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KD코퍼레이션>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최순실 씨와 KD코퍼레이션 측이 아는 사이였다는 것은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 특정 개인의 이득을 위해 부탁하는 것은 절대 금기다.”

이 말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일 출입기자단 신년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KD코퍼레이션의 뒤를 봐줬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발언이 거짓이었음을 뒷받침하는 정황들이 특별검사팀과 검찰에 의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4일 한겨레는 검찰과 특별검사팀 등의 설명을 토대로 “최순실 씨가 박근혜 대통령을 통해 네덜란드 국왕에게까지 지인 회사인 ‘KD코퍼레이션’의 납품 민원을 넣으려 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초등학교 동창 학부모가 운영하는 KD코퍼레이션이 오래전부터 네덜란드-영국 합작 에너지회사인 ‘로열 더치 셸’과의 납품 계약을 추진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대통령에게 힘을 써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최순실 씨가 박근혜 대통령이 네덜란드를 방문하거나 주요 인사를 만나기에 앞서 ‘KD코퍼레이션’ 납품 민원을 박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박 대통령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통해 최소한 3~4차례 최씨의 민원을 보고받았다”고 전했다. 또 “KD코퍼레이션 지원은 ‘최순실의 뜻’이라는 사실을 박 대통령에게 밝혔으며 대통령 역시 긍정적으로 답변했다”는 정 전 비서관의 진술도 전했다.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씨가 정 전 비서관에게 납품 민원을 넣기 시작한 것은 2013년 10월경이다. 최씨는 당시 박 대통령이 ‘로열 더치 셸’ 대표이사를 청와대에서 접견한 것을 계기로 납품 민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최씨는 이듬해인 2014년 3월 박 대통령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할 때도 청탁을 넣었고, 그해 11월 초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이 한국을 답방할 때도 박 대통령에게 납품 민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로열 더치 셸과의 납품 계약이 성사되지는 않았다.

KD코퍼레이션이 멕시코 국영 석유회사 페멕스에 납품을 시도한 정황도 포착됐다.

4일 연합신문 보도에 따르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해 4월 초 KD코퍼레이션 측이 박근혜 대통령의 멕시코 방문에 동행한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KD코퍼레이션은 박 대통령을 수행하는 경제사절단 144개 기업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현지에서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주최한 1 대 1 상담회에는 참가했다. 이 행사에서 KD코퍼레이션은 멕시코 국영 석유회사 페멕스의 자회사인 페멕스 에틸레노와 1 대 1 상담을 한 후 회사소개 자료를 전달하며 납품을 시도했다. 페멕스와 협력체계를 구축해 중남미 시장에 자사 제품을 수출하는 길을 뚫으려고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페멕스 측과 수출계약을 체결하지는 못했다.

결과적으로 로열 더치 셸이나 페멕스와의 계약이 모두 실패로 끝나기는 했지만 업계에서는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지 않은 KD코퍼레이션이 해외 국영기업과 1 대 1 상담을 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청와대 및 정부 관계자 등 ‘윗선’의 주선 없이 페멕스의 자회사와 1 대 1 상담을 하며 수출계약을 시도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후 박 대통령과 최 씨는 국내 기업을 압박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최씨 공소장에서 따르면 박 대통령은 네덜란드 국왕과의 정상회담 직후인 2014년 11월 말 최씨의 부탁을 받아 ‘KD코퍼레이션 제품의 현대차 납품 추진’을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에게 지시했다. 그 결과 KD코퍼레이션은 2015년 현대차에 10억원대의 납품을 성사시켰고, 최씨는 그 대가로 샤넬백 등 5100여만원의 금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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