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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 밥 딜런의 75년 삶의 궤적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미국의 포크가수 밥 딜런이 201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화제가 되고 있다. 대중 음악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는 이번이 처음인데다 당초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무라카미 하루키 등 정통 문학가들을 제친 예상 밖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13일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상위원회는 “훌륭한 미국 음악 전통 안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낸 딜런에게 노벨 문학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밥 딜런. 그는 1941년 5월 24일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출생했다. 본명은 로버트 앨런 짐머만(Robert Allen Zimmerman)이다. 1959년 미국 미네소타 주의 카페에서 음악을 시작한 그는 1962년 발표한 곡 ‘Blowin’in the Wind’로 스타덤에 올랐다. 1960년대 미국 흑인 민권운동 과정에서 Blowin’in the Wind가 널리 불리면서 그는 민권운동의 상징적 존재가 되기도 했다. 그밖에 ‘Knocking On Heaven’s Door’, ‘The Times They Are a-Changin’, ‘Mr.Tambourine Man’ 등 사회상을 보여주는 저항적 노랫말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밥 딜런은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음악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지금까지 11개의 그래미 어워드를 비롯해 골든 글로브, 아카데미 어워드 등을 수상했으며, 2008년에는 ‘팝 음악과 미국 문화에 미친 영향력’을 인정받아 퓰리처상을 받았다. 2012년에는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최고의 영예인 ‘자유의 메달’을 수여 받았으며 최근에는 스티브 잡스가 가장 사랑한 아티스트로 재조명 받기도 했다. 밥 딜런은 한대수, 김민기, 양희은, 양병집, 서유석 등 70년대 한국 포크 가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쳤으며, 고(故) 김광석의 경우 밥 딜런의 곡을 번안해서 부르기도 했다.

밥 딜런의 영향력은 그의 노랫말 때문이다.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나 10살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한 그는 시인 ‘딜런 토머스’를 좋아해 예명도 밥 딜런으로 붙였다. 그의 가사는 비유와 상징을 사용해 어떤 의미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든 경우도 있지만 불의에 대한 저항정신, 사회와 인간을 바라보는 따뜻함을 전달하고 있다. 시대와 주류에 맞서는 저항성에 음악적 예술성이 더해지면서 그의 노래가 진가를 발휘하게 된 것이다. 미국의 많은 대학에는 밥 딜런의 시(가사)를 감상하고 분석하는 강좌가 개설돼 있다.

지난 2004년 밥 딜런은 그의 파란만장한 삶의 여정과 내면의 고백을 담은 자서전을 출간했다. 그는 이 책으로 2004년 ‘뉴욕타임스가 뽑은 올해 최고의 책’과 ‘내셔널 북 어워드’를 수상하며 작가로서의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바람만이 아는 대답』이라는 제목으로 발간됐다. 밥 딜런의 자서전을 번역한 양은모씨는 밥 딜런을 이렇게 평가했다.

“밥 딜런은 40년 록의 역사에서 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스, 롤링 스톤즈와 함께 최정상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전설의 빅 4’ 가운데에서도 딜런이 남긴 궤적은 특화되어 있다. 얼핏 그의 위상은 ‘실적주의’로 따질 때 매우 허약해 보인다. 엘비스, 비틀스, 롤링 스톤즈는 그들의 화려한 전설에 걸맞게 무수한 히트곡을 쏟아냈다. 하지만 딜런은 그 흔한 차트 1위곡 하나가 없다. ‘Like a rolling stone’과 ‘Rainy day woman #12 & 35’ 등 두 곡이 2위에 오른 것이 고작이다. 그에게 대중성이란 어휘는 어울리지 않는다. 상업적이란 말과는 아예 인연이 없다. 이렇듯 실적이 미미한 데도 록의 역사는 마치 신주 모시듯 그를 전설적 존재로 떠받들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비틀스, 스톤즈, 엘비스는 록의 ‘몸체’에 해당한다. 비틀스는 록의 예술적 지반을 확대했고, 스톤즈는 록에 헌신하며 형식미를 완성했으며, 엘비스는 록에 정체성을 부여했다. 분명히 딜런도 록의 ‘몸체’에 자리한다. 깃털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타 3인의 몸체가 외양이라면 그는 ‘내면’ 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노랫말이요, 메시지다.”

고 장영희 서강대 영문과 교수는 지난 2006년 발간한 『영미시 산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래 전부터 딜런에게 노벨 문학상을 수여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의 시들이 셰익스피어나 T. S. 엘리엇에 견줄 만하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딜런의 시는 사람(a man)이지만 사람이라고 불리지 못한 사람들(오랫동안 흑인 남자는 boy라고 불렸죠), 자유가 없는 사람들, 전쟁 속에서 희생되는 사람들을 위해 ‘사람답게 살 권리’, ‘생명을 지킬 권리’를 위해 싸우는 저항의 목소리, 그리고 ‘다른 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줄 아는 따뜻한 마음으로부터 나옵니다. 그가 다른 유명한 시인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의 시들은 책 속에 있지 않고 우리 삶 속에 있다는 것입니다.”

노벨상 시상식은 창시자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10일 스웨덴 스톡홀름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릴 예정이다. 상금은 800만 크로나(약 11억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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