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김혜선 기자] 최근 개헌논의와 함께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가운데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적용할 경우 유권자의 표가 공정하게 의석으로 반영되는 ‘비례성’이 가장 높아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3일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이슈와 논점(제 1245호)에서 ‘독일식 비례대표제의 도입논의와 고려사항’이라는 제목의 검토 보고서를 통해 “현행 선거제도의 대안으로 ‘독일식 비례제’가 유의미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보고서에는 독일식 비례대표제의 특징과 장단점, 한국에서 적용사항 등이 소개됐다.

독일식 비례제는 국회의원 선거 시 지역구선거와 비례대표를 연동하는 방식으로, 전체 의석수를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한다.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한 뒤 지역구 당선인을 먼저 국회의원으로 세우고, 나머지 의석을 비례대표의원으로 채우는 순이다.

독일식 비례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정받은 의석보다 당선된 지역구의원이 더 많을 경우, 당선된 지역구의원 모두를 국회의원으로 인정한다. 예컨대, 100개의 의석수 중 A당 득표율이 30%라고 가정하면 총 30개의 의석이 A당에 주어진다. 지역구에서 A당 당선인 20명이 나왔다면, 나머지 10석은 비례대표의원에게 돌아간다. 지역구에서 31명의 A당 당선인이 나왔다면, 당에게 배정된 30석에서 초과된 1석 역시 ‘보정의석’으로 인정한다. 보정의석이 인정되면 총 의석수는 101석이 되는 셈이다.

보고서는 독일식 비례자의 장점으로 ‘높은 비례성’을 꼽았다. 국민에게 지지받는 정당이 실제 의석수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것. 그러나 총 의석이 선거 때마다 유동적이고, 보정의석으로 의석수가 과다하게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단점으로 들었다. 보정의석의 인정으로 지역별로 할당된 의석과 총 의석에 차이가 생겨 지역별 대표성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그러나 보고서는 “한국은 전체 의석(300석) 중 지역구의석이 253석인데 비례의석은 47석에 불과하다”며 “한국과 같이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병립적으로 결합시킨 혼합식 선거제도는 비례성이 낮을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자료=국회 입법조사처 최근 이슈와 논점 1245호>

특히 현행 선거제도는 비례성이 여타 제도와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과 정의당의 이득률은 각 0.46, 0.27에 불과해 심각한 과소대표를 보였다. 이득률은 의석점유율을 득표율로 나눈 값으로, 1에 근접할수록 비례성이 높아진다. 현행 제도에서 비교적 이득률이 1에 가까운 새누리당(1.17)과 더불어민주당(1.55)의 이득률도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적용했을 때(새누리 0.92, 민주당 1.22)보다 비례성이 떨어진다.

보고서는 “비례성 제고를 위해서는 비례의석의 비율을 확대하거나 연동형으로 변경해야 하는데, 효율성의 측면에서 보면 비례의석 확대보다 독일과 같은 연동형으로의 전환이 훨씬 효율적이다”라며 “현행 병립형에서 독일식으로 전환하면 비례의석의 비율을 지역구의석의 1/4로만 늘려도 병립형에서 비례의석의 비율을 지역구와 동수(1:1)로 설정했을 때보다 더 높은 비례성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다만 독일식 비례제를 도입할 경우, 27석의 초과의석이 발생하는 단점이 생긴다. 보고서는 “(4:1 독일식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나 학계에서 제시하는 2:1안으로 시뮬레이션하면 초과의석은 10석으로 줄어든다”면서도 “초과의석의 발생은 비례의석의 비율 외에도 권역의 범위와 수, 정당지지의 지역적 분포, 유효정당의 수, 투표율 등 다양한 변인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 규모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비례대표의 명부작성(공천)을 독일처럼 ‘권역별’로 할지, 뉴질랜드처럼 ‘전국단위’로 할 지도 쟁점으로 지목됐다.

보고서는 “독일식은 지역대표성과 비례성을 조화롭게 구현한다는 점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제의 혼합식을 운용하는 국가에게는 이상적인 모델로 인식된다”며 “독일식 비례제의 최대 장점인 ‘높은 비례성’을 유지하면서 의석증가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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