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한국은행>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1344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가계신용 통계를 내놓기 시작한 2002년 이후 가계부채 잔액이 1300조원을 돌파하기는 처음이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신용 잔액은 1344조3000억원으로 2015년 말(1천203조1000억원)에 비해 141조2000억원(11.7%)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기준 사상 최대 증가폭이다. 가계신용은 은행이나 보험, 대부업체, 공적 금융기관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 뿐 아니라 결제 전 신용카드 사용액과 할부금융판매 금액 등을 합친 통계치다.

제1금융권인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증가 폭은 지난해 3분기 17조2000억원에서 4분기 13조5000억원으로 한풀 꺾였다. 하지만 상호저축은행ㆍ신용협동조합ㆍ상호금융ㆍ새마을금고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증가액이 3분기 11조1000억원에서 4분기 13조5000억원으로 늘어나면서 증가세가 오히려 확대됐다. 같은 기간 보험사ㆍ카드사ㆍ증권사ㆍ대부업체 등 기타 금융기관에서 나간 가계대출도 8조7000억원에서 15조90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지난해 은행권의 대출심사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의 결과로 풀이된다.

신용카드 사용액과 할부금융 등 판매신용도 급증했다. 지난해 4분기 판매신용 증가액은 4조 8000억원으로 3분기 1조9000억원보다 두 배 이상 커졌다. 연간으로는 지난 한 해 7조6000억원 늘어나며 전년 5조원보다 증가 폭이 커졌다.

이에 가계부채의 규모·속도·질 모두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이상용 한국은행 금융통계팀장은 “비은행권의 가계대출이 급증한 것은 큰 맥락에서 보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으로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한 영향”이라면서 “비은행권 대출은 저소득·저신용 층이 상대적으로 많이 이용하고 금리가 높다는 점에서 부채의 질이 악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가계부채의 위험을 이례적으로 경고하고 나섰다. IMF는 작년 5월까지만 해도 한국의 가계부채가 관리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해 왔다. 이유는 가계의 재정상태가 안정적이고 금융자산 역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고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전환하는 안심전환대출의 시행과 신규여신 심사강화 등 정책당국의 가계부채 관리노력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평가했었다. 그러나 IMF는 8월 이후 입장을 변화시켰다. 이유는 한국의 가계부채문제가 구조적인 리스크로 확대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의 질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21일 정은보 부위원장 주최로 ‘제2금융권 가계대출 간담회’를 열고 “제2금융권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리스크가 해소될 때까지 정책 대응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 부위원장은 “제2금융권의 지나친 가계대출 확장은 은행권에서 비은행권으로 리스크가 전이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제2금융권은 이제 ‘외연 확장’보다 ‘리스크 관리’에 힘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제2금융권 가계대출을 잡기 위해 가계대출 증가속도가 빠른 70개 상호금융 조합을 선별해 상반기 중 특별점검에 들어갈 계획이다. 또 지난해 4분기 가계부채 증가 폭이 컸던 보험·카드·캐피탈사 대출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할 경우 금감원이 실태점검을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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