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유럽연합(EU) 의회 주요 정당 지도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정한 테드 말릭 EU주재 대사 후보에 대해 보이콧에 나섰다. 이는 EU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말릭 후보에 대한 거부 반응으로, 최근 독일을 겨냥해 막말을 서슴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과 EU의 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2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EU의회 주요정당 대표들은 EU집행위원회와 EU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EU주재 미국 대사 후보인 테드 말럭 영국 레딩대 교수를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

가디언은 EU 주요 정당 대표들이 말럭이 EU에 적대적이고 악의적이라며 반대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EU의회 지도자들이 미국 정부가 내정한 EU주재 대사 보이콧에 공개적으로 나서기는 처음이다. 각국의 EU 주재 대사 후보는 EU회원국을 비록해 EU집행위와 정상회의, 대외관계청(EEAS)의 승인을 받아야한다.

말럭은 지난해 6월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 개최를 앞두고 브렉시트를 적극 지지한 교수 겸 기업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EU주재 대사 후보 선정을 위해 그와 면접했다.

말럭은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EU주재 대사를 하려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소비에트 연방 붕괴를 도운 경험이 있다. 길들일 필요가 있는 또다른 연방(유럽연합)이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EU는 초국가적이고 선출되지 않은 기구”라면서 트럼프는 EU 옹호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장 클로드 융커는 룩셈부르크로 돌아가서 시장 직을 맡아야 한다”면서 현 EU집행위원장인 융커를 공격했다.

말럭은 “유로화는 이미 사망선고를 받았고, 유로존은 사실상 1년 아니면 1년 반 내에 붕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측근이자 유럽의회 내 제1당인 유럽국민당(EPP)의 만프레드 베버대표와 자유당(ALDE) 그룹을 이끄는 기 베르호프스타트 대표는 “말럭이 EU의 가치에 대해 터무니없는 적의를 가졌다”고 비판했다.

베버와 베르호프스타트는 융커 EU집행위원장과 도날트 투스크 EU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신임장 승인을 반대하는 서한에서 “지난 수주 간 말럭은 공개적으로 EU를 폄하하는 발언을 해왔다. 소련을 붕괴시키는 것처럼 EU를 해체하려는 야심을 보였고 대놓고 유로화가 수개월 내 붕괴된다고 장담했다”고 비판했다.

지아니 피텔라 유럽의회 사회민주당 대표도 서한에서 “말럭의 발언은 충격적이다. EU기구들이 말럭을 ‘기피대상(Persona Non Grata)’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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