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자본의 對한국 투자 규모 <자료출처=산업통상자원부>

[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중국 자본의 해외 진출 속도가 가파르다. 정보서비스업체인 톰슨로이터 자료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올해 1~3월 해외 인수·합병(M&A) 거래액은 1011억달러로 이는 전 세계 M&A 거래액(6820억달러)의 6분의 1에 해당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코트라가 발간한 ‘중국의 한국기업 인수합병’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자본의 한국 기업 지분 투자나 인수·합병 규모는 19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대비 119% 증가한 수준으로 사상 최고치다. 지난 10년간 발생한 중국의 한국 기업 M&A 64건 중 70%가 최근 2년 사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이는 지난해 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각종 규제가 풀리면서 중국의 직접투자 규모가 늘었기 때문이다.

투자 대상 업종도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중국 자본의 한국 투자는 제조업을 넘어 인터넷, 게임,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IT, 금융업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의 '중국 M&A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엔 제조업 분야의 M&A가 52%를 차지했으나 지난해에는 보험, 엔터테인먼트 등 서비스업이 73%를 차지했다. 이는 중국 경제의 패러다임이 소비 중심으로 변하면서 IT·미디어·금융·통신 등 신성장산업으로 투자 방향이 바뀐 때문으로 분석된다. 투자 대상의 다변화 외에 투 자방식도 인수·합병, 지분 참여, 합작회사 설립 등 다양해졌다.

중국 자본의 한국 투자 확대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교차한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국내 기업들에게 단비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자금난 해소 외에 기업가치 상승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자본 투자에 대한 주식시장의 반응은 대부분 긍정적이다. 중국 자본이 투자된 상장회사들의 주가는 대부분 크게 올랐다.

2012년 중국의 랑시그룹이 553억원을 투자해 인수한 아가방은 공시 3개월 만에 주가가 130% 상승했고, 디샹그룹이 인수한 패션전문기업 아비스타 역시 3개월 만에 주가가 135% 상승했다. 지난해 5월 로코조이에 우회상장된 이너스텍은 한달이 채 안돼 주가가 300% 급상승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과거 중국 자본이 국내 기업을 인수한 뒤 경영 개선은 하지 않고, 기술과 인력만 빼가는 먹튀’ 사례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초박막 액정표시장치(TFT-LCD) 제조업체 하이디스테크놀로지와, 쌍용자동차다.

2003년 중국 BOE그룹은 하이디스테크놀로지를 인수하면서 LCD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하BOE그룹은 투자를 멀리하고 특허기술을 빼돌리고 핵심 엔지니어를 빼갔다. 결국 경영 악화를 견디지 못한 하이디스는 피인수 4년 만인 2006년 부도 처리됐다. 이에 반해 BOE그룹은 빼돌린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3위 LCD 업체로 성장했다.

2004년 상하이자동차(SAIC)에 인수된 쌍용자동차도 유사한 전철을 밟았다. 상하이자동차는 인수 당시 임직원 전원 고용보장, 연구개발(R&D) 시설 장기 투자 등을 약속했다. 이후 쌍용차의 사세가 급격히 기울자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차가 보유한 핵심 기술을 빼돌린 뒤 2009년 한국에서 철수했다. 껍데기만 남은 쌍용자동차에게 불어 닥친 것은 가혹한 구조조정이었다. 2009년 이른바 ‘쌍용차 사태’로 쌍용자동차 직원 2천여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고 28명이 직접 혹은 간접적인 이유로 사망했다.

쌍용자동차 사태는 중국 자본의 ‘무조건적 수용’ 결과가 국가 경제에 얼마나 큰 리스크로 작용하는지 상징해주는 사건이다. 이에 대해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벤처나 중견기업이 중국에 팔려가면서 국내 산업의 허리가 사라지는 ‘산업공동화 현상’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 점에서 중국 자본의 시장 참여는 우리에게 기회이자 위협이다. 우리 기업 입장에서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중국기업과의 기술 제휴를 통해 중국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중국 자본에 대한 지나친 거부감은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쌍용차·하이디스 등은 개별 기업의 문제로 봐야지 국내 진출한 중국 자본 전체를 색안경 끼고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자본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되, 적대적 M&A로 기술과 고급 인력을 빼앗기는 사례가 없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은미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과의 M&A 때 실리 중심의 M&A 전략 수립이 중요하다. 지분을 통째로 매각하지 않고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그렇게 되면 경영권을 국내 기업이 소유해 중국 자본의 횡포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