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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실질금리가 최근 한 달간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빠르게 식고 있다는 지적이다.

WSJ에 따르면 미국 대선 당일인 지난해 11월 8일 1.87%였던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 이후 한 달여 만인 12월 16일 2.6%까지 올랐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에서 물가상승분을 뺀 실질금리 역시 같은 기간 0.15%에서 0.74%로 치솟았다. 이는 지난 2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였다.

실질금리는 실물경제의 성장 전망이 강할수록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미국 실질금리가 한동안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던 이유 역시 기반시설에 대한 대규모 투자, 감세, 규제완화 등 트럼프 당선인의 친성장 공약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 이후 뉴욕증시와 달러가 강세를 띤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지난 한 달간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지난달 중순 최고치를 찍었던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내리막으로 돌아서 이달 13일엔 2.38%까지 떨어졌고, 실질금리 역시 0.38%로 반 토막 났다. 뉴욕증시와 달러 값 상승세도 주춤해졌다. 지난해 12월 20일 다우지수가 역대 최고인 1만9,974.62 선에서 마감하면서 사상 첫 2만선 돌파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이후 등락을 반복하며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의 실질금리가 하락하고 달러 강세가 주춤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빠르게 식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 지웨이 렌 펜뮤추얼자산관리 매니저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더 이상 트럼프 정책이 경제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는 신호”라면서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성장을 촉진하기보다 인플레이션만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션 심코 SEI인베스트먼트 채권 부문 책임자 역시 “채권시장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이행 여부에 의문을 표시하는 것 같다”면서 “트럼프의 공약이 온전히 이행될 것이라는 기대가 흔들리면서 실질금리가 하락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의 물가 상승조짐은 예사롭지 않다. 이달 3일 WSJ 보도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국 국채와 물가연동국채(TIPS) 간 수익률의 차이(BER)는 2.006%로 2014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BER은 통상 시장내 기대 인플레이션을 보여주는 척도로 사용된다. BER가 2.006%라는 것은 국채시장 참가자들이 앞으로 10년간 평균 물가가 2.006%에 달할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지난해 2월 BER는 1.21%에 불과했다.

중국산 제품에 대해 폭탄 과세를 할 것이라는 트럼프의 공약이 중국의 보복을 부추겨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치라그 미라니 UBS 미국 채권 전략 부문 책임자는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물리면 미국에서 중국산 제품 가격이 올라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중국의 보복은 미국 수출기업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경제성장에 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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