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무역 통해 저개발국가 주민들의 건강한 삶 도와”

문준철 비타 트레이드 대표. 

[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가치 있는 상품과 의미 있는 소비’라는 모토로, 저개발국가 아티쟌(artisan, 장인·기능 보유자)들의 수공예품을 널리 알리는 곳이 있다. 라틴어로 삶, 생명을 뜻하는 ‘비타’에서 이름을 따온 ‘비타 트레이드’가 그 주인공이다. 비타 트레이드는 공정무역을 통해 제3세계의 다양한 제품을 들여온다. 수익금 일부는 그들이 경제적 자립을 하는데 쓰이며,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돕는다. 단순한 기부의 형태가 아닌 함께 상생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비타 트레이드를 만나봤다.

13일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에 자리한 비타 트레이드를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다양한 색상의 제품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보통의 패션 매장에서는 보기 힘든 알록달록한 패턴의 가방, 신발, 액세서리가 가득하다. 천정에 매달린 해먹도 눈길을 끈다. 이국적인 분위기다.

“여기 있는 제품들은 모두 수작업으로 만든 겁니다.”

비타 트레이드의 대표 문준철씨의 말이다. 비타 트레이드가 문을 열게 된 건 지난 2013년. 문씨의 누나인 문주원씨가 자원봉사를 위해 키르키즈스탄을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됐다. 문씨는 “키르키즈스탄의 아티쟌들이 하루 종일 만든 수공예제품이 아름다운데도 불구하고 값싼 기념품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좋은 제품이 저평가되는 현실을 보고 왜 이렇게 돼야만 할까 고민했다. 그런 고민 끝에 저개발국가의 수공예제품을 한국에 소개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이후 비타 트레이드는 키르기스스탄에 공방을 열고, 현지에서 아티쟌들을 고용해 수공예품을 생산했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현지에 거주하지 않다보니 공방 방문이 어려웠고 언어가 달라 소통이 힘들었다. 결국 키르기스스탄의 공방은 6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호기롭던 첫 도전이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문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시행착오였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그들이 지속가능하게 수공예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신념이 길을 열어준 것일까. 비타 트레이드는 저개발국가 아티쟌들을 고용한 브랜드와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제품을 들여올 수 있게 됐다. 문씨는 “방법을 고민하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 사회적 기업 형태로 많은 공정무역 브랜드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 브랜드에게 직접 연락을 해 제품을 수입하는 게 어떨까 생각했다. 해당 브랜드들은 저개발국가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고, 직원이 현장에 직접 나가 있었기 때문이다. 훨씬 좋은 퀄리티의 제품을 받으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뜻은 그대로 이행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만나게 된 브랜드들은 ▲에스노텍 ▲베이스프로젝트 ▲아이엑스스타일 등 10여 곳이다. 현재 비타 트레이드는 뜻을 함께 하는 이 브랜드들을 통해 다양한 제품을 수입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연계 된 나라는 키르키즈스탄, 과테말라, 세네갈, 베트남, 나미비아, 콜롬비아 등 15개국에 달한다.

<사진=비타 트레이드 공식 홈페이지>

비타 트레이드에서 얻는 수익금 중 일부는 저개발국가 아티쟌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데 사용된다. 브랜드마다 비율은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수익금의 10% 정도다. 이 금액은 아티쟌들의 ‘임금’, ‘환경개선’ ‘교육’ 세 가지 방향으로 쓰인다.

그는 “더 중요한 것은 다음이다. 단순히 금전적인 것을 채워주는 것은 그들의 자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들의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하기 위해서는 환경개선이 필요하다. 저개발국가 아티쟌들은 낙후된 지역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제품을 만들 공간이 없다. 그래서 공방을 따로 마련해주었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은 해당 지역의 특화된 기술을 다루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아티쟌의 기술을 가르쳐줄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말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그들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문씨는 “저개발국가의 아티쟌들을 비롯해 지역민들의 삶이 실질적으로 개선되는 사례를 볼 때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고 미소 지었다.

예를 들어 수공예 신발 브랜드인 과테말라의 ‘아이엑스 스타일’은 수익금의 15%를 기증해 저개발국의 정수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물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지역민들의 환경을 개선해주는 것이다. 또 태국의 몽족이 만드는 클러치백 브랜드는 수익금의 일부로 마을에 와이파이 타워를 세우고, 지역 발전을 위한 공장 설립을 지원하고 있다. 문씨는 “비타 트레이드가 저개발국가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타 트레이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지속가능성’이다. 저개발국가의 지역사회 발전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길 바라기 때문이다. 문씨는 “제품을 판매할 때, 저개발국가의 사람들을 돕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 감성 팔이 식이 되면 지속적인 소비가 어려워진다. 그것은 우리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비타 트레이드에 진열된 제품을 보면 그의 말에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진다. 남미 와유 종족이 고유의 기법으로 만든 ‘모칠라백’은 보헤미안적인 패턴으로 그 자체로도 멋이 묻어난다. 태국의 전통의상을 업사이클링해 만들어진 ‘타이백’은 화려한 디자인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비타 트레이드에 진열 된 수공예제품들.

공정무역 제품인 탓에 가격대가 높은 편이지만 찾는 고객은 꾸준하다. 문씨는 “주요 타겟은 3-40대지만, 비타 트레이드를 찾는 소비자의 범위는 다양하다. 롯데백화점, 무신사, 텐바이텐 등 20여 곳에서 위탁 판매를 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최근 비타 트레이드는 저개발국과의 공정무역을 넘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지난해 11월부터 경상남도 통영에 공방을 열고, 자체 제작을 시작한 것. 통영의 전통 기술 ‘누비’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제품을 선보여 ‘뉴비’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비타 트레이드는 뉴비를 다문화가정과 연결시켰다.

문씨는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다문화가정이 많다. 그들과 함께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 기술도 살리고, 다문화가정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있다. 현재 통영 공방에는 다문화가정 15명이 일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활동들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타 트레이드가 꿈꾸는 미래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문씨는 “기본적으로 건강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은데 그치지 않고 사회에 어떤 가치를 창출을 할 건지 고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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