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이 최순실과 삼성의 커넥션을 폭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24일 열린 최순실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노승일 부장은 “2015년 7월 30일 고영태씨가 내게 전화해 독일 스포츠매니지먼트 회사 대표로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해 8월 11일 출국 전 최씨를 만나 ‘독일 가서 법인을 설립해야 하고 삼성이랑 빨리 계약해야 한다. 정상적 법인 설립은 오래 걸리니 페이퍼컴퍼니를 알아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노 부장은 “그로부터 사흘 뒤인 14일 최순실씨가 독일로 와 현지 한인 변호사를 대표로 하는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를 만들었다”고 증언했다. 삼성은 그 달 26일 코레스포츠에 2018년말까지 220억원을 지원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고, 80억원을 실제 지급했다.

검찰 측이 “최씨가 더블루K를 (재단에) 연계시켜 이익을 도모하고 재단의 기업 출연금을 1천억원까지 늘리기로 계획했느냐”고 묻자 노부장은 “그렇다. K스포츠재단은 몸통에 불과하고 더블루K는 머리였다. 최씨가 이력서를 갖고 가면 검증은 청와대에서 한 것으로 안다”고 증언했다.

이날 노 부장은 최씨가 직접 작성한 ‘포스트잇’ 메모 원본 5장을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최씨는 그동안 재단에 도움은 줬을 뿐 운영에는 직접 관여한 바 없다고 부인해왔다. 따라서 노부장이 제출한 ‘포스트잇’은 최씨가 재단의 실제 운영 주체라는 점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보인다. 이에 최씨측 변호인은 당황한 모습을 보이며 해당 포스트잇이 최씨의 것이라는 증거가 있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노부장은 “최씨가 지시 사항을 직접 메모해 준 포스트잇이다. 필적 감정을 해도 된다”고 자신했다.

노 부장이 제출한 메모에는 지난해 2~3월경 ‘5대 거점 종합 스포츠클럽 관련’에 관해 ‘무주(태권도)·대구(육상)·배드민턴·인천·하남·세종·강원’ 등 구체적인 거점 위치가 적혀 있다. 두 번째 포스트잇에는 ‘대한체육회-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과 관련해 ‘주단체산하기관·주산하기관예산표·주산하기관 공모사항’ 등 문구가 적혔다. 세 번째 포스트잇에는 ‘포스코 스포츠단 창설 계획’과 관련해 ‘종목·예산·훈련계획’이라고 적혀 있었으며, 네 번째 메모에는 ‘포스코 스포츠단 창설안·여자배드민턴·포스코의 스포츠종목 현황 및 문제점·포스코의 스포츠단 창설 필요성’ 등이 언급돼 있었다. 마지막 다섯 번째 포스트잇에는 ‘멕시코 문화행사’와 관련해 ‘고려·태백’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는 당시 태권도 시범단 K타이거즈에서 K스포츠로 교체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출처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포스트잇의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는다. 입수 자체가 불법이라고 생각한다”며 반발했다. 이에 노 부장은 “최씨가 더블루K 사무실에서 회의 시간에 포스트잇에 써 바로바로 준 것이다. 나를 그렇게 나쁜 놈으로 보지 말아 달라. 이 자리까지 오기 힘들었고 진실을 말하기 위해 섰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안종범 수첩’처럼 포스트잇에 그 기재가 있다는 것”이라며 해당 증거를 받아들였다.
재판이 끝날 무렵 최씨는 발언권을 얻어 “황당하다”며 “모든 것을 제게 전부 하려는(미루려는) 것 같은데 전 그런 의도로 한 게 아니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최씨는 “포스트잇을 노 부장에게 직접 전달한 적도 없다”면서 “K스포츠재단을 제가 직접 운영해 사익을 추구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점이 앞으로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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