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수혜주로 꼽히는 의류업체 ‘신원’의 주가가 대선 하루 전날인 이달 8일 2,015원에서 22일 2,555원으로 26.8% 상승했다. <자료=네이버증권> <그래픽=월요신문>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남북경제협력 관련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지난해 2월 이후 중단된 남북경협이 재개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남북경협이 단기간 내 재가동되기 어려운데다 수혜분야 안에서도 종목별로 명암이 엇갈릴 수 있는 만큼 투자 시 면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개성공단 재가동은 지난 대선기간 문 대통령의 공약 가운데 하나였다. 당시 문 대통령은 “개성공단은 ‘작은 통일’이자 남북경제협력의 성공모델”이라면서 “집권하게 되면 개성공단사업의 재개를 위한 남북대화에 나설 것이다. 금강산 관광도 우리 관광객들에 대한 안전 조치에 대한 확답을 받은 후 신속히 재개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새 정부가 출범하자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남북경협의 조속한 재개를 호소하고 나섰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10일 논평을 내고 “지난 9년간 보수 정권 하에서 남북관계는 엄청난 퇴행을 겪었고 입주기업들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며 “개성공단 재개는 한반도 평화경제의 출발점이다. 새 정부에 조속한 개성공단 재개를 호소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강산관광 개발사업자 현대아산도 목소리를 냈다. 지난 10일 이재희 현대아산 부장은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 9년간 힘든 시기를 거쳐 왔지만 단 한 번도 희망을 버린 적은 없다”면서 “남북 사이에 대화 국면이 빨리 조성될 수 있도록 새 정부가 노력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때까지 현대아산은 만반의 준비를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강산관광은 2008년 7월 남측 관광객 피격사망 사건 이후 9년째 중단상태다.

새 정부의 등장으로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관련 기업의 주가도 상승세를 보였다. 본지 분석 결과, 대표적인 남북경협 수혜주로 꼽히는 의류업체 ‘신원’의 주가는 대선 하루 전날인 지난 8일 2,015원에서 22일 2,555원으로 26.8% 상승했다. 특히 대선 결과가 발표된 10일에는 가격제한폭(29.78%)까지 오른 2615원에 장을 마감했다. ‘신원 우선주’ 역시 8일 54,000원에서 22일 75,300원으로 39.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쿠쿠전자(10.2%), 태광산업(9.4%), 이화전기(3.0%), 인디에프(0.8%) 등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남북경협 수혜주에 대한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우선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태도 변화가 없는 한 개성공단이 단기간 내에 재가동되기는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 10일 브루스 클링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KEI)가 주최한 ‘한국 대선 결과의 시사점’ 주제 세미나에서 “문재인 정부가 미국뿐 아니라 유엔 안보리와의 협력 없이 개성공단을 재가동한다면 북한에 ‘벌크캐시(대량현금)’ 제공을 금지하고 있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도 최근 들어 신중한 입장으로 선회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즉각 재개’를 주장했다. 하지만 대선 기간인 지난달 28일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문 대통령은 “개성공단을 무조건 재개하다는 것이 아니다”면서 “북한이 핵을 동결한 뒤 폐기를 위한 협상 테이블에 나오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수 있다. 대화 국면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재개 자체도 어렵다”고 밝혔다.

북한의 근본적인 태도변화가 남북경협사업 재개의 전제조건이 된 만큼 ‘새 정부 출범 효과’를 보지 못한 남북경협주도 있다. 실제로 대선 전날인 지난 8일 66,400원이었던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22일 6.8% 하락한 61,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금강산관광 개발사업자인 현대아산의 지분 67.5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같은 기간 대표적인 대북 송전주인 광명전기(-3.9%)와 보성파워텍(-1.8%) 등도 주가가 하락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