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김혜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오토 웜비어 사망, 남북문제, 한미관계 등 현안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20일(현지시각) 문 대통령은 CBS 앵커 노라 오도넬과 취임 첫 인터뷰를 가졌다. 오토 웜비어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지 한시간 만이다.

문 대통령은 오토 웜비어 사망 소식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애도의 뜻을 먼저 밝혔다. 문 대통령은 “오토 웜비어의 가족과 또 미국 국민들이 겪을 슬픔과 충격에 대해서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우리는 웜비어가 코마 상태에 빠지게 된 이유로 부당하고 잔혹한 대우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북한의 잔혹한 처사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아직 많은 한국인과 미국인이 북한에 억류돼 있다. 그들을 속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오토 웜비어 사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냐는 질문에는 “그렇다. 이 일은 그가 북한에 억류되어 있을 때 벌어졌다. 북한이 웜비어를 살해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가 사망에 이르게 된 과정에서 북한에 중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대북정책과 관련, 북핵 완전 폐기 목표를 분명하게 드러내면서도 북한과의 대화의 여지를 남겼다. 웜비어 사망이 남북 대화 재개를 추구하는 새 정부의 기조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이냐는 질문에 문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이 매우 비이성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한 나라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그러한 나라를 상대로 우리는 북핵 완전 폐기라는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답했다. 비합리적인 정권, 지도자와 어떻게 무릎을 맞대고 대화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까지 압박과 제재를 통해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문 대통령은 “그런 대화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우선적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동결시키게 만들고, 둘째로 북핵의 완전 폐기를 성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단계적 접근을 지지하는 목소리들이 미국 내에도 있다”고 답했다.

노라 오도넬은 비핵화 이전 북한과의 대화는 미국 정책과 근본적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하며 다음 주 있을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물었다. 문 대통령은 “내 입장이 미국 정책이나 트럼프 정책과 배치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트럼프는 앞선 정부의 정책 실패에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 점에서 나도 트럼프와 같은 시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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