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집중 숭실대 김재철 공과대 학장

 
지난해 9월 전국은 대규모 정전사태로 한 바탕 소동을 겪은 바 있다. 추석이 지난 후 찾아온 늦더위로 전력수요가 갑작스럽게 늘어나자 공급량이 부족해지며, 대규모 순환정전 사태가 벌어진 것. 이로 인해 전국 각지에서는 비상사태가 터져 나왔다. 엘리베이터 동작이 멈춰 그 안에 사람이 갇히기도 했으며, 병원에서는 의료기기 전원이 꺼져 환자치료에 애를 먹기도 했다. 농가의 경우 재배중인 작물이 정전 피해를 입었으며, 수산시장에서는 어항 속 물고기들이 산소 부족으로 때죽음을 당했다. 그나마 다행스런 점은 사고이후 전기와 관련해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 정도다.  

김재철 숭실대학교 전기과 교수 겸 공과대 학장은 전력시스템 보급관련 상당한 연구업적을 자랑하는 국내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이다. 이에 김재철 학장은 지난해 발생한 여수·울산 국가 산단 정전 사태관련 사고조사에 나선바 있으며, 9·15 대정전 이후 꾸려진 정부의 동절기 절전 대책반장을 맡기도 했다.

기자는 5년여 전 김재철 학장을 처음 만났다. 당시 김 학장은 기자에게 스마트그리드에 대해 설명해 준 바 있다. 일명 ‘똑똑한 전기’라 불리는 스마트그리드에 대해 김 학장은 “가까운 미래에 실제로 가능한 기술”이라며, “전기 공급자와 소비자간 상호 피드백을 통해 사용하지 않는 전기를 아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또한 김 학장은 대북사업 관련 전기선로 연결사업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한 바 있다. 현재 한반도 실정은 고립된 섬과 같기 때문에, 향후 닥칠지 모를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통해 중국 등 다른 나라와 전력선이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그의 예견이나 걱정은 다소 과장된 것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었다. 미래를 위한 준비라고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전기는 콘센트만 꼽으면 사용 가능한 자원이라서 그 사용정보를 굳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이해되지 않았고, 대북 송전선로 사업과 관련해서도 너무 먼 미래를 걱정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발생한 대규모 정전사태와 그 이후 전력부족 문제는 물론 최근 TV 광고를 통해 스마트그리드란 단어를 자주 접하다 보니 그가 말한 미래가 생각보다 멀지 않았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됐다.

이에 월요신문에서는 김재철 학장을 만나 지난해 발생한 정전사태와 그 원인 그리고 전기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 들어봤다.  

 
대규모 정전 사태

지난해에는 유달리 많은 대규모 정전사고 있었다. 우선 1월 17일 여수산업단지에서는 약 23분간 정전사고가 발생, 산업체 추산 707억 원의 재산피해가 있었다. 연말인 12월 6일에는 울산 용현단지에서 약 16~41분간 정전사태가 발생해 14개 업체가 총 330억원의 재산피해를 입었다.

무엇보다 지난해 9월 15일에는 전국을 휩쓴 대규모 순환정전 사태가 있었다. 이로 인해 당시 상당수 사람들이 피해를 입어야 했다. 엘리베이터 안에 사람이 갇히고, 동네 병원에서 진찰받던 환자들이 의료피해를 입어야 했던 것. 또한 지속적인 전기보급이 필요한 농가와 수산시장에서는 막대한 농작물 및 수산물 피해가 있었다. 더욱 황당한 것은 당시 한전이 대형사업장보단 중·소형 시설 위주로 전기를 끊어 이 같은 피해를 주로 영세한 민간인들이 봐야했다는 점이다.

국내 전력보급시스템에 큰 허점이 있음을 여실히 이들 사건과 관련 김재철 학장은 3건의 정전사태에 모두 깊숙이 관여했었다. 여수와 울산에서는 사고원인 분석 작업 등에 참여했고, 9·15 대정전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동절기 전기보급 대책반장을 역임했던 것.

김 학장은 이들 3건의 정전 사태의 원인은 다들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그 근본 원인은 비슷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수산단의 경우 전력시스템 기기의 오동작이 원인이었다. 그러나 근본적 원인은 시설의 노후였다. 울산 정전사태 역시 용현 산단 내 발전설비를 증설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인데, 원인은 시설의 노후와 한전의 적자가 근본문제였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대규모 순환정전 사태가 일어난 원인은 낮은 전기 값에 근본 원인이다. 또한 한전측이 전력수요를 잘못 예측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3건의 정전 사태가 다들 조심씩 차이는 있지만 근본원인은 수요와 공급 문제로 이는 우리나라 전기료의 낮은 가격이 문제로, 향후 발전설비 증설과 전기료의 상식적 수준으로 상승이 이뤄지기 전까지 정전사태는 언제 어디서고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 부각됐다”고 경고했다.  

전기를 물 쓰듯 쓰는 한국인

김재철 학장은 정전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꼽은 수요예측실패와 낮은 전기 값과 관련 전기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시각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정적인 전기 공급을 위해서는 수요예측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런 수요예측에 따라 한전은 발전설비 증설계획 등을 수립한다”며, “그런데 전기설비 증설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발전소를 짓고 가동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수요처까지 전달할 송전선로 건설 등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이에 미리 전력수요를 예측하고 발전설비 증설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김 학장은 “문제는 발전설비가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최근 전기 수요가 갑작스레 많아졌다는 점이다. 다른 에너지원 대신 전기를 찾는 수요가 급증한 것이 문제로 이것이 최근 늘어난 정전사태의 근본원인”이라고 밝혔다.

김재철 학장은 전기수요가 늘어난 것이 우리나라 우수한 전기품질과 상반되는 낮은 전기료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전기품질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떨어지지 않을 만큼 우수한 수준이다. 반도체 등 전기에 민감한 제품에서 불량률이 적은 것 역시 국내산 전기의 주파수와 전압이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이라고 언급한 뒤, “그러나 전기는 절대 가격이 싼 자원이 아니다.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가의 석유와 가스 등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가격이 싼 것은 산업화 시절 정부차원에서 산업부흥을 장려하기 위해 이를 값싸게 공급했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그는 “현재도 한국의 전기료는 전 세계적으로도 최저수준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전기료를 100원으로 볼 때 일본은 200원 미국은 140원. 심지어 중국 역시 140원에서 170원을 받는다. 전기를 만들어 내는 데는 모든 나라가 비슷한 자원을 들이는데 우리만 특별히 쌀 이유가 없다. 이는 결국 앞서 말한 것처럼 정부 차원의 배려 때문이었다”고 재차 역설했다.

김 학장은 전기요금체계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산업체 위주로 정책이 수립되다 보니 현재까지도 민간에 비해 많은 이익이 나는 산업시설이 더 싼 전기료를 내는 황당한 실정”이라며, “민간의 경우 전기를 일정량 이상 쓰면 누진세가 적용되는데 이 경우 가격은 다른 국가와 비슷한 수준이 된다. 즉 개인들이 내는 전기세에는 아직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되레 전기를 많이 쓰는 고객에게 가격을 할인해 주는 것이 자본주의 이치에 합당하기에 이상한 요금구조라 할 만 하다”고 지적했다. 김 학장의 지적처럼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부흥을 위해 초창기부터 전기를 다른 자원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 왔다. 이는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정책기조로 일부에서는 외국계 기업이 한국의 값싼 전기료 때문에 국내로 공장이전을 검토 중이란 소문도 들린다.

김 학장은 값싼 전기료가 가져온 파행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다른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과정에서 전기료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 보니 전기 사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일반 가정집에서 가스나 기름 대신 전기로 난방을 대체되고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시설에서도 원료비 절감 빛 CO2 감축을 이유로 전기사용을 늘리고 있는데, 이 경우 생각해 볼 문제가 전기 생산 시에도 CO2는 배출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학장은 “전기 수요 낙관론도 문제였다. 이전까지 이 같은 문제가 단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누구나 안심을 했던 것이 대규모 정전사태에 대한 대응책 미비로 이어졌고 큰 사고로 연결된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난방용 전기 증가에 따라 겨울에도 전력수급이 늘어난 것은 발전설비 보수문제로도 이어지고 있다”며 “이전에는 전력수급이 많은 여름 대신 겨울에 시설정비를 했는데 이제는 봄과 가을에 이를 하다 보니 유지·보수 문제까지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학장은 “다행이라면 다행인 점도 있다. 한 번 크게 혼이 나고 나니 이제는 사회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의 적자 문제도 심각해

김재철 학장은 낮은 전기료 문제와 관련 이 문제가 한전에 미치는 파장에 대해서도, “한전의 경우 국영기업으로서 국가 통제를 받다 보니 값싼 전기를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한전은 국영기업이란 한계가 있어 농가지원 내지 저소득층 지원 등 구제사업에도 매년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붙고 있다. 그러나 보니 매년 막대한 적자를 보고 있는데, 현재까지 누적적자만 60조원에 달한다. 연간 40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한전 입장에서 현행 전기료를 10% 정도 상승해 5조원씩 빚을 갚아나간다고 해도 12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한전 입장에서 빚이 늘어난다는 것은 결국 국민들 부담이 커지는 결과”라며,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한전이 빚을 줄이기 위해 긴축재정에 하는 경우로, 이 경우 시설 유지·보수에 들어갈 자금이 예전보다 더 줄어들게 된다. 울산 용현산단 사고 역시 이 같은 유지·보수비용 감축에 따른 사고로 봐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국내 전기산업을 대표하는 한전의 회사 가치가 갈수록 하락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김 학장은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10여년 전만해도 한전은 여타 민영화된 공기업들보다 재정상태다 우수했다. 그 결과 시장에서 가치 역시 상당히 높았으나 현재는 이들 기업들에 비해 기업가치가 형편없이 떨어졌다. 문제는 한전이 해외 사업을 진행할 시 떨어진 기업가치 탓에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결국 그 부담이 국내로 되돌아온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원자력, 대안은 아니지만 아직 방안 없어

전기를 아껴서야 하는 이유와 관련 김 학장은 원자력발전 문제도 함께 거론했다. 그는 “원자력이 가진 잠재적 위험을 생각하면 결코 이 방법을 선호하진 않는다. 하지만 현재로서 원자력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은 대안이 되기 어렵다. 원자력을 줄인다는 것은 신재생에너지원 등이 마땅치 않은 현 상황에서 결국 화력발전소 증설로 이어지는데 이는 또 다른 환경 피해 및 전기료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 경우 올라갈 전기료를 국민들이 부담할 수 있는 가하는 문제에 부딪친다. 결국 이는 국민적인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한 정책으로 원자력발전소를 쓰지 않는 일부 유럽 국가 역시 이 같은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학장은 원자력 문제가 우리만 잘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라며,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경우 바람이 다행히 태평양 쪽으로 불어 우리가 큰 위기를 모면한 것으로 만일 이 같은 사건이 중국에서 일어났다면 우리 쪽에서는 취할 수 있는 대안이 전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황사가 불듯 원자력 사고에 따른 방사능 물질이 대거 국내에 유입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결국 원자력 문제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지역 공동체 구성 등의 대안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보다는 미래를 준비해야

앞서 밝혔듯 김재철 학장에게 있어 지난해 정전 사태는 전기의 소중함과 전기를 아껴서야 한다는 공동체 의식을 전 국민이 알게 해줬다는 점에서는 위안이 되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마냥 전기세를 올리고 이를 아껴서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능사가 아닌 것도 김 학장은 충분히 알고 있다. 이에 그는 최근 새로운 대체에너지 개발 등에도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여전히 대북 전기선로 사업 추진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이와 관련 김 학장은 “전남 영광 원자력 발전소 앞에 대단위 해상 풍력발전 시범단지가 조성돼 있다. 중국이 태양광 시장에서 앞서간 만큼 우리는 다른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 뒤, “지난해 일본 대지진 사태로 전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던 모습이 섬이나 다름없는 우리에게도 재현될 수 있다. 이에 하루 빨리 북한을 경유에 중국 등과 송전선로를 연결해 두는 것이 미연의 사고를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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