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7시 한국기독교회관 조예홀에서 열린 ‘박용철 살인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목요기도회’에서 박용철씨 부인과 두 아들이 증언을 하고 있다.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가 지난 2011년 9월에 발생한 ‘박용철 살인사건’의 철저한 재수사와 진실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교회협의회는 16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조예홀에서 ‘박용철 살인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목요기도회’를 열고 유가족 및 관련 인사들의 증언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드러내야 드러난다’는 주제로 열린 이날 기도회에는 고 박용철씨 유가족을 비롯해 신동욱 공화당 총재, 시사IN 주진우 기자, 사건 변호를 맡고 있는 김용민 변호사, 한국기독교장로회 주민교회 이훈삼 목사, 인권센터 소장 정진우 목사 등이 참석했다.

교회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 사건은 단순한 살인사건이라고 하기엔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너무나도 많다”면서 “경찰은 금전 문제로 인한 사촌들 간의 단순 살인사건으로 수사를 마무리했지만 살해동기가 불분명하고, 박용수씨가 거구의 박용철씨를 살해한 수법도 납득하기 어렵다. 또 살해 후 박용수씨가 자살한 경위 또한 일반적이지 않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교회협의회는 특히 “박용철씨는 그간 박근혜 일가의 재산다툼에 깊이 관여한 인물로 육영재단 소유권 분쟁으로 불거진 박지만-신동욱 재판의 핵심 증인이었다”면서 “박용철씨가 그간의 입장을 번복하고 재판의 중요한 증인으로 채택된 이후에 사망사건이 일어났다. 그렇기에 이 사건이 단순한 살인사건을 넘어 더 큰 무언가가 배후에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증언에 나선 고 박용철씨의 부인 이금란씨는 “남편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는 이 자리에 와주셔서 감사드린다”면서 “때가 되면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지난 6년간 기도하면서 묵묵히 지내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저희 가족은 평범한 가족이었다”면서 “1998년 쌍둥이 아들을 데리고 캐나다로 이민을 갔고, 2002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늦둥이 딸도 낳았다. 제가 딸 육아로 캐나다에서 약사생활을 하지 못하게 되자 경제활동을 위해 혼자 한국으로 온 남편은 박근혜 대선 캠프를 도우는 일을 하게 됐다. 2011년 7월 귀국해 13년 만에 다시 가족이 합쳐졌지만 귀국 한 달 반 만인 9월 6일 이 사건이 발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언론과 매스컴이 이 사건을 은폐·조작하기 위해서 남편을 조폭의 우두머리인양 묘사해 가족들에게 이중적인 상처를 주고 있지만 남편은 가정적이고 평범한 사람이었다”면서 “이 사건의 진상이 제대로 밝혀져서 이 땅에 정의가 실현되고 남편의 명예가 회복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증언에 나선 주진우 기자는 “박용철씨는 2006년 한국으로 귀국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호원으로 채용됐고, 이후 육영재단의 소유권을 둘러싼 박근령·신동욱 부부와 박근혜·박지만 측의 갈등 과정에서 박지만씨 편에 서서 거친 일을 맡은 것도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박용철씨가 신동욱 총재의 무고에 대해 진실을 이야기하고 정의의 편에 서려고 했을 때 살해당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검찰과 경찰은 아무런 증거와 증언 없이 사건 발생 다음날 바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는 등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용민 변호사는 “박용철 살인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은 국가의 몫이고 그것은 국가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 “중요한 것은 검찰의 수사 의지인데 그동안 보여줬던 행태를 보면 검찰의 수사의지는 제로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일례로 검찰이 박용철씨의 사망 전 통화기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점을 들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사건 직후 경찰은 박용철씨 통화기록을 확보했고 이는 곧 검찰로 넘어갔다. 당시 통화기록을 보면 박용철씨기 사망하기 직전 왜 술자리에 갔고, 누구랑 통화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에 유가족들이 검찰에 통화기록 정보공개청구를 했지만 검찰은 통화기록 공개를 거부했다. ‘새로운 분쟁이 생길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김 변호사는 “현재 정보공개청구 거부에 대해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현재 검찰이 움직이지 않고 있지만 검찰이 마음먹고 수사를 제대로 한다면 상당히 많은 진상이 밝혀질 것이라 믿는다. 시민사회에서도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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