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김혜선 기자] 세월호 희생자 백승현군의 유류품이 1103일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심하게 훼손된 가방 속에는 아직 선명한 단원고 학생증과 함께 수학여행 용돈 5만원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23일 세월호 자원봉사자 임영호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단원고 2학년 8반 백승현이 수학여행을 떠난지 1103일만에 여행용 캐리어와 지갑이 세월호에서 돌아왔다”며 빛바랜 5만원과 교통카드, 학생증, 교복 등 유류품을 공개했다.

백군의 어머니인 임현실(51세)씨는 3년간 바닷속에 잠겨 있던 백군의 옷가지 등 유류품을 지난 22일 되찾아왔다. 세월호 참사 1103일만이었다. 백군의 캐리어는 군데군데 하얗게 얼룩지고 빛바랬다. 캐리어 속 교복과 넥타이는 구멍하나 없이 온전했다.

백군의 지갑 속에는 교통카드와 단원고 학생증, 체크카드 등과 함께 수학여행 용돈으로 부모님이 주신 용돈 5만원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챙겨간 20개 들이 일회용 렌즈도 단 하루만 착용하고 나머지는 그대로였다.

임영호씨는 “평소에도 ‘엄마 사랑해요’를 입버릇처럼 외쳐주고 쓰레기 분리수거를 도와주고 엄마의 지친어깨를 주물러주던 효자아들 백승현이었다”며 “외동아들로 자라며 동물조련사의 꿈을 키웠던 승현이는 미처 꿈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별이 되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대선에 묻혀가지만 육상으로 올라온 세월호와 함께 가족을 애타게 기다리는 미수습가족분들과 계속해서 가늠할 수 없는 아픔을 겪고 있는 승현이 부모님과 세월호희생자 가족분들께 따뜻한 관심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선내수색을 시작한지 1주일이 지난 24일 현재까지 발견된 유류품은 총 216점이다. 휴대폰, 차량용 블랙박스 등 디지털 정보기기는 선체조사위원회에 인계돼 디지털 포렌식(정보분석)을 실시한다. 신원 확인이 가능한 가방이나 의류 등은 유가족이 수령하기 원할 경우 현장수습본부 유류품 정리팀이 인계한다. 확인이 불명확하면 해당 목포시에서 관리와 인계절차를 담당하고, 유류품으로 보관 가치가 없거나 당초 선내에 비치돼 있던 비품들은 수거 후 폐기물품으로 분류해 처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