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김혜선 기자] 김정남 피살 소식이 전해지며 그가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일을 잇는 ‘대북 비선’이었다는 언론 보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북 비선 의혹은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되기 이틀 전 보도됐다.

<주간경향>은 11일, 전 유럽코리아재단 핵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박근혜 대통령의 친서가 김정남을 통해 김정일에게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김정일에게 보낸 박근혜 친서는 유럽코리아재단 소장이었던 장 자크 그로하가 USB와 출력물 형태로 들고 중국 베이징에 가서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을 만나 전달했다. 편지는 김정남의 고모부 장성택 라인을 통해 김정일에게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주간경향>은 취재 중 입수한 하드디스크 자료를 분석해 ‘김정남 대북 비선’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을 발견하고 지난 2005년 9월 17일부터 2006년 3월 31일까지 김정남과 유럽코리아재단 핵심 관계자들이 주고받은 22회 메일을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정남은 유럽코리아재단 측에 이메일로 추석인사를 보내거나 “명년 2월 23일이 고모부 회갑이다”라며 한복을 지어 보내라는 요구를 하는 등 재단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이 외에도 국내 유명 역술인에게 ‘고모부’의 사주를 봐 달라고 요청하거나 부적을 논의하는 내용도 있었다.

‘유럽코리아재단’의 정체는 무엇일까. 박 대통령은 지난 2002년 이 재단의 이사 자격으로 북한에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바 있다. 당시 박근혜 유럽코리아재단 이사의 방북 일정은 많은 부분이 ‘미스테리’로 남아있고, 재단 역시 그 활동이나 방북 경위 등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초 <주간경향>이 유럽코리아재단의 활동상황 문서와 사진, 동영상 등이 담긴 하드디스크를 입수한 사실을 보도했고, 이 하드디스크에는 박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 북방위원장에게 보낸 편지가 담겨 있었다. 방북 이후 4년간 ‘유럽-코리아 재단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관련 사업 현황’, ‘재단 선발 북측 장학생 명단’ 등 대북 활동을 담은 문서도 있었다.

누리꾼들은 “박 대통령의 대북 비선이 김정남이라는 기사가 난 직후 피살됐다는 게 꺼림칙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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