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3일 오후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관에서 열린 '한국의 형사사법개혁:검찰개혁' 토론회 모습. <사진=뉴시스>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검찰이 독점한 수사권을 경찰에게 이양해 검·경 간 상호 견제와 균형을 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본지 취재 결과 주요국들 역시 국가권력의 독점과 남용을 통제하기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를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영미법 계통에 속하는 영국, 미국, 캐나다 등은 경찰 주도의 수사권 체계를 확립하고 있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경찰에게는 수사권을, 검찰에게는 기소권을 부여하는 구조다.

영국의 경우 모든 범죄 수사는 전적으로 경찰이 담당하고 있다. 경찰은 불심검문권, 증거조사권, 각종 영장청구권은 물론 수사 종결권(기소여부 결정 권한)도 행사한다. 경찰이 기소하기로 결정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면, 검찰은 검토 후 사건을 반려하거나 기소절차를 진행한다. 경찰수사에 대한 적법성과 인권보호 등에 대한 감시와 통제는 치안판사와 변호인, 주민대표로 구성된 유치장 감시단, 조사과정 녹음·녹화제 등을 통해 이뤄진다.

미국도 경찰의 수사권, 압수수색권, 피의자 신문권, 검증권, 증거조사권 등의 권한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를 개시·진행·종결해 검찰에 송치하면 검사가 보완수사 후 정식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검찰은 기소를 유지하기 위해 보강수사가 필요한 경우에 한해 직접 수사에 나선다. 주에 따라서는 조직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부정 등 특수한 범죄는 검찰이 예외적으로 직접 수사하기도 한다.

반면 대륙법 계통에 속하는 독일, 프랑스 등은 검찰 우위의 수사권 체계를 특징으로 한다. 검찰이 수사권의 주체가 되어 경찰 수사를 지휘하는 구조다. 하지만 이들 국가에서도 초동수사권 등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을 부분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법적으로 인정된 수사권의 주체는 검찰이다. 독일 형사소송법 제161조는 “경찰업무에 종사하는 기관과 공무원은 검사의 요청과 의뢰를 충족시킬 의무가 있다”며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검찰과 경찰 간 상호 협력 및 견제 관계가 형성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이유는 ‘손발 없는 머리’라고 불리는 독일 검찰의 조직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독일 검찰은 자체 수사 인력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에 경찰을 통하지 않고는 수사를 진행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독일 형사소송법은 경찰을 독자적으로 수사를 개시·진행하는 수사 주체로 인정하고 있다.

프랑스도 기능과 권한의 분리를 통해 견제와 균형을 꾀하고 있다. 프랑스 형사소송법은 직접 수사실행권은 경찰에게, 예심개시 前 예비수사는 검사에게, 중죄수사 및 강제수사권은 수사판사에게 부여하고 있다. 특히 형사소송법 제14조는 경찰에게 대부분의 인적·물적 자원을 보유케 함으로써 모든 수사(예비수사·현행범수사·위임수사)의 직접 실행 권한을 인정하고 있다. 독일과 마찬가지로 프랑스도 검찰이 수사의 주도적 권한을 보유하고 있지만, 자체 인력·장비가 없기 때문에 경찰을 통해 수사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구조다.

일본의 수사권 체계는 영미법계와 대륙법계 제도를 절충한 구조다. 경찰이 1차적 수사권자로서 수사 개시와 진행을 맡고, 검찰은 2차적 수사권자로서 공소 유지를 위해 필요한 보충적 수사권 및 소추권을 행사한다. 특히 수사를 할 때는 검찰과 경찰이 대등한 위치에서 서로 협조할 것을 형사소송법에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이 검사의 지휘에 따르지 않을 경우 검사는 해당 경찰관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어 검찰의 지휘권도 동시에 보장한다.

반면 한국의 수사권 체계는 검찰이 모든 권한을 독점하는 구조다. 검찰은 수사권, 수사지휘권, 수사종결권을 모두 갖는다. 반면 경찰에게는 사형,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의 경우에 한해 허용되는 무영장인신구속권(긴급체포)만 부여된다.

이와 관련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영미법계 국가의 경우 일반적으로 수사권은 경찰에, 기소권은 검찰에 주어져 있다. 검찰이 수사지휘권을 갖는 대륙법계 국가에서도 검찰은 지휘권만 가질 뿐 사실상 직접 수사하지 않는 형식으로 수사와 기소가 분리돼 있다”면서 “검찰이 수사·기소권을 독점하는 현행 체제는 견제와 균형을 핵심으로 하는 민주국가 권력운용의 기본원칙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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