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전두환 표창’ 구설에 휘말렸다.

이번 논란은 지난 19일 KBS 대선후보 경선토론에서 사진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내 인생의 한 장면’이라는 코너에서 시작됐다. 당시 문 후보는 특전사 시절 낙하산을 메고 있는 사진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공수부대 때 제 주특기는 폭파병이었습니다. 그래서 12.12 군사반란 때 반란군을 막다가 총을 맞은 ‘참군인의 초상’이 됐던 정병주 특전사령관으로부터 폭파 최우수 표창을 받기도 했고요. 나중에 제1공수 여단의 여단장이 아까 말씀하셨던 전두환 장군, 그때 그 반란군의 가장 우두머리였는데 전두환 여단장으로부터도 표창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문 후보의 발언에 대해 민주당 대선경선 후보자는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측은 “과도한 안보 콤플렉스에 걸린 게 아닌지 의심된다”면서 “과거의 일이라도 자랑스럽지 않고 자랑해서도 안 되는 일을 공공연하게 내세우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경솔한 발언에 대해 광주와 호남 민중들에게 먼저 사과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안 지사 측은 특히 “이달 9일 문재인 후보 캠프가 발표한 ‘가짜 뉴스 사례집’에는 전두환 표창장 건이 포함돼 있다”면서 “후보는 표창을 받았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캠프는 이를 가짜뉴스라고 주장하는 아이러니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측은 “(안 지사의) ‘적폐세력과의 대연정’ 발언에 이어 (문 전 대표의) ‘전두환 표창’ 발언까지 나와 촛불시민과 민주당원들을 보기가 두렵다”면서 “문재인 후보는 국민들 앞에 공개적으로 ‘전두환 표창’을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도 가세했다. 국민의당 김경진 수석대변인은 “전두환 표창장이라도 흔들어서 ‘애국보수’ 코스프레를 할 생각인가 본데 그렇다고 안보 무능이 사라지지 않는다”며 “야권 정치인으로 금기를 어긴 문 전 대표는 국민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 측은 “특전사 복무 당시 전두환 여단장에게서 표창장을 받은 것을 두고 일부 정치권의 무책임한 정치공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문 전 대표는 누구보다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했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이를 왜곡하는 행태는 명백한 네거티브다. 우리당 일부 후보 진영과 국민의당은 무분별한 음해를 중단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사실 문 전 대표의 ‘전두환 표창’은 이미 오래전 공개된 사실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 2011년 6월에 발간한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에도 특전사 근무 당시 정병주 특전사령관으로부터 폭파 특기 최우수상을 받고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최우수 화학병 표창을 받은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안 지사 측과 일부 보수 언론이 제기한 ‘가짜 뉴스 사례집’ 논란 역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문 전 대표 측은 “일부 트윗이 문 전 대표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 작전을 잘했기 때문에 전두환으로부터 표창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해 이를 ‘가짜뉴스’로 분류했던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문 전 대표의 특전사 복무는 1975년~1978년으로 광주 민주화운동이 발생하기 전이다. 또한 광주학살이 벌어졌던 1980년 당시 문 전 대표는 체포돼 유치장에 있었다”고 해명했다.

문 전 대표의 특전사 경력 또한 박정희 유신 독재 반대 시위로 인한 ‘강제 징집’으로 시작됐다. 1972년 경희대 법대에 입학한 문 전 대표는 1975년 유신독재 반대 시위로 구속됐고, 석방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입영 통지서를 받았다. 39사단에서 훈련을 받던 문 전 대표는 특전사로 차출됐고 이후 특수전사령부 제1공수여단 3대대로 자대 배치를 받았다. 당시 특전사령관은 정병주, 공수여단장은 전두환, 대대장은 장세동이었다.

이와 관련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문 전 대표의 ‘전두환 표창장 논란’과 관련해 “군인이었을 때 상관에게 표창장 받는 거야 군 생활을 잘했다는 뜻 아니겠느냐”면서 “군인으로서 충성을 다했고 표창을 받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고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20일 광주를 찾은 문 전 대표는 일부 시민들로부터 격렬한 항의를 받았다. 이날 옛 전남도청에서 농성 중이던 ‘옛전남도청보전을 위한 범시도민대책위원회’ 소속 한 여성은 문 전 대표에게 “민주화 항쟁 당시 전두환 때문에 자식 남편 다 잃은 어머니들이 화가 많이 났다”면서 “어머니들이 농성하는 시점에서 전두환에게 표창을 받았다는 말을 토론회에서 꼭 해야 했느냐”고 항의했다. 또 다른 유족은 “표창을 받은 게 자랑이냐”면서 “어제 하셨던 말씀 사과하세요”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에 문 전 대표는 토론회 발언의 진의를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문 전 대표는 “저는 5·18 전두환 군부에 의해 구속된 사람”이라면서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군 복무 시절 그분이 여단장이었다. 반란군의 우두머리였다는 말씀도 어제 드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광주 항쟁의 진상규명을 지금까지 광주시가 외롭게 해왔지만 이제는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도록 하겠다”면서 “광주항쟁을 왜곡하는 경우 엄벌에 처하겠다. 기초조사도 더 해서 발포자와 발포명령자를 다 규명하겠다. 어제 말에 대해서는 노여움을 거둬 달라. 그런 취지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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