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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흑인 교회에서 총기를 난사해 흑인 9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백인 딜런 루프에게 사형이 선고됐다.

1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연방 지방법원 배심원단(12명)은 이날 최후 공판에서 3시간의 숙고 끝에 루프에게 사형 평결을 내렸다. 연방 증오범죄로 기소된 피고인 가운데 사형을 선고받은 것은 루프가 처음이다.

백인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22세의 루프는 2015년 6월 17일 찰스턴에 있는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에서 성경 공부를 하던 이들에게 총기를 난사해 흑인 9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검찰과 연방 검찰에 각각 기소됐다.

루프에게 사형 선고가 내려진데는 끝까지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태도도 한 몫을 했다.

그는 최후변론에서 “여전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느낀다”며 “배심원단에게 종신형 평결을 내려달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지만 그렇게 하는 게 좋은 일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일기에서는 “내가 한 일에 대해 후회하지 않고 미안하지도 않다”면서 “내가 죽인 무고한 사람들을 위해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고 썼다.

이에 검찰은 루프가 감옥에서 쓴 일기를 증거로 내보이며 “반성의 기미가 없다는 점에서 사형 선고가 내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건을 맡은 리처드 게르겔 판사는 미국 동부시간으로 11일 오전 9시 30분 루프에게 사형 선고를 할 예정이다.

미국 비영리기관 '사형정보센터'의 2016년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재판에서 내려진 사형 선고 건수는 30건, 사형 집행 건수는 20건이다. 미국은 연방대법원이 1976년 사형 제도를 재도입한 이래 1990년대 중후반 사형 선고와 사형 집행이 정점을 찍었다. 가장 많은 사형 선고가 내려진 해는 1996년으로 315건에 달했다. 1999년에는 역대 최고인 98건의 사형이 집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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