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출처=통계청>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사실상 실업자’ 수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450만명을 넘어섰다.

23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공식 실업자'에 취업준비생, 특별한 이유 없이 쉬는 사람, 주당 취업시간이 18시간 미만인 취업자 등을 모두 합친 ‘사실상 실업자’ 수가 지난해 453만8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공식 실업자로 집계한 101만2000명의 4.5배에 달하는 규모다.

유형별로 보면, 취업을 위해 학원에 다니지 않고 혼자 힘으로 입사를 준비하는 ‘자력갱생형’ 취업준비생은 40만1000명으로 전년(37만4000명) 대비 7.21% 증가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반면 고시학원이나 직업훈련기관 등 취업을 위한 학원에 다니며 취업을 준비하는 인구는 22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취업준비생들은 일할 능력이 없거나 능력은 있어도 일할 의사가 없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통계청이 집계하는 ‘공식 실업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특별한 이유 없이 일을 하지 않은 ‘쉬었음’ 인구는 162만5000명으로 전년에 이어 2년 연속 증가 추세를 보였다. 일주일에 취업시간이 18시간 미만인 취업자 수는 127만3000명으로 전년 대비 4% 증가했으며, 전체 취업자 중 비율은 사상 최고치인 4.9%를 기록했다. 이들 역시 통계청이 발표하는 ‘공식 실업자’ 집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사실상 실업자’ 신세에 놓인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한국 경제의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는 위기신호다. 사실상 실업자의 증가는 실업률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고용률 상승폭 둔화에 영향을 미친다. 고용률은 지난 2014년까지만 해도 전년 대비 0.7% 상승했으나 2015년과 지난해는 연속 0.1% 상승하는 데 그쳤다.

문제는 올해에도 고용시장 한파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 당장 뚜렷한 경기 회복 모멘텀을 찾기 어려운 데다 1분기 청탁금지법 영향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이면서 내수 둔화에 대한 우려도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상반기 졸업시즌 이후 청년들까지 고용시장으로 쏟아져 나오면 실업률은 더 치솟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해 9월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조사한 결과 210개 기업 중 48.6%가 신규 채용 규모가 전년보다 감소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3년 연속 취업자 수 증가 목표치를 30만명으로 제시해왔던 정부도 지난해 말 ‘2017년 경제전망’에서는 목표치를 낮춰 26만명으로 제시했다. 고용 위축을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

한편 통계청 측은 “‘사실상 실업자’라는 개념은 임의적인 것”이라면서 “18시간 미만 취업자 중에는 추가 취업을 희망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쉬었음’인구 중에서도 취업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들을 모두 하나로 묶어 사실상 실업자로 표현하는 것은 실업의 개념을 지나치게 광의적으로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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