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취임 뒤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문건을 파기하라는 상부 지시가 내려졌다는 내부 폭로가 나왔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문건과 관련해 문체부 내부에서 구체적 증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일 한겨레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국회 국정조사특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0~11월 문체부에 있는 블랙리스트 내부 문건과 컴퓨터 자료 전량을 파기하라는 지시가 상부에서 내려왔고, 이에 따라 11월 초까지 블랙리스트 관련 내용이 담겨 있던 문건 실물과 컴퓨터 하드디스크 자료 대부분을 폐기했다는 증언을 최근 내부 인사로부터 확보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블랙리스트 전모를 담은 문건은 부처에 여러 본이 있었다”면서 “상부에서 이 자료들을 폐기하라고 지시했지만, 일부 직원이 지시를 이행하지 않고 한 종의 문건을 남겨뒀다. 그 뒤 모종의 경로를 통해 특별검사팀의 압수수색 전 수사진에게 넘겨졌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도 증거 인멸 지시가 있었다는 문체부 내부자 증언을 확보했으며, 입수한 블랙리스트 등을 토대로 조 장관의 혐의에 거의 확실한 단서를 잡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파기 지시가 내려온 시점에 대해서는 “지난해 10월초 국정감사에서 문화예술위 회의록을 통해 블랙리스트 실체가 드러난 뒤이거나 미르·케이스포츠재단 특혜 등을 수사하기 위해 10월 말 검찰이 관련 부서를 압수수색한 직후 시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체부는 지난해 11월 7일 장관 집무실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했고, 11월 4일에는 문화예술위와 블랙리스트 업무연락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 사무관 A가 쓰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바꿨다가 의혹이 일자 1주일 만에 원상복구 시켰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한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31일 “조윤선 문체부 장관이 국회 청문회에서 위증한 정황이 있다”면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조 장관을 고발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조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적도, 지시한 적도, 본 적도 없다”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특검팀은 모철민·김상률 전 청와대 청와대교육문화수석,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과 김희범 전 차관 등에 대한 소환조사 및 압수수색 과정에서 조 전 장관이 블랙리스트 운영에 관여했다는 진술과 관여 정황이 의심되는 물증 등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박동렬 문체부 대변인은 “블랙리스트 삭제 지시나 파기에 대해 들은 바 없다”며 “특검에서 자료들을 다 가져갔기 때문에 특검 조사에서 사실이 밝혀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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