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 이자놀음 논란
 
달리는 차 안에서 통행료를 지불할 수 있게 마련된 하이패스 시스템. 이때 사용되는 하이패스플러스카드를 공급하고 있는 회사가 한국도로공사의 자회사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때 아닌 논란이 일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한국도로공사 자회사인 하이패스플러스카드(주)가 그동안 독점판매 해 온 하이패스카드 선불요금을 통해 막대한 이자수익을 내면서, 이를 전혀 고객에게는 돌려주지 않고 이자놀이를 했다는 논란이 있다.
 
2007년부터 도입된 하이패스는 사용초기부터 지금까지 주로 선불카드형으로 사용되어 고객들이 이를 특정금액으로 충전한 후 교통카드와 같은 개념으로 사용해 왔다. 후불형 하이패스 카드는 후불 교통카드와 같은 개념으로, 최근 도입되어 카드사에서 별도로 신청해 사용할 수 있다.  
 
이자수익만 연평균 23억
선불카드 이용자들이 그동안 카드 충전을 위해 사용한 돈이, 한국도로공사의 자회사인 하이패스플러스카드(주)에 막대한 이자수익을 발생해 주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가 편법으로 자회사를 설립해 선불카드를 운영하고 이자놀이를 했다는 논란이다.
하이패스 단말기에 꽂아쓰는 선불카드는 이용자가 돈을 내고 금액을 충전하면 톨게이트를 지날 때마다 도로 이용료가 자동으로 빠져나가게 되어 있다. 이 돈은 곧바로 한국도로공사로 가는 것이 아니라 일단 제 3의 회사로 들어가고 이후 이 회사가 이용료를 도로공사에 지급하게 된다.
돈을 먼저 받고 나중에 조금씩 지불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이자 수익이 발생한다. 이렇게 중간에서 목돈을 굴리고 있는 회사가 바로 한국도로공사가 100% 출자한 자회사인 하이패스플러스카드(주)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공기업인 한국도로공사가 편법으로 운영한 자회사를 통해 이자놀이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국회 국토해양위 강기갑(민주노동당) 의원이 지난 10일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하이패스가 도입된 2007년부터 올해 7월 말까지 발급된 하이패스 선불카드는 380만장에 달한다.
그동안의 선불카드 충전금액은 한해 평균 1조 3000억원. 이를 통해 발생하고 있는 이자 수익은 2007년 1억1900만원, 2008년 26억7800만원, 2009년 42억으로 한해 평균 23억320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지난 6월까지 벌써 21억 원의 이자 수익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플러스카드사는 이렇게 2년 반 동안 이용자가 낸 돈으로 무려 90억원의 불로이자소득을 얻으면서도, 이 수익을 얻게 해 준 고객에게는 수익의 혜택을 전혀 돌려주지 않고 있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한국도로공사는 하이패스 도입 후 이용증가로 인해 통행료 수납원의 역할이 줄어들면서 1000여명의 수납원을 감축해 해마다 250억 원 가량의 인건비가 절감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하이패스 이자수익에 인건비 절감까지 여러 모로 하이패스를 통한 이자수익을 거둬들인 도로공사 측에 “자회사 편법운영을 통한 독식 의혹이 있다”는 등 더 많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감사원은 이미 2008년에 한국도로공사의 이 같은 자회사 설립이 관계법령에 근거가 없다면서 폐지 또는 민영화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자회사 운영을 계속하며 이자수익을 거둬들여왔다.
이에 대해 한국도로공사 측은 감사원 지적에 따라 매각을 진행 중에 있다면서 이것이 늦춰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큰 기업 하나를 매각한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도 아니고 경기침체에 따른 어려움도 있다”며 “언제 완료가 될 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하이패스플러스카드사가 매각되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선불카드로 인한 이자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단말기 가격은 올라가고…고객 부담 어떡하나
한편 민노당 강기갑 의원은 한국도로공사 측에 “말은 공정사회라 하지만, 이렇게 1년에 42억 7,000만 원 정도의 불로이자소득을 고객들에게 전혀 돌려주지 않는다는 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이패스 단말기는 통행요금을 징수하기 위한 것이므로 도로공사에서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옳다. 도로공사는 선불카드 이자수익과 인원감축 절감액을 단말기 비용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하이패스 보급대수는 2010년 7월말 기준으로 총 437만대를 돌파했고 판매금액은 무려 5,585억원에 달했다. 단말기 1대당 평균가격은 2006년 5만원에서 2007년 7만4천원, 2008년 9만1천원, 2009년 14만8천원, 2010년 18만3천원으로 매년 계속해서 급등하고 있다. 도로공사가 단말기 보급을 시장 전환한 2008년 대비 2010년에 무려 63%나 오른 셈. 요즘 가장 비싼 단말기는 40만원이 넘어갈 정도이다.
이렇게 하이패스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단말기 가격상승으로 인해 운전자들의 부담은 올라가고 있어 많은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도 “도로공사가 단말기 보급을 시장 전환하면 출시 업체가 늘고 기종도 다양해져 가격 인하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 단말기 가격만 올라 운전자 부담이 커졌다”며 “하이패스 단말기는 통행료를 받아내기 위한 요금징수기기인데 그 비용을 국민에게 전가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서 “단말기 보급 비용은 도로공사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로공사, 이자수익 등 고객에 환원한다지만…
한국도로공사 측은 선불카드 이용료로 발생한 이자수익과 인건비 절감액을 고객들의 단말기 보급 비용에 써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도로공사 쪽 부채도 많고 단말기 지원은 부담액이 큰 만큼 거기까지는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면서 하이패스 통행료 할인과 충전시스템을 통해 그동안 발생한 추가 수익들을 이용하는 식으로 고객에 환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는 최근 2년 간 하이패스 상시 할인제도를 통해 1069억원을 하이패스 이용자에게 되돌려 줬다고 한다. 고속도로에서 하이패스를 사용할 경우 통행료의 5%를 할인해 주는 식으로 연간 평균 300억원이 넘는 고속도로 이용요금을 할인해 줬다는 것이다.
도로공사가 밝힌 할인 금액은 2007년 21억원, 2008년 256억원, 2009년 425억원이다. 올해는 8월까지 367억원의 할인 혜택을 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패스 선불카드를 통한 이자수익과 인건비 절감액을 더해 하이패스 상시할인제도를 통한 할인액과 비교하면 고객에 돌아가는 할인혜택이 더 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도로공사 측이 생색을 내고 있는 것 같다”면서 여전히 피해를 보고 있는 느낌이라 말하고 있다. 원래는 별개의 문제였는데 논란이 일어나니까 할인제도와 충전시스템 등을 들먹이며 여기에 돈이 쓰였다고 핑계대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어쨌든 하이패스를 통해 돈을 벌고 있는 만큼 할인제도는 고객에 대한 감사 차원에서의 혜택이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또 하이패스 이용고객들은 운전자들의 부담이 큰 단말기 비용에 대해서도 지원이 전혀 되지 않는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하이패스 이용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적지 않은 비용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로공사는 “하이패스 시스템 설치로 인한 통행료 징수원의 인건비 절감액을 직접 하이패스 고객에게 환원하고 있다”며 “하이패스 선불카드 충전 금액에서 발생한 이자수익은 충전시스템 운영 등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할 뿐이다. 또 “후불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선불카드로 인한 이자수익은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논란을 피해가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편 한국도로공사의 자회사 하이플러스카드(주)는 임원 4명 가운데 절반이 도로공사 출신인 것으로 알려져 퇴직자 채용 통로 논란도 일어나고 있다.
<서지영 기자>
[날짜 : 10-10-18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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