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항공의 성장세가 계속되면서 소비자의 불만 또한 커지고 있다. 사진은 저가항공사 '진에어'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 A씨는 올해 초 저가항공을 통해 필리핀 휴양지 항공편을 예약했다. 이후 A씨는 항공편에 맞춰 호텔 및 여행 일정 준비를 모두 맞췄다. 그러나 여행을 한 달 앞두고 A씨의 모든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저가 항공사 측이 ‘왕복 운항 일정이 바뀌었다. 출발은 4시간, 귀국편은 9시간 늦춰졌다’고 통보해온 때문. A씨는 피해 보상을 받기 위해 항공사 측에 연락을 취했지만 며칠째 통화조차 되지 않았다.

# B씨는 저가항공사의 특가 항공권을 예매했다가 낭패를 봤다. 구매 후 확인해보니 영문 스펠링이 오타가 나 변경하려고 했으나 항공사 측에서 변경 시 항공권을 취소해야 한다고 말한 때문. 항공권을 취소하면 수수료가 발생해 운임도 달라진다. B씨는 이를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어쩔 수 없이 당초 항공료보다 많은 금액을 지불하고 변경했다.

‘저가항공’의 등장으로 소비자들의 편익이 커진 만큼 불만도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적 저가항공 5개사를 이용해 국내선 및 국제선에 탑승한 승객 수는 703만3826명이다. 전년 동기 이용객 수인 531만7948명과 비교하면 32.2% 증가했다.

저가항공의 약진은 국제선에서 두드러졌다. 저가항공 5개사의 국제선 탑승객은 319만280명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55.3% 늘어났다. 이는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여객 증가율인 8.5%를 크게 앞지른 수치다.

항공사별로는 지난해 국제선 노선을 13개에서 24개로 늘린 ‘진에어’가 전년 대비 85.1% 증가한 92만5352명의 승객을 수송했다. 진에어 다음으로는 ‘제주항공’이 92만51명, ‘에어부산’ 50만8673명, ‘이스타항공’ 45만4872명, ‘티웨이항공’ 38만1332명 순이었다.

저가항공사는 국내선에서도 56.7%의 분담률을 기록하며 과반 이상을 지켰다. 전년 동기 대비 탑승객 증가율도 17.7%를 기록해 전체 국내선 여객 증가율인 10.4%를 뛰어넘었다. 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탑승객 증가율은 2%에 그쳤다.

저가항공사의 성장세는 ‘특가항공권’의 영향이 크다. 제주항공, 에어부산, 티웨이 항공 등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초특가 프로모션을 상시 진행하고 있다. 반응도 뜨겁다. 지난 1월 제주항공이 실시한 ‘김포-제주 7000원’ 프로모션의 경우, 행사 시작 1시간 전부터 21만 여명이 몰려 서버가 다운됐다.

소비자 불만 사례 또한 증가하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가 지난해 전국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항공서비스 관련 소비자상담사례 3600건을 분석한 결과, 국내·해외를 막론하고 저가항공사들에 대한 상담 건수가 많았다. 제주항공’이 901건으로 전체 조사대상 상담건의 25.0%를 차지했고, 해외 저가 항공사는 ‘에어아시아’의 상담건수가 600건(16.7%)으로 가장 많았다.

탑승객 10만명당 소비자상담 건수를 살펴보았을 때도 ‘제주항공’의 상담건수가 12.7건으로 타 항공사에 비해 3배~5배 많았다. ‘이스타항공’은 4.3건, ‘진에어’ 4.2건, ‘티웨이항공’ 3.7건, ‘에어부산’ 3.5건이었으며 ‘아시아나’와 ‘대한항공’ 각각 2.3건으로 가장 적었다.

상담 사유로는 '계약해지 및 위약금'이 1525건(42.4%)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운항'과 관련된 상담이 970건(26.9%), '수하물' 관련 상담이 350건(9.7%) 순으로 나타났다. 항공권 구매 후 영문서명 변경, 결제방법, 여행일정 변경 관련 소비자 상담도 141건(3.9%)에 달했다.

최근에는 저가항공사에서 특가항공권 판매가 늘어나면서 ‘계약해지와 위약금’ 관련 소비자 상담이 증가했다. ‘얼리버드’, ‘땡처리’ 등으로 저렴하게 판매되는 특가항공권의 경우는 교환이나 환불이 안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저가항공사의 경우 소비자 피해구제를 위한 서비스에 큰 문제점을 드러냈다. 소비자상담을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서만 접수받는 경우가 많고, 항공권 예약과 관련된 문의가 아닌 일반 전화 문의는 연결 자체가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계 저비용 항공사는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 이를 처리할 국내 지사가 없어 속수무책 당하는 실정이다. 국내 지사가 있어도 본사 핑계를 대며 지연 처리를 하는 사례도 많았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지난해 1월 '항공교통이용자 권익보호방안'을 발표했으나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국토부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 것은 운항 스케줄 변경에 따른 문자 메시지 발송 외에 효과 있는 대책이 없다.

저가항공 이용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소비자 스스로 주의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국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특가 항공권 등 프로모션 항공운임은 수하물, 좌석별, 음식 등 별도 추가요금이 있다. 또 항공권 취소 시 수수료가 과다하게 부과될 수 있고 운항 일정의 변경도 있을 수 있으므로 구매 전 약관을 꼼꼼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피해 발생 시 항공사에 신속히 통보하는 게 우선이다. 항공사가 보상을 거부하거나 미진할 경우 ‘1372 소비자상담센터’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1372 소비자상담센터는 소비자원, 소비자단체, 지방자치단체가 합동 운영하는 곳으로 재판의 기능을 대신한다. 여기에서도 안 되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배상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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