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이민법 자원센터>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 발동으로 미국 교민사회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단은 이슬람권 7개 나라 국민들의 입국만 전면 불허됐지만 이민 행정명령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인데다 이민국 경찰 증원 등 이민 단속이 본격화 될 경우 현지 교민들에게도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한인방송 ‘라디오코리아’는 “반이민 행정명령이 발표된 이후 합법적 비자를 소지한 한인들은 물론, 영주권자들도 해외여행을 떠났다가 귀국 시 문제가 될까봐 우려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관련 한 한인은 “미국 국경을 벗어났다가 입국하지 못하게 되면 가족이나 직장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면서 “시민권 신청 자격이 되는 영주권자들은 시민권 신청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으로의 귀국을 고려하는 한인들도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20만명에 달하는 미국내 불법 체류 한인 문제다. 미 국토안보부에 따르면 불법체류자 1100만명 중 한인은 최대 2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당장 쫓겨날 가능성은 적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체류자 추방을 대선 공약 중 하나로 내건 만큼 교민사회는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한 교민 부부는 “자녀가 신분이 해결이 안 되거나 부모가 해결이 안 된 경우가 많이 있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불법체류자로 분류되면 면허증 발급도 안되고 해서 어려움이 많은데 행정명령이 발표되는 바람에 더 불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인 유학생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해 대선기간 트럼프는 H1-B를 두고 “값싼 노동 프로그램이며 남용되고 있다”면서 H1-B 비자 규모를 축소할 뜻을 밝혔다. H1-B 비자는 미국 내 미국 기업에 외국인이 취업할 때 발급되는 비자로 체류 허가 기간은 최고 6년이다. 미국에서 학위를 마친 유학생들은 이 기간 동안 영주권 취득이 가능하다. 하지만 H1-B 비자 축소가 현실화 될 경우 유학생들의 현지 취업 기회가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국민의 비자 발급이나 이민 정책에는 당분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면서 “이슬람권 7개국 국민에 대한 한시적 입국 금지를 놓고도 미국이 큰 홍역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반 이민 명령을 확대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행정명령에 반기를 든 법무장관 대행까지 전격 경질하며 반 이민 정책을 강행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감안할 때 안심하고만 있을 수 없다는 게 교민사회의 지배적인 분위기다. 이와 관련 김동석 뉴욕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는 “트럼프의 무리한 공약들이 빠른 속도로 현실화되고 있다는 게 놀랍고 공포스럽다”면서 “서류 미비 등으로 불법체류자로 분류됐다는 이유로 불시에 추방당할 수 있다는 사실은 최대 20만명에 달하는 한인들이들에게 엄청난 시한폭탄”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에 대해 미국 교민들이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이와 관련 최근 이민법 자원센터(ILRC)는 ‘트럼프 행정부 하의 이민자 권리’(Immigrant Rights Under a Trump Administration)라는 문건을 통해 ▲이민 옵션에 대해 이민 전문가와 상담을 할 것 ▲만약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육아 등에 대한 대책을 미리 준비할 것 ▲비상시 연락할 수 있는 이민 변호사나 이민 관련 비영리단체 관계자의 연락처를 항시 휴대할 것 ▲출신국가를 나타내는 서류는 지참하지 말 것 등을 안내하고 있다.

한편 김수희 이스트베이 한인봉사회(KCCEB) 코디네이터는 “만약 연방 요원들이 집을 급습할 경우 영장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문을 열어주지 않아도 되며 길거리에서 심문을 받게 될 때도 체류신분에 상관없이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 변호사와 이야기할 권리, 한국어 통역자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코디네이터는 이어 “이민신분에 상관없이 헌법 권리가 적힌 레드카드를 지참하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다”면서 “레드카드를 받기 원하는 사람은 KCCEB (510) 547-2662로 연락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김 코디네이터는 또 “비시민권자 이민자들에게 불리한 정책이 펼쳐질 우려가 있어 영주권자들도 시민권을 취득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면서 “영주권 갱신도 유효기간 만료 6개월 전부터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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