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비선실세 최순실씨 소유의 신사동 건물에서 약 8개월 간 머물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일 <고발뉴스>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 88년 신사동 640-1번지 7층 빌딩을 매입해 이 건물 6, 7층에 거주하다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를 전후로 이사했다. 최씨가 이사한 후 해당 건물에 들어온 사람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었다. 김 전 비서실장은 대선 직후인 2013년 1월에 입주한 뒤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2013년 8월까지 약 8개월간 이곳에 머물렀다.

<고발뉴스>는 “지하 주차장에서 6층 직행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기 때문에 보안상 유리했을 것”이라며 “김 전 실장은 최순실씨와 긴밀한 관계를 가지며 국정 초반 청사진을 구상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사실은 <고발뉴스>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논란이 된 ‘최씨 일가의 3천억대 은닉 부동산’의 현재 상황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고발뉴스> 취재결과 70년대까지만 해도 셋방을 전전하던 최씨 일가는 현재 수천억대 부동산 재벌이 돼 있었다.

먼저 경기도 하남시 신장동 254-1 미사리 카페촌 도로변에 위치한 300평 규모의 음식점 부지는 지난해 4월 52억에 임모씨에게 팔린 것으로 확인됐다. 최순실씨의 아버지 최태민 목사가 거주했다는 강남구 역삼동 689-25 일대 2개 필지는 최순실씨가 다세대 주택 19세대를 지어 지난 2002년 30억에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머물렀던 200억대 규모의 신사동 640-1번지 7층 빌딩의 경우 최씨가 최씨가 지난 88년 매입해 지금까지 소유하고 있다. 이 빌딩 맞은편 신사동 639-11번지 소재 빌딩은 86년부터 최씨가 구입해 소유하고 있다가 지난 2008년 85억에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최순실씨의 여동생 최순천씨 명의의 청담4거리 빌딩은 총11층 규모(지하 4층, 지상 9층)로 가치가 무려 1500억대로 평가된다. 순천씨 명의로 된 서초구 반포동 50-7번지의 또 다른 4층짜리 상가도 100억대 규모다. 최순실씨의 바로 위인 순득씨 명의로 된 삼성동 45-12 소재 총 9층 빌딩은 약 1200억대로 평가된다.

최순실씨는 해당 부동산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차명재산이라는 의혹이 일자 이를 부인하며 자신이 유치원을 운영하며 번 돈으로 부동산을 구입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최씨가 80억대와 200억대 건물을 매입한 86년과 88년은 최씨가 막 유치원 영업을 시작할 무렵이다. 당시 최씨의 나이는 불과 29~31세에 불과했다. <고발뉴스>는 이를 근거로 유치원을 운영해 번 돈으로 건물을 구입했다는 최씨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셋방을 전전하던 최씨 일가가 수천억원대 부동산 재벌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고발뉴스>는 “그 비결은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었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1973년 계룡산 일대에서 신도를 모으던 최태민은 교세 확장을 위해 서울로 상경해 아현동 굴레방다리 작은 상가 한쪽에 신당을 차렸다. 하지만 번번이 신당을 옮겨 다녀야 할 정도로 빠듯한 생활이 계속됐다. 그런 그에게 결정적 기회가 왔다. 1975년 3월 6일 최태민이 청와대에 있는 박근혜에게 보냈던 편지에 답장이 왔다. 그 뒤 모든 것이 달라졌다. 박근혜와 만난 지 약 한 달 만에 최태민은 구국선교단 총재직에 취임했고, 박근혜는 명예총재직을 맡아 엄청난 힘을 실어줬다. 두 사람은 구국선교단 조직 산하에 ‘십자군’이라는 유사 군사단체까지 만들었다. 이후 박근혜를 앞세운 최태민 일가는 재벌들을 상대로 돈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대한통운 최원석 회장 등 당시 재벌 60명을 운영위원회로 끌어들였다. 재벌 위원들은 금세 200명 수준으로 불어났다. 위원입단비 최고 5천만 원, 매달 지불하는 운영비가 2백만 원, 그밖에 각종 명목의 지원금을 내야 했지만 기업들은 이 단체의 회원이 되는 것을 큰 영광으로 여겼다. 당시 쌀 한가마니 가격은 1만원 수준이었다. 최태민 일가의 축재는 박정희의 사망으로 잠시 주춤했으나 박근혜가 영남대와 육영재단 등에 이사장 자리에 앉으면서 다시 시작됐다. 박근혜의 문고리 역할을 하며 군림하던 최태민이 고령으로 물러나자 최순실이 그 가업을 이었다.”

<고발뉴스>는 “지난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당신 이명박 측은 수백억원에 달하는 최태민 일가의 재산은 박근혜의 차명재산이라며 검찰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12월에 확인한 결과 최태민 일가는 이명박 측이 제기한 것 외에도 3천억대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자금 출저에 관한 설명이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보도 이후 4년이 지난 지금까지 검찰조사는 물론 여타 언론에 후속보도가 나오지 않고 있다. 청산되지 않은 역사는 반복된다. 1975년 구국선교단으로부터 2015년 미르재단에 이르기까지 40년 세월을 한결같이 박근혜를 앞세워 벌여온 최씨 일가의 패밀리 비즈니스는 이제 국민의 이름으로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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