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참여연대>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정부가 반년 만에 또 가계부채 대책을 내놨다. 지난 2월 대출심사를 강화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2분기 가계부채가 1300조 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 수준에 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계부채의 뇌관으로 떠오른 집단대출 규제 및 제2금융권에 대한 대출심사 강화 등의 내용이 빠져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25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부처와 관계기관은 아파트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계부채 현황 및 관리 방안’을 확정ㆍ발표했다. 주택공급을 줄이고 아파트 집단대출 관리 강화 등을 통해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겠다는 게 이번 관리방안의 핵심이다.

정부는 주택공급 물량 조절을 위해 ‘택지매입→인·허가→착공 및 분양→준공 및 입주’로 이뤄지는 주택공급 전 과정에서 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분양시장 영향이 큰 수도권·분양주택용지를 중심으로 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택지 공급물량을 감축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보증 심사와 요건을 강화키로 했다. 또 종전 사업계획 단계에서 허용하던 PF보증 신청 시기를 사업계획승인 이후로 늦추고, 초과공급이 우려되는 미분양 우려지역에선 건설업체들이 택지 매입 전에 분양보증 예비심사를 받도록 의무화했다. 인허가 단계에서도 국토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주택정책협의회를 개최해 과도한 인허가를 자제하도록 유도했다. 착공 및 분양단계에서는 미분양 관리지역을 현행 20곳에서 매월 주택시장 동향을 반영해 확대하도록 하는 한편 HUG의 분양보증 심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정부는 또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늦추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집단대출, 전세대출 등의 관리 강화에 나섰다. 특히 아파트 집단대출 증가를 가계부채 악화의 주된 원인으로 보고 주택금융공사와 HUG에서 1인당 두 건씩 총 4건의 보증을 받을 수 있었던 중도금 대출보증 횟수를 오는 10월부터 두 기관을 합해 두 건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주택금융공사와 HUG의 중도금 대출보증 한도도 종전 100%에서 90%로 줄인다. 금융당국은 이런 대책에도 집단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집단대출 역시 분할상환 원칙이 적용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 대책이 가계부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은 “가계부채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초저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작용한 결과”라며 “이번 대책에서 주택 분양시장 관리방안을 추가한 것은 올바른 방향이지만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어 가계부채를 제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원장은 이어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완화하려면 신규 가계대출을 제어하는 데 무게를 둬야 한다. 대출 상환능력을 보여주는 소득증빙 의무를 확대해 빚을 갚을 능력이 있는 차입자에게만 대출하는 방식의 정책을 추가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대책이라기보다 ‘부동산대책’에 가깝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26일 참여연대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이라는 이름의 부동산 대책’이라는 논평을 통해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핵심을 비켜가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최근의 가계부채 급증 문제는 분양권 전매 차익을 노린 신규아파트 분양 수요 증가로 분양주택가격에 거품이 형성된 영향이 크다. 하지만 정부는 저소득·저신용·다중채무자의 채무조정, DTI 강화 등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실효적 수단을 배제한 채 금리우대를 통한 장기 고정금리 분할상환 방식 유도 등 하나 마나 한 대책을 제시하는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택 시장 부양 정책 기조를 확고히 유지한 채 택지공급 조절 수준에서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는 것은 주택공급을 줄여 분양가격을 유지해주겠다는 정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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