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글로벌 위기 끝났나?

미국에서 출발한 글로벌 경제위기가 발생한 지 2년이 경과한 현재, 세계경제는 국제공조에 힘입어 마이너스로 추락했던 성장률이 플러스로 반전되는 등 표면적으로는 위기상황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선진국의 GDP 수준이나 세계교역 규모 등은 여전히 위기 이전 수준을 하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안전자산으로의 쏠림 현상이 지속되는 등 세계경제에 대한 불안감은 완전히 소멸되지 않고 있다는 것. 향후 세계경제는 정상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할 수 있는지에 대해 냉철하게 판단하고 남아 있는 과제가 무엇인지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놓은 ‘글로벌 경제위기 2년의 평가: 위기는 끝났는가’ 보고서를 중심으로 향후 경제 동향을 전망해 본다.

세계경제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위기상황을 표면적으로는 극복한 것으로 평가된다는 분석이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3.4%를 기록했던 세계경제 성장률이 하반기기에는 0.9%로 반등. 올해 상반기에는 4% 수준의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는 점에서다. 더욱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금융 리스크 지표도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 위기 이후 큰 폭으로 상승했던 TED 스프레드, 변동성 지수 등도 글로벌 경제위기 이전 수준보다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 최악의 위기국면 탈피
또 세계 각 국이 국제공조 하에 금융 및 재정 정책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실시했고 초저금리를 통한 유동성의 무제한 공급 등 적극적인 금융완화 정책이 금융기관의 연쇄도산을 방지, 자산가격 회복에 기여한 점도 높게 평가된다. 하지만 각 국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규모의 재정지출을 실시했고 G20 국가의 평균 GDP 대비 경기부양용 재정지출 규모는 2% 수준으로 정상 수준으로는 아직 복귀하지 못한 상황이라는 점은 불안 요소로 꼽힌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현 시점에서 세계경제는 정상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채 위기대응에 따른 후유증을 겪고 있는 이른바 ‘위기는 진행 중’이라는 판단도 내놓는다. 또 2011년까지 위기로부터 충격을 크게 받은 미 주택시장, 가계, 기업 및 금융기관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기부양 등 정부 주도의 경기회복세 유지가 어려운 상황에서 민간의 소비 및 투자가 경기 활성화를 주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고려되고 있다. 재정부실 확대와 글로벌 과잉 유동성 등 위기대응의 부작용을 해소하는 데는 향후 3년 이상 장기간이 소요될 것이며 해소과정에서 경기둔화 등의 부작용은 자연스레 예견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2011년에도 위기충격으로부터의 정상화 달성과 위기대응의 부작용 해소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글로벌 경제의 불안은 지속될 것으로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다봤다. 이는 세계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은 낮지만 민간의 자생적 회복력 부족과 후유증 치유 부담 등으로 성장력 침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데 원인이 있다. 특히 선진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특히 고용불안의 지속과 가계의 디레버리징으로 인한 소비여력 축소,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기업의 투자 부진 등이 경기회복을 지연 등이 그 이유다. 더욱 최근 신흥국 경제는 선진국에 비해 빠르게 회복되고 있으나 선진국 경기가 계속 부진할 경우 선진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도 불가피하다는 것. 중국을 중심으로 한 자산버블 가능성도 잠재적 불안요인으로 잔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위기 발생 이후 각 국이 국제공조에 나선 결과 대공황과 같은 파국을 회피할 수 있었지만 최근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정부의 경기부양능력이 감소하면서 국제공조가 약화. 각국이 선택할 수 있는 경기부양 수단이 제한됨에 따라 환율을 통한 수출증대와 각종 수입제한 조치를 통해 경기를 회복시키려는 국가 간 경쟁이 격화되는 것도 위기 극복엔 걸림돌로 평가된다.
세계 각국이 자국 화폐의 가치하락 경쟁을 통해 수출 촉진을 시도하고 있고 미국과 EU는 중국의 위안화에 대한 인위적 저평가 중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이 이에 반발하면서 분쟁이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또 미국과 일본은 양적 완화를 통해 달러와 엔의 가치를 하락시키고 있고 신흥국도 시장개입을 통해 자국통화 가치하락에 동참하면서 소위 ‘은밀한 보호무역주의’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경기 회복에 불안요소로 작용한다.
이러한 문제는 고스란히 국내 졍제에 영향을 끼치기 마련인데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정부의 적절한 대응 등으로 한국경제는 조기에 회복세로 반전하는 데 성공했으나 아직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는 위기발생 이후 세계경제의 성장기반 약화로 인해 한국수출 둔화와 이에 따른 설비투자 부진이 불가피하고 세계경제 성장률이 올해 4.4%에서 내년에는 3.6%로 하락이 예상되면서 한국 수출증가율도 25.4%에서 8.5%로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국제공조 약화, 위험요인 등장
이에 따라 현행 정부를 비롯해 출구전략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으나 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출구전략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금리 정상화도 필요하지만 국내외 경제흐름과 원화가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점진적이고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점도 주요하게 지적된다.
한편 이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 구본관 수석연구원은 “외부로부터의 충격에 민감한 한국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통해 경제전반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고용기반을 공고히 하는 등 내수기반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기석 기자>
[날짜 : 10-10-1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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