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노림수

각각을 놓고 봐도,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지구촌 상위 20위 국가의 정상들이 서울에 모인다. 하지만, 정작 의장국으로 이들을 맞이한 국내에서는 지금 바로 이 ‘G20 서울정상회의’를 사이 둔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국민들이 힘을 모아, 세계 정상을 극진히 대접하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한’ 당부에도 불구하고 일부의 시각이 곱지 않기 때문이다.
논란이 달아오르긴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이들 20인의 정상이 무역과 경제, 군사력을 합쳐 세계를 주무르는 큰손들이라는 점에서 정부는 물론이고 한나라당과 소속 자치단체장들까지 나서 손님맞이에 발 벗고 나섰다.
하지만 이들과 줄곧 대립각을 세워온 야권 등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세계의 경제 위기와 아울러, 국내의 경기 회복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야권 의원들은, G20 회의가 미국을 위시한 서구 선진국 주도로 이뤄진 만큼 자칫 무역 수지에서 흑자를 보여온 아시아 동북아 3국 등엔 역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더해 정작 ‘꽉 막힌’ 서민경제의 불안이 해소될 것이냐도 주요한 논쟁거리로 등장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G20을 바라보는 일각의 시각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정상회의를 정국 반전의 승부수로 여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사정이 좋다면, 정국 운용의 탄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사정(司正) 한파 등이 겹쳐 극도로 어수선한 마당에서 자칫 정상회의가 정치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 G20의 의미와 향후 여파를 전망해 본다.
 
“G20정상회의는 세계가 선진국과 신흥국의 국제공조를 통해 전 지구적 문제를 평화적이고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다.
 
‘국력, 당력 총동원’ 특명
또 이 대통령은 “이번 서울 회의가 ‘위기를 넘어 다함께 성장’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한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 열리는 회의보다도 정상들이 더 편안함을 느끼는 회의가 되도록 하자.”고도 말했다.
이외에도 이 대통령은 정상회의에 앞서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회의의 의미를 설명하며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G20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긴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은 최근, 이례적으로 최고중진회의에 소속 자치단체장까지 참석시키며 분위기를 달궜다. 이 자리에는 회의에 실무책임을 지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참여했다.
특히 오 시장은 이 날, G20 회의를 일러 ‘국가의 명운이 달린 회의’라고 표현하며 “성공적 개최를 위해 안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와 당이 함께 합심해서 성공적으로 이번 G20회의가 치러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이번 G20 정상회의의 경제효과를 약 24조원으로 추산하며, 당력 모으기에 나섰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이러한 의미 부여에도 불구, 일각에서는 이번 회의에 대해 적지 않은 회의론을 내놓는가 하면, 심하게는 반발에 가까운 의견을 내세워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회의와 관련된 논란이 촉발된 데는 일부 공권력의 과잉대응 등이 원인이 됐다. 얼마 전, 청계 광장에서 열린 전태일 40주기 문화제에서 G20 공식 포스터에 나온 풍자 그림을 문제삼아 검찰공안부가 구속 수사에 나서면서 과잉 대응 논란을 야기한 것.
이에 대해 민주당은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반발에 나섰다. 민주당 전현희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부가 G20을 내세워 억압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말하며 “오히려 이것이 국가의 위상을 추락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G20 정상회의를 둘러싼 논란은 이뿐 아니다. 정가로 옮겨간 반발은 보다 근본적인 논란에 휩싸였다. 이중 지난 정권에서 경제 장관을 지낸 바 있는 민주당 강봉균 의원은 대정부 질의를 통해, 이른바 정상회의 회의론에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하며 여러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강 의원은 G20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지적하며 “우리나라가 보게 될 부작용과 손해가 우려된다”며 “G20 재무장관회의로 잠시 봉합된 환율논쟁은 언제든지 재발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현재 흑자국인 중국, 한국, 일본에서는 환율절상 기대심리만 심어줘 환투기 우려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더욱 강 의원은 “각 국의 경상수지 관리와 환율정책은 구속력 있는 국제적 합의가 만들어지기 어렵고 결국 이런 논의는 강대국 논리에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며 “G20 정상회의나 IMF 같은 국제기구에서는 국가 간 불균형이 세계경제전체에 미칠 악영향을 분석하여 정책협조의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G20 우려? 단기 약발이라도
향후 정상회의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됐다. 강 의원은 “G20 정상회의가 워싱턴에서 처음 열렸을 때는 글로벌 금융위기 수습을 위한 국제적 정책 공조라는 공동목표가 분명했지만, 그 이후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만들고 무역 불균형을 개선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는 각국 간의 이해가 충돌하고 특히 신흥개도국들을 보호하겠다는 방향감각이 불분명해지고 있다”면서 “의장국을 맡게 된 정상회의가 내년 프랑스와 멕시코 등으로 넘어 갈 경우, 세계 갈등을 효과적으로 조율해내는 국제기구로 정착할 수 있을지 장래가 불투명하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의구심은, 이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드러낸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내외신 기자회견 당시, “G20 정상회의의 앞날을 놓고 일부 회의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위기 때는 국제사회가 힘을 모았지만, 회복기에 접어들면서 과연 국제공조가 될 것이냐라는 우려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지난 경주회의를 통해, 세계경제의 불균형 해소를 위한 국제공조의 기본 틀이 마련됐다”고 말해 우려가 없음을 강조했다.
 
폭풍 전야에 잔치 마당
그러나 이 대통령의 이러한,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우려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일부의 논란은 이번 G20 회의의 성과와는 별개의 정치적 논란이라는데 촉각이 선다. G20 회의를 통해, 이 대통령이 정국 운용에 새로운 드라이브를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중엔 개헌론도 속한다. 회의를 통해, 모아진 당력을 바탕으로 회의직후 그간 별러온 개헌론에 불을 붙일 것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현행 여권 중진 의원들이 개헌 카드를 들고 야권과 물밑으로 접촉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G20 회의를 정치적 동력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언급을 자제하면서도 행정구역 개편을 포함한 지역 감정 등을 들어 정치개혁에 대한 의지는 그대로 피력했다. 이 대통령은 ‘행정구역 개편’을 “21세기 국가 경쟁력을 갖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고 “지역감정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 고민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반면, 이와는 조금 다른 의견도 있다. G20 정상회의가 국가 대사인 만큼, 다소의 영향은 있겠지만 미풍(未風)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는 정상회의를 전후한, 정국 지형과도 관련이 있는데 최근 4대강 논란을 비롯해, 배추 파동 여기에 사정 한파가 몰아치면서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이 크게 일어났다는 것.
당초 이 대통령으로서도 올해, 국정 운용의 대미를 내심 G20 정상회의로 보고 회의를 통해 집권 후반기 동력 확보라는 밑그림을 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노림수와 전혀 관련이 없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현행 여권의 사정이 이와는 많이 다르다는데 있다. 당장 ‘4대강의 운명이 걸린’ 예산안 심의가 코앞에 닥쳤다는 점도, 여권으로선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본다면, 애초 G20이라는 대규모 이벤트에서 집권 후반 동력을 확보하려던 여권의 계산은 얼핏 착오가 생겼을 법도 하다. 정상회의의 격과 규모에 비춰, 국가적인 대사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가뜩이나 어수선한 정국에 정치적 계산이 더해지면서, 본래의 취지와는 다소 거리가 생긴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어 귀추를 모은다.
<박상민 기자>
[날짜 : 10-11-0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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