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Scenes of Reason 캡쳐>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지구촌이 일상화되다시피한 테러의 공포에 떨고 있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 테러, 올해 3월 벨기에 브뤼셀 테러, 지난 14일 프랑스 니스 트럭테러, 22일 독일 뮌헨 쇼핑몰 테러에 이어 26일 프랑스 루앙시 인근 생테티엔 뒤 루브래 성당에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또다시 미사 중인 신부의 목을 베는 잔혹한 테러를 저질렀다.

테러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이 커지면서 ‘반 이슬람’, ‘반 난민’ 정서 또한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유럽과 미국의 정치지도자들은 IS와의 싸움을 ‘문명 간의 충돌’로 규정하고 전쟁을 선포하는가 하면 시리아 난민들에게 국경을 닫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6일 프랑스 성당 테러 직후 현장을 방문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이번 테러는 IS가 우리에게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프랑스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싸울 것”이라며 IS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독일에서는 난민 관련 인명살상 사건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독일 내 극우 정당·단체들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퇴진을 주장하고 있다.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안드레 포겐부르크 작센안할트주 대표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난민들 틈에 숨어 몰래 들어오는 IS 조직원이 독일 국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며 “독일과 유럽에 테러를 가져다준 메르켈, 고맙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 직후 미국 공화당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IS와의 전쟁은 종교전쟁이자 서구와 이슬람 간의 문명의 충돌”이라고 말했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역시 “파리 테러는 서구 문명을 파괴하기 위한 조직적인 공격이다. 이는 기독교 중심의 서구문명에 대한 이슬람문명의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난민 수용을 거부하고 서구의 무슬림들에게 적대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은 유럽과 미국이 IS와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는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 브루킹스 연구소 샤디 하미드 박사는 “‘반 이슬람’, ‘반 난민’ 정서가 강해질수록 무슬림들은 소외감을 느끼고 IS 극단주의자들의 모병에 쉽게 현혹될 수 있다”며 “테러라는 야만행위를 ‘문명의 충돌’로 포장하고, 서방세계와 이슬람의 대결을 기정사실화해 종말적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 IS의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미국전쟁연구소 할린 감비르 연구원 역시 “IS와의 싸움을 ‘문명 간의 충돌’로 규정하는 것은 서로 다른 종교 집단 간의 정치적 화해는 불가능하다는 IS의 서사 구조를 강화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감비르는 이어 “IS의 진정한 무기는 ‘공포’다. 테러의 메시지는 한마디로 ‘당신은 안전하지 않다, 정부는 당신을 보호해주지 못 한다’라고 정리된다. 개인이든 국가든 이같은 공포에 사로잡혀 과잉반응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 될 것”이라며 ““IS가 노리는 테러 공포에 대한 과잉반응의 결과는 ‘IS는 승리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은 패배할 수 있다’는 말로 압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스티븐 M. 월트 교수는 “IS가 쳐놓은 문화적, 종교적, 문명적 갈등이라는 덫에 빠지는 순간 ‘화해할 수 없는 종교적 갈등’이나 ‘서방에 내재된 이슬람에 대한 반감’이라는 거짓 설화를 현실로 만들어주고, 그들을 영웅이나 선지자로 만들어주게 된다”며 “무슬림이 현재는 IS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비난하고 있지만 세계적인 기류가 ‘기독교 VS 이슬람교’의 대립구도로 흘러가면 종국에는 IS의 손을 들어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