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해킹을 통한 러시아의 대선 개입 사실을 공식으로 인정했다.

11일(현지시간) AP통신,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대선 승리 후 처음으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가 대선 해킹의 배후였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동안 ‘러시아가 민주당 이메일 서버를 해킹해 대선에 개입했다’는 정보 당국의 결론을 강력히 부정해 오다가 이날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사이버공격에 맞선 강력한 대응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이나 ‘자신과 관련 있는 누군가가 선거 기간에 러시아와 접촉했는지’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사이버공격에 맞서 도입한 제재를 유지할 것인지의 여부’에 대한 답변도 거부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러시아는 해킹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면서도 “하지만 민주당은 해킹에 완전 무방비 상태였다”라며 민주당에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러시아가 공화당에 대해 해킹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러시아가 공화당전국위원회를 해킹했다면 힐러리에게 했던 것처럼 그것도 공개했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푸틴과 잘 지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그러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도 많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이 나를 좋아한다면 그것은 부채가 아닌 자산”이라며 “러시아는 미국이 이슬람국가(IS)와 싸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내가 미국을 이끌게 되면 러시아는 어느 때보다 미국을 더 존중하게 될 것이다. 중국, 멕시코, 일본 등도 우리를 훨씬 더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인이 음란 파티를 즐기는 동영상을 러시아가 확보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결코 사실이 아니다. 그런 일이 일어난 적이 없다”면서 “나를 반대하는 역겨운 사람들이 가짜 뉴스를 만들어내며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 반드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관련 보도를 한 CNN 기자의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하면서 “당신도 가짜다”라고 쏘아붙였다.

미국 정보당국에 대한 불만도 표출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정보당국의 업무는 미국의 이해에 중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비밀 브리핑을 했다는 사실이 흘러나간 데 대해 “나치 독일 시절에도 없었던 일이다. 가짜 정보, 위조된 정보는 절대 일반인에게 알려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0일(현지시간) CNN은 “미 연방수사국(FBI)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 민주·공화 양당 지도부에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한 기밀문서를 전달했다”면서 “해당 문서에는 트럼프 당선인의 성매매 영상 등 명예에 해를 입힐만한 개인정보들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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