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세계 1위 해운업체 머스크가 한국 양대 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인수를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27일 블룸버그통신은 글로벌 투자은행 제프리스인터내셔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머스크가 새 선박 건조보다는 인수를 통한 성장을 노리고 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제프리스의 운송 분야 애널리스트인 데이비드 커스턴스는 “법정관리 상태인 한진해운과 채권단 주도로 채무조정 중인 현대상선 모두 강력한 파트너를 필요로 한다”며 “머스크는 세계 최대 선사로 이런 인수를 감당할 여력이 있는 유일한 업체”라고 강조했다. 커스턴스는 이어 “컨테이너 선사 대부분은 동맹체로 결속돼 있거나 가문 또는 정부의 통제 아래 있기 때문에 머스크가 인수할 수 있는 업체는 상당히 제한적”이라며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는 머스크가 현대상선와 한진해운 자산을 인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라인은 지난 23일 “신규 선박을 건조하는 대신 인수·합병으로 성장을 추진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인수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당시 미카엘 프람 라스무센 이사회 의장은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통해 “새 배를 주문하는 것은 이제 끝났다. 이미 시장에 배가 너무 많은데 새 배를 주문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우리가 성장하려면 인수를 통해서 해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배가 시장에 넘쳐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진출처=블룸버그>

머스크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인수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게 된 것은 최근 글로벌 해운선사들의 합병으로 후발 컨테이너 선사들과의 격차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커스턴스는 “머스크는 지난 10여 년 간 세계 2위 선사인 MSC와 ‘2M’ 동맹체를 구성했을 뿐 대형 M&A를 하지 않았다”며 “올해 선사들 간의 합병이 많았고 머스크 뒤에 있는 많은 컨테이너 선사가 성장했다. 그 결과 머스크는 실질적으로 더욱 치열해진 경쟁에 직면하게 됐다”고 밝혔다.

커스턴스는 “머스크라인은 세계 컨테이너선 용량의 약 15%를 차지하지만 태평양 항로에서는 8% 점유율로 3위에 그치고 있다”며 “머스크는 현재 네트워크를 보완하는데 가장 관심이 높다. 특히 태평양 항로는 머스크의 시장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약한 곳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인수하면 이 항로에서 점유율을 2배로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머스크가 한진해운의 일부 자산 매입에만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와 관련 드류어리파이낸셜리서치의 라울 카푸어 애널리스트는 “머스크가 한진해운 전체를 사들이는 것보다 보유 선박을 매입하는 데 더 흥미를 보일 수도 있다”며 “한진해운이 보유한 컨테이너선 가치는 약 14억 달러(약 1조5500억 원)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지난 수년간 글로벌 해운업계는 화물운임 하락과 과잉공급 등으로 고전해왔다”며 “이미 선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합병하거나 새 동맹체를 구성하는 등의 움직임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아직 부족하다. 글로벌 무역성장세 둔화라는 어려운 환경을 견디려면 산업 통폐합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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