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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자유경제원 원장 출신의 전원책 변호사가 네티즌들로부터 뭇매를 맞으며 재평가 논란에 휩싸였다. 화두는 “전원책은 과연 ‘진짜 보수’, ‘합리적 보수’가 맞나?”라는 질문이다.

지난해 1월부터 JTBC 시사예능 프로그램 ‘썰전’에 출연해온 전 변호사는 거침없는 입담을 선보이며 ‘합리적인 보수’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지난 2일 열린 JTBC ‘신년 토론’에서 전 변호사는 법인세 문제를 두고 설전을 벌였던 이재명 성남시장의 말을 자르거나 언성을 높이는 등 다른 논객들과 불통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당시 토론회에 참석한 이재명 시장이 “국내 10대 그룹의 법인세 실효세율이 12%다”라고 주장하자 전 변호사는 “우리나라 실제 법인 세율이 16%가 넘는데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얘기하느냐”며 “역사상 존재한 적 없는 엉터리 수치”라고 강하게 질책했다. 이에 이 시장이 “제게도 경제 참모들이 있습니다. 10대 재벌의 경우 10% 초반대가 맞다”고 반박하자 전 변호사는 “그러면 참모들 다 자르셔야 돼요”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후 팩트체크 결과 외국 납부세액을 빼고 값을 내본 결과 재벌(상호출자제한기업)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전원책 변호사의 주장처럼 16.2%라는 값이 나왔고, 10대 재벌 기업(이재명 시장의 기준)에 맞춰 같은 방식으로 산출한 값은 12.1%가 나왔다. 결국 두 사람의 주장 모두 옳았던 셈이다.

하지만 전 변호사의 이같은 태도에 상당수 시청자들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이었다. 급기야 5일 오전 ‘썰전’ 게시판에는 ‘전원책 나오면 썰전 안본다’, ‘전원책 재벌 대변인 자격으로 나왔나’ 등 전 변호사에 대한 비판과 즉각 하차를 요구하는 게시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한 네티즌(leegn79)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게 올바른 보수”라면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그에 맞는 반박을 해야 하지만 신년토론에서 전원책 변호사가 보여준 행동은 저희집 막내가 하는 때부리는 투정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상대방이 분명히 10대 재벌이라고 얘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상식이하의 반응에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라고 말했다.

‘진짜 보수’를 자처해온 전 변호사의 과거 행적을 둘러싼 네티즌들의 재평가도 붐을 이루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지난 2012년 1차 대선토론 직후 전문가들의 토론회 평가를 다룬 기사다. 한겨레신문은 2012년 12월 5일자 기사에서“‘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준비 부족을 드러내는 등 별로 성공하지 못했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품위는 있으되 존재감을 드러내지는 못한 반면, 이정희 후보만이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는 게 1차 대선후보 토론회를 지켜본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박근혜 후보에 대해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동문서답이 많았고 준비된 내용을 그대로 읽거나 색깔론을 제기하는 등 자질에 문제가 컸다”고 말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박 후보는 문 후보와 이 후보를 한 묶음으로 공격하려고 했지만 잘 안됐다. 전반적으로 준비가 부족해 보였다”고 평했다. 곽동수 숭실사이버대 교수는 “박 후보는 디테일한 부분에서 부족했다. 질문 자체가 네거티브였다는 점이 가장 큰 패착이다”라고 평했다.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잘한 순서로 보면 이정희, 문재인, 박근혜였다”면서 “문재인 후보는 평균적으로 했고, 박근혜 후보는 신경질적 반응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한겨레 인터뷰에 응했던 13명의 전문가들 중 박근혜 후보가 토론에서 우위를 차지했다고 평가한 사람은 전 변호사가 유일했다. 당시 전 변호사는 “예상외로 대응을 잘한 박근혜 후보가 가장 나았다고 본다”면서 “그 다음으로 문재인 후보는 무난했는데 구체적 답변을 못한 부분이 있었다. 이정희 후보는 토론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인신 공격적 발언이 너무 많아서 가장 못했다”고 평가절하했다.

지난 2011년 10·26 재보선 서울시장 선거 당시 전 변호사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를 지원유세한 사실도 재부각되고 있다. 선거 하루 전날인 2011년 10월 25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한 전 변호사는 “이번 선거는 무상급식으로 촉발된 만큼 좌우파의 대결로 봐야 한다”면서 “무상급식 등 보편적 복지는 좌우파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잣대 중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 변호사는 나경원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차선의 선택이다. 나경원 후보도 확실한 보수적 정책을 표방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불만은 있다. 하지만 나경원 후보를 지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나 의원이 박원순 변호사에 비해서 단점이 적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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