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도 당신은 존귀하고 아름답습니다”

[월요신문 권현경 기자] 마리몬드라는 사회적 기업이 있다. 마리몬드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다양한 플라워 패턴을 만든다. 이 패턴이 적용된 디자인 제품을 제작해 위안부 할머니들의 존귀함을 세상에 알린다.

마리몬드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에 영업이익의 50% 이상을 기부하고 있다. 그동안 역사관 건립, 정의기억재단 설립 지원, 해외 일본군 ‘위안부’문제 진실 알리기 캠페인 등 7억9천만 원을 기부했다.

20일 서울시 성동구 서울숲에 자리한 마리몬드라운지를 찾았다. 활짝 열린 라운지 문을 들어서자 알록달록한 꽃무늬로 된 티셔츠, 가방, 휴대폰 케이스, 모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눈을 크게 뜨고 두리번거리는 순간 수줍게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건네 왔다. 바로 마리몬드 윤홍조 대표(32)다. 그는 어떻게 이런 사업을 기획하게 됐을까. 윤 대표와 자세한 얘기를 나눠봤다.

마리몬드는 무슨 뜻인가.

마리몬드는 나비를 뜻하는 라틴어 마리포사(Mariposa)와 고흐의 ‘꽃 피는 아몬드 나무’ 작품에서 아몬드(Almond)를 따 만든 단어다. 고흐가 조카가 태어났을 때 그린 그림으로 아몬드는 생명과 희망을 상징한다. 나비는 할머니들의 존재와 존귀한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의미다. 누군가를 존귀하고 아름답다고 일컬을 때 ‘마리몬드한다’고 이야기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I marymond you 오늘 하루도 당신은 존귀하고 아름답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대학 때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복지와 인권 회복 운동에 힘쓰는 NGO 동아리에 참여했다. 그때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나눔의 집 돕기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위안부 할머니를 처음 만나게 됐다. 나눔의 집에는 역사관이 있다. 그 안에 자그만하게 위안소를 재현해 놓고 있다. 위안소 안으로 들어가는 나무 계단의 삐거덕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할머님들이 가졌을 고통과 공포감을 함께 느끼게 됐다. 그 고통과 공포를 견딘 할머님들은 그냥 평범한 우리 할머니들인데... 왜 위안부 할머니들을 하나로 묶어서 불쌍한 분으로만 인식할까. 개개인을 존중해주고 개개인의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기억될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을 했다.

그 고민의 결과가 마리몬드를 창업하게 된 건가.

그렇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문제에 집중하다가 우연찮게 할머니들이 심리치료 과정을 통해 꽃을 눌러 만든 압화 미술 작품을 보게 됐다. 지금까지 봤던 어떤 꽃보다 아름다웠다. 그 그림을 활용해 소품을 만들어 팔고 거기서 생긴 수익을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사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확히 2012년 10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지원으로 시작했다.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상품으로 만들어 전달하나.

일 년에 상·하반기 두 시즌 새로운 꽃무늬 디자인 제품을 출시한다. 시작하기 한 달 전에 할머니 한 분을 선정해서 휴먼브랜딩 시간을 갖는다. 일종의 위인전 공부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선정된 주인공 할머니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모으고 인터뷰를 통해 살아온 독특한 특징, 고유 가치를 뽑아내는 작업을 한다. 그 작업을 통해 키워드가 도출되면 키워드랑 가장 어울리는 꽃말을 가진 꽃을 찾는다. 꽃을 선정하고 할머니가 살아온 스토리를 만든다. 이를 모티브로 아트디렉터와 디자이너들이 플라워 패턴을 만들고 이 패턴을 다양한 디자인 제품과 소품에 입혀 상품을 완성한다.

시즌 주인공 할머니는 어떻게 선정하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이번 시즌에 어떤 할머니가 소개됐으면 좋을지 문의하고 내부적으로 조율한 후 할머니와 할머니 가족의 동의를 얻고 진행한다.

디자인 상품에 대한 고객들 반응은 어떤가.

카테고리는 6개, 현재 299여 가지 디자인상품이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 케이스가 제일 반응이 좋은 편이다. 주 고객은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이고 일부 30대도 있다.

다양한 연령층 고객을 확보할 계획은 없나.

추후에 검토는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밀레니얼 세대를 주 고객으로 생각하고 집중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어떻게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알릴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다. 현재 10대~20대는 사회문제에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하려는 움직임이 크기 때문에 고객 연령을 넓히는 것보다 그들에게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해주는 것이 브랜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2015년부터 꽃할머니 프로젝트를 열고 있는데 어떤 프로세스로 진행되고 있나.

압화 작품에서 꽃 패턴을 따오다 보니 패턴 만드신 분들의 이야기만 소개가 됐다. 더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소개해보자는 취지로 2015년부터 시작한 꽃할머니 프로젝트는 2015년 여름 길원옥 할머니를 금잔화, 2016년 하반기 이순덕 할머니를 동백꽃, 2017년 올봄 김복동 할머니를 목련꽃으로 선정했다.  4월 19일부터는 안국동 57th 갤러리에서 김복동 할머니의 이야기를 재조명한 '목련꽃할머니'전을 열고 있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고객들이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게 하기 위 전시회를 열게 됐다. 후기들을 보면 매우 인상깊었다는 피드백을 받고 있어 내부적으로 상당히 고무돼 있다.

왜 꽃으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정했나.

마리몬드라는 브랜드 이름을 생각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찾아봤다. 사람의 존귀함이 가장 이상적으로 보여 질 수 있는 게 꽃이라고 생각했다. ‘꽃이 아름다운 이유’라는 시에서 ‘꽃은 다른 꽃의 모양이나 색상을 닮으려 하지 않는다. 고유한 향기를 가지고 있어 다른 꽃의 향기를 닮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아름답다’ 라는 싯귀를 보고 사람 또한 본인만의 고유한 아름다움과 가치를 서로 아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해서 꽃, 플라워 패턴에 집중하게 됐다.

꽃 외 다른 사물로 확장시킬 계획이 있나.

디자이너들의 의견이 중요하겠지만 꽃과 관련된 사물, 정원을 벗어나진 않을 것 같다. 갑자기 자동차로 패턴을 만들거나 그러진 않을 것 같다 (웃음).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동반자(할머니)에 따라 확장될 여지는 있다. 동반자는 함께하는 사람들이란 의미에서 할머니들을 동반자로 부른다. 앞으로 계속 동반자를 넓히고 확장해나가면 변화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지난 3월 지하철 역사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 생신 축하 광고판이 걸렸다.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처음에 마케팅팀에서 우리가 할머니들을 정말 좋아한다면 아이돌 팬들이 해당 연예인 생일에 축하해주는 것처럼 해주자는 제안이 있었다. 생일을 축하한다는 것은 우리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는 마음을 전하는 것이다. 그 의미를 살려 예산이 한정적이긴 하지만 유동인구가 많은 2호선 강남역과 5호선 광화문역 두 군데 한 달 동안 게재했다. 반응이 아주 뜨거웠다. 여력이 되면 또 할 생각이다.

그 외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나.

저희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은 저희 브랜드 메시지에 공감해주시는 감사한 분들이다. 그 분들을 위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그런 분들의 존귀함을 어떻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익명으로 사연을 올릴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고민을 털어놓으면 마리라이터라는 작가가 답장을 써준다. 사용자들끼리 익명으로 사연에 대한 공감 댓글을 남길 수 있다. 현재 마리라이터는 재능기부의 형태로 61명이 참여하고 있다.

영업이익의 50%를 기부하면 남는 게 있나.

단기적으로 이익이 남진 않는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 많은 직원들이 우리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존귀함을 이야기하고 기부금이 필요한 곳에 기부금을 전하면서 먹고 사는 걱정 없이 일을 할 수 있을 때 이 회사는 영속 가능해질 수 있다. 회사가 매출을 높이면 더 많은 기부금을 낼 수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회사의 목적이다.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나.

존귀함을 이야기하는 다양한 제품이나 서비스 브랜드를 보유한 멀티브랜드 그룹을 만들려고 한다. 마리몬드라운지가 다른 나라 멋진 도시에서 고객들이 만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고객들이 이런 매장에서 만나는 좋은 제품이나 콘텐츠 브랜드에 고마움을 표할 수 있을 때 이 브랜드의 시작이 할머니였다는 것을 알리는 게 저희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브랜드의 가치와 역사를 가진 진짜 명품을 만들어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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