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내가 직접 관여하지 않고 들은 얘기”

<사진=뉴시스>

[월요신문 김혜선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대학 1학년 시절 약물을 이용한 ‘성폭행 모의’를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사실은 홍 후보가 12년 전 출간한 자전에세이 <나 돌아가고 싶다>에 담겼다.

문제의 내용이 담긴 챕터의 제목은 무려 ‘꿈꾸는 로맨티스트’다. 홍 후보는 ‘돼지 흥분제 이야기’라는 제목의 글에서 “하숙집 룸메이트는 지방 명문 고등학교를 나온 S대 상대 1학년생이었는데 이 친구는 그 지방 명문여고를 나온 같은 대학 가정과에 다니는 여학생을 지독하게 짝사랑하고 있었다”며 사건의 경위를 밝혔다. 그는 “(룸메이트가) 우리 하숙집 동료들에게 흥분제를 구해달라는 것이었다. 우리 하숙집 동료들은 궁리 끝에 흥분제를 구해 주기로 하였다”며 성폭행 모의에 가담한 사실을 적었다.

홍 후보는 “(룸메이트가) 월미도 야유회가 끝나고 그 여학생을 생맥주 집에 데려가 그 여학생 모르게 생맥주에 흥분제를 타고 먹이는데 성공하여 쓰러진 그 여학생을 여관까지 데리고 가기는 했는데 막상 옷을 벗기려고 하니 깨어나서 할퀴고 물어뜯어 실패했다”며 “우리는 흥분제를 구해온 하숙집 동료로부터 그 흥분제는 돼지 수컷에게 해당되는 것이지 암퇘지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말을 나중에 듣게 되었다. 장난삼아 듣지도 않는 흥분제를 구해준 것”이라고 했다. 이 글의 마지막에는 “다시 돌아가면 절대 그런 일에 가담하지 않을 것이다. 장난삼아 한 일이지만 그것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검사가 된 후에 비로소 알았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거세지자 홍 후보는 21일 “들은 얘기일 뿐 관여하지 않았다”며 “하숙하면서 S대 학생들이 하는 이야기를 옆에서 들었다. 그것을 책에 기술하기 위해 간접적으로 관여했던 것처럼 쓰고 마지막에 후회하는 장면을 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홍 후보는 “책이 나왔을 당시 해명을 했기 때문에 언론에서 문제를 삼지 않았다. 요즘 문제 삼는 것을 보니 유력후보가 돼 가는 모양”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홍 후보의 해명에도 누리꾼들은 “돼지 흥분제로 성폭행 하는데 가담하는 사람이 대통령 후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 누리꾼은 “설거지는 하늘이 정해준 여자의 일이라는 말도 어이가 없지만, 그건 사과로 용인될 분위기였다. 그러나 돼지흥분제를 실제로 구해서 여자의 옷을 벗기는 일에 가담한 것은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이건 인권의 문제고 도덕을 넘어선 형사의 문제(@4044notf****)”라고 비판했다. 또다른 누리꾼은 “어디 할 짓이 없어 돼지흥분제를 먹여 성폭행 모의를 하나. 이때부터 사람들 특히 여자들을 개돼지로 인식했다(@anski****)고 비난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거세다. 국민의당은 21일 논평을 내고 “홍 후보가 대학 시절 강간미수의 공동정범이었다는 사실이 다시 조명 받은 것”이라며 “공소시효가 지났을 뿐, 본인이 강간미수의 공동정범이었음을 자백했다. 당장 자유한국당 당원들, 특히 18명의 공동선대위원장 중 유일한 여성인 나경원 의원이 나서서 홍 후보의 자격을 박탈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