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네이버 주최 개발자 컨퍼런스 DEVIEW 2016에서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의장직에서 물러난다.

25일 네이버에 따르면 이 의장은 내년 3월 의장직을 내려놓을 예정이다. 개발자 출신인 이 의장은 지난 1996년 네이버를 설립한 후 대표이사를 거쳐 이사회 의장을 맡아왔다.

이 의장이 2선 후퇴 의사를 밝힌 것은 네이버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매진하기 위해서다. 이 의장은 24일에 네이버 개발자대회 '데뷰 2016'에 참석, “인공지능, 데이터분석 같은 기술들은 이제 임계점을 넘어 실생활에 들어오는 단계에 있다. 국경 없는 인터넷 시장에서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IT 기업과 경쟁하려면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의장은 향후 네이버의 진로에 대해 “네이버를 처음 설립했을 때부터 인력 절반은 개발자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해왔다. 회사 안에서도 좋은 기술과 열정이 있다면 테스크포스(TF), 사내회사(CIC)로 만들고 자회사도 만들면서 세계로 나가려고 한다"며 “외부 투자에 대해서도 단순한 자금 투자에서 한발 나아가 아이디어를 내서 좋은 기술자, 스타트업들을 만나서 투자하고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장의 이같은 행보는 새삼스럽지 않다. 앞서 이 의장은 지난 7월 라인 상장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네이버는 라인과 같은 훌륭한 서비스를 빚어내는 화수분이다. 유럽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겠다"고 밝히며 다음 타깃이 글로벌 시장임을 분명히 드러낸 바 있다. 또 지난 9월 코렐리아 캐피탈의 펀드 출범 기자 회견에서는 "유럽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성공의 디딤돌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지난 10년 동안 일본 시장을 일궈 ‘라인’을 일본 국민 메신저로 만들어낸 전력이 있다. 때문에 네이버는 이 의장이 유럽 시장의 지휘봉을 잡은 것에 힘입어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다. 

네이버는 유럽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플뢰르 펠르랭(Fleur Pellerin) 전 문화부장관이 이끄는 투자사에 투자하기도 했다. 지난 9월 30일 네이버와 라인은 각각 코렐리아 캐피탈의 유럽 투자 펀드 'K-펀드1'에 5000만유로 씩 총 1억 유로(약 1235억 원)를 출자한다고 밝혔다. 코렐리아 캐피털에 투자한 회사는 네이버와 라인이 유일해 사실상 네이버 유럽 진출의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이 의장은 "일본에 진출한지 10년 만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지는 5년 만에 성과를 냈듯이 유럽에서도 당장 성과를 내긴 어려울 것이다. 유럽의 좋은 파트너를 만났고, 이를 소개하는 첫걸음이라고 봐달라"고 말했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가 한성숙 네이버 서비스 총괄부사장에게 자리를 내주는 것도 네이버의 경영 변화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한성숙 부사장은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브이 라이브(V LIVE)' 와 같은 글로벌 서비스를 성공시켜 경영자로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이해진 의장이 길을 터고, 한성숙 부사장이 사업을 실행하는 전략으로 네이버의 글로벌 서비스 영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네이버는 내년 3월 이사회를 통해 신임 의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신임 의장에는 신중호 라인 글로벌사업 총괄책임자(CGO)가 유력하다. 신중호 충괄책임자는 이 의장과 함께 라인의 성공을 이끈 인물로, 검색 등 IT 분야 전문가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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