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사태
 
수장의 자질에서 시작된 논란이 색깔 논쟁을 넘어 급기야 나라망신까지 시킬 조짐이다.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 여부를 두고 내부 갈등을 벌여온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인권위는 얼마전 현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상임위원 2명의 사퇴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61명의 전문, 비상임 위원마저 사퇴하며 파행을 겪어왔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반발에도 불구, 거취와 관련해서는 현 위원장도 완강한 입장을 보이면서 사태는 종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닫는 것.
때를 같이해, 인권위의 국제조직인 아시아위원회가 국제조정위원회에 실태조사를 요구하고 나서 파문은 국제적 문제로 확산될 태세다. 국가인권위원회의 파행을 들여다보고, 향후를 전망해 본다.
 
수장의 자질 논란에서 시작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사태’가 전문위원을 비롯한 비상임위원 등의 집단 탈퇴로 이어지면서 갈수록 악화 일로로 치닫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에는 이러한 사태에 아랑곳없이 논란의 발단이 된 현행 현병철 위원장이 반발 목소리에 맞서 자신의 입장을 피력, 당분간 해결 기미는 요원한 듯 보인다.
 
자질에서 시작해 색깔로 번져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피해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인권위가 특정 부처와 같이 정해진 국정을 수행하지 않는다고 해도, 국민고충처리위원회와 더불어 ‘정부와 국민의 조정자 역’을 해온 만큼, 정상화를 바라는 일반의 목소리는 시간을 거듭할수록 커질 전망이다.
실제 현재 인권위에서 처리해야 할 인권침해 진정사건은 총 1천 5백여 건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매달 접수되는 민원만도 무려 3천 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인권위는 사태의 발단이 된 현 위원장의 발언에서처럼, 개인 인권의 주요 법률적 판단에도 영향을 발휘하고 있어 국민 개인의 인권분쟁이 발생할 경우 필요 요구는 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인권위의 업무는 사실상 마비됐다는 말이 맞을 정도라는 것. 최고 의결 기구라 할 수 있는 상임위원회는 위원 2명의 사퇴 이후 단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고, 일부 자문위원회도 파행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권위 발(發) 악재는 더 있다. 파장이 내부 갈등을 넘어, 정치적 혹은 이념적 문제로 확대됐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그간 정부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해온 이른바 ‘G20 의장국’의 체면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 것이다.
파행이 거듭되자, 이번엔 국외 상위 단체라 할 수 있는 아시아 인권위원회가 나서면서 불길이 국제적 사태로 파급됐다. 아시아 인권위는 전세계를 합쳐 120여 개국이 가입된 국제 조정 기구로 이번 파문과 관련해 국제 조정위원회에 실태조사를 요청했다.
그야말로, “내부에서 곪았던 상처 부위가 터지면서 주변 부위까지 오염시키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자칫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위기 상황을 연출하게 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대목이다.
문제는 국제기구가 나서 사태를 조정한다고 해서 얽힌 실타래가 풀릴 것이냐다. 사태를 지켜본 이들은 이에 대해 다소 비관적인 의견을 내놓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더욱 현행 사태가 단순히 기구 수장의 발언과 리더십이 문제가 돼 촉발되긴 했지만, 논란에 따른 충격파가 그간 인권위가 쌓아온 위상을 크게 손상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면서 사태 봉합 후에도 기구를 보는 시각은 결코 곱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치명적 손실은 기존 국제적으로 인정 받아온 선진국의 필수 요건이라 할 수 있는 소위 ‘인권국 평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상황에 따라 최근 정부 차원의 대사로 막을 내린, G20의 성과를 고스란히 허무는 악재가 될 공산이 크다는데 있다.
 
인권 코리아’, 주무기구가 먹칠
여러 논란에도 불구, ‘사형 집행 보류’ 등으로 어렵게 따낸 비공인 ‘인권국가’ 인증(?)이 ‘어처구니없는’ 내분 사태로 하루아침에 날아갈 수 있다는 말이다.
사태를 접한 한 전문가는 “세계 중심국가를 지향하며 정상을 불러모아 고급 의전차량과 맛깔스런 음식을 대접했다고 해서 선진국에 이른 것은 아니다”면서 “물질적 풍요에 더해 인권의 신장이 우리가 바라는 선진국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지렛대라는 점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그 중심에 서 있는 기구가 국가인권위원회라는 점에서 내분 당사자들은 깊은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이라며 조속한 정상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김창수 기자>
[날짜 : 10-11-22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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