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소설가 김훈이 한국사 70년을 두고 “우리 사회 70년의 유구한 전통은 갑질”이라면서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대표되는 현 시점에 대해 “이런 야만성이 지금도 계승된다”고 말했다.

그느 보수 단체의 탄핵 반대 집회에 대해 “해방 70년이 엔진이 공회전하듯 지나가 너무나 서글픈 마음”이라고 전했다.

김훈은 6일 오후 서울 외신기자클럽에서 신간 ‘공터에서’ 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공터에서>는 2011년 <흑산>(학고재 펴냄) 이후 김훈이 6년 만에 낸 장편소설이다.

기자회견에서 현 탄핵정국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김훈은 촛불집회와 탄핵 반대 집회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는 않되 관찰자의 시각에서 바라봤다고 대답했다.

김훈은 “위정자가 만든 난세를 광장의 (촛불집회) 군중이 함성으로 정리한다는 건 큰 불행이지만 그 안에 희망의 싹이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분노의 폭발로 끝내지 말고, 새로운 미래를 건설하는 동력으로 연결되기 바란다. 이를 실현하는 건 정치 지도자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김훈은 과거 세대의 역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탄핵 반대 집회에) 태극기와 성조기, 십자가가 등장했는데, 내가 어릴 적 전개된 반공의 패턴과 완전히 같다”며 “시간이 70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과거와 지금 모습이 같으니) 내가 선 곳이 어디인가 싶어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다”고 언급했다. 

김훈은 현 세태의 뿌리는 한국에서 오랜 기간 이어진 악습에 있다고 고찰했다. <공터에서>를 쓰며 옛 신문을 많이 봤다는 김훈은 “그간 뿌리 깊은 악의 유습으로 이어진 우리 사회의 갑질이 옛 신문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대표적 사례로 한국전쟁 당시 1.4후퇴에서 드러난 비리를 들었다. 김훈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50만 명의 피난민이 줄을 서서 한겨울 후퇴를 했는데, 이 나라 고관대작은 군용차와 관용차를 함부로 징발해 응접세트를 싣고, 피아노를 싣고 피난민 사이를 질주했다. 국방부 정훈관이 이를 비판한 성명이 당시 신문에 톱 기사로 나올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기사를 보고 ‘나의 조국이 이런 나라였구나’하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이런 야만성이 지금껏 계승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훈은 “이런 문제에 관해 앞으로 제 나름대로 소극적이고 조심스럽게 글쓰기를 할 것 같다. 올해부터 닭이 알 낳듯 열심히 쓰려한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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