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없애기, 쿨루프 캠페인 우리 모두 함께 해요”

[월요신문 권현경 기자]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최소한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지구를 식히는 쿨루프 (Cool Roof, 이하 쿨루프) 프로젝트, 미세먼지에 맞서 공기청정기 제작. 이것이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며 지속가능한 삶을 꿈꾸는 십년후연구소가 하고 있는 일이다.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최소한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게 있을까. 17일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십년후연구소를 찾아 송성희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십년후연구소 송성희 대표

십년후연구소 회사명이 다소 독특하다. 어떤 뜻인가.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다. 양질 전환의 법칙. 일정한 양의 증가 혹은 감소가 질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개념이다. 물방울이 단 시간 바위를 뚫을 수 없지만 긴 시간 지속적으로 물방울이 떨어지면 바위도 뚫을 수 있다. 질적 변화를 상상할 수 있는 시간, A에서 B가 되는 시간을 십년으로 보고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십년후연구소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가까운 친구 셋이 앞으로 뭘 하며 먹고살지 논의해오던 모임에서 출발했다. 우리는 IMF를 통해 사회적, 제도적 일시 붕괴를 경험했다. 시스템이 개인을 보호하지 않고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 주도적인 삶을 위해 스스로 달라져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경쟁사회에서 개인적 자아만을 강조해 왔던 데서 벗어나 공동의 삶에 대한 대책을 세워 보자는 취지에서 함께 모였다. 한동안 유대관계에 머물러 있다가 2013년 8월 사업자등록을 하고 일을 시작했다. 5명의 친구들과 협동조합 창립총회를 열었지만 아직 조합 설립은 아직 하지 않은 상태다.

왜 협동조합 설립을 하지 않았나. 

프로젝트가 계속 이어져 오면서 여유가 없었다. 굳이 협동조합 설립을 해야할까하는 생각도 있었다. 최근에 민간 비영리단체를 설립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연구소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해왔나.

본격적인 활동은 2012년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디디피)앞 역사공원에서 시민참여형 장터라는 콘셉트로 ‘동대문봄장’을 기획하고 시범 운영했다. 세금으로 지어진 디디피를 어떻게 활용할지 시민들과 함께 고민하다 찾은 대안이었다. 동대문봄장에는 여행자들의 물건이나 여행 정보를 나누는 ‘여행장’, 현물이나 재능으로 거래하는 ‘노머니장’, ‘맛장’ 등 엉뚱하고 재미난 장을 열었다. 시민들이 디디피라는 공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만한 문화상품 콘텐츠를 개발하고 그 결과를 전시하는 것이었다. 동대문 생태계를 공부하다 보니 한글 디자인이 드물었다. 그 점에 착안해 한글과 옷을 결합해 ‘입는한글’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그래픽, 순수회화, 만화 전문작가 100명이 모여 한국어그래픽 티셔츠를 누구나 입고 싶게 멋지게 디자인 했다. 

쿨루프 사업, 옥상을 흰색 페인트로 칠하고 있다. <사진=십년후연구소 제공>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은.

쿨루프 캠페인을 꼽고 싶다. 뉴욕에서 시작된 이 캠페인은 몇 해 전 미국에서 폭염으로 많은 저소득층 노인이 사망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자원봉사자들이 노인들이 사는 집 옥상을 흰색 페인트로 칠해 준 것이 계기가 됐다. 조윤석 십년후연구소 소장은 뉴욕의 화이트루프 캠페인을 보고 우리도 한 번 해보자고 제안했다. 여름철 폭염에 시달리는 에너지 빈곤층을 돕고 도심 건물 온도를 낮춤으로써 냉방기기 사용을 줄여 도시열섬을 완화 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캠페인을 준비하던 중 서울시와 함께 ‘옥상흰빛 캠페인’이라는 이름으로 2014년 8월에 첫 화이트루프 캠페인을 진행했다. 참석한 사람들이 직접 페인트 칠하고, 옥상달빛은 공연하고, 태양광 조리기로 구워낸 즉석 피자로 새참 파티도 열었다. 그때 페인트를 지원한 노루페인트는 지금도 옥상을 하얗게 바꾸는 일을 함께 하고 있다.

‘쿨루프 사업’ 용어가 낯선데 어떤 사업인가.

쿨루프 사업은 지구를 식히는 일이다. 2015년부터 2년 넘게 ‘굿바이, 나의 더위’라는 슬로건으로 옥탑방에 사는 청년에게 무료로 화이트루프 시공을 해주고 있다. 매년 4월22일(지구의 날)부터 6월21일(하지)까지 “지구를 식히는 61일”이라는 타이틀로 쿨루프 신청자를 모집해 시공한다. 서울시내 10평 이내 건물 옥탑, 만 20세~만 45세 옥탑 세입자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수익 사업은 아니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해나가고 있다.

지구를 식히는 일을 개인이 할 수 있나. 동참하는 방법은.

쿨루프 사업은 누구나 다 참여할 수 있다. 결과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실제 5평짜리 옥상을 흰색으로 페인트 칠하고 전·후 온도를 쟀다. 온도가 3도 차이 났다. 그때 “우리가 지구를 이만큼 식혔어!” 라고 소리를 질렀다. 내가 한 작업으로 방이 시원해졌고 지구 온도도 그만큼 내려갔다는 사실에 감동했다. 기후변화, 지구온난화는 개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실제 해보니 가능했다. 십년후연구소가 쿨루프 사업을 하는 이유다. 많은 분들이 이 사업에 동참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쿨루프 사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지구를 식히자고 하면 사람들이 무슨 소린지 잘 모른다. 그러면 실제 예를 들어 설명한다. 옥상을 흰색으로 바꾸면 여름철 열반사율을 높여 전기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실제 흰색 페인트를 칠한 곳과 녹색 페인트를 칠한 곳의 표면 온도가 20도 정도 차이가 나고 실내온도는 3~4도 차이가 난다. 사람들은 그런 설명을 듣고도 옥상을 흰색으로 바꾸는데 머뭇거린다. 그런 사람들을 설득해서 함께 참여시키는 작업이 힘들다.

워크숍에서 공기청정기를 저렴한 비용과 간단한 방법으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만들고 있다. <사진=십년후연구소 제공>

연구소에서 공기청정기 만드는 법을 시민에게 가르쳐 화제가 되고 있는데 어떤 방식인가.

제작 방법은 간단하다. 공기를 정화하는 필터와 공기 배출용 팬은 완제품을 사용한다. 팬과 필터를 이어줄 고정틀만 조립하면 된다. 먼저 고정틀은 자작나무로 만든 판 6개를 목공풀과 이쑤시개로 조립해서 만든다. 고정틀 구멍에 팬을 끼워 넣으면 된다. 고정틀 아랫면에는 원통형 필터 상단부의 홈과 맞물리도록 자작나무 조각을 붙여 홈을 만든다. 고정틀을 필터 상단부에 올려 홈이 맞물리며 단추가 잠기듯 꽉 물리면 완성이다. 수제 공기청정기는 시중에 파는 공기청정기와 달리 팬과 필터가 외부로 노출되고 덮개가 없다. 제작비용도 6만5천원으로 저렴하다. 많은 요청이 이어져 오는 25일 3번째 워크숍이 예정돼 있다.

프로젝트 하나하나가 공익사업 같다. 수익은 괜찮은 편인가.

비영리단체인 줄 아는 사람이 많다(하하). 축적된 돈은 없지만 자본금을 가지고 운영하는 것은 아니어서 다행히 마이너스가 된 적은 없다. 현재 상근, 비상근 10명 정도 함께 일하고 있다. 프로젝트에 따라 참여자가 유동적이다. 사업예산이 지속적으로 확보돼야 활동을 할 수 있는데 규칙적이지 않아 항상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

앞으로 계획은.

9월에 개최될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에 디자인 페어를 맡았다. 주제는 모든 것이 바뀌는 '새로운 정상 New Normal'의 시대에 디자인이 생각하는 십년후로 정했다. 저성장과 기후변화라는 두 개의 변인이 상호작용해 인류공동체 전반에 포괄적 변화를 초래하고 있는 ‘New Normal, 새로운 정상’의 시대적 징후를 반영하고 있는 디자인, 디자인 제품을 ‘마켓’이라는 형식 안에 녹여 새로운 행동방식과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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