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월요신문 김혜선 기자] 지난 6월 ‘이건희 삼성 회장 사망설’을 유포한 사람은 미국에 거주하는 30대 한국인 남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5일 이 회장이 사망했다는 루머를 인터넷에 게시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 등)로 미국에 거주하는 최모(30)씨에 대해 체포 영장을 발부받고 지명수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달 1일 삼성측의 진정서를 받고 13일 일간베스트를 압수수색했다. 이후 경찰은 IP추적을 통해 최씨가 조작 기사를 최초로 게시한 것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가 미국 영주권자나 시민권자가 아닌 채 오랜 기간 미국에 거주한 것이 확인됐다. 불법체류자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최씨는 지난 2000년 출국한 뒤 군 입대를 연기하고 계속 미국에 살고 있으며, 마트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지난 6월 29일 극우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게시판에 ‘[속보] 이건희 전 삼성 회장, 29일 오전 사망’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최씨는 한 언론사가 잘못 보도한 ‘이건희 회장이 사망했다’는 오보 기사를 이용했다. 그는 포토샵으로 사망 일자와 보도 일자를 교묘히 바꾼 기사를 게시했다.

당시 사이트 관리자는 최씨의 글을 10분 만에 삭제했지만, 최씨의 글은 다음날인 30일 ‘삼성 이건희 회장 사망. 오후 3시 발표 예정’이라는 한 줄짜리 메시지로 변형돼 SNS를 타고 빠르게 퍼졌다. 경찰은 “밤사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된 찌라시(사설정보지)가 다음 날 SNS를 통해 온 국민이 믿는 사실로 둔갑하기까지 채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최씨는 범행 이유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일베 인기글로 등록되면 포인트를 쌓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경찰 조사를 통해 밝혔다. 경찰은 이메일, 국제전화, 국제우편 등을 통해 출석을 요구했으나 최씨는 돌연 종적을 감췄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작성 경위, 주식 차익을 노린 계획성 여부 및 세력 개입 여부 등 사안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서는 최씨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다음주 중으로 최씨를 기소중지 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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