국제 수사 공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FBI와 유럽 형사 경찰기구 유로폴(Europol)은 토르 서버를 이용한 400여개의 웹 사이트를 폐쇄시키고 마약 밀거래 사이트 실크로드 운영자를 체포하기도 했다.

경찰 역시 "IP주소가 우회되다 보면 대부분 외국 IP로 세탁된다"며 "이런 수사는 국제적 공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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