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 기술로 제작하는 전기자동차의 모습. <출처=https://launchforth.io/localmotors>

제4차 산업혁명의 특징 중 하나는 초연결성과 초지능성이다. 초연결성과 초지능성을 이루기 위하여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로봇과 지능을 가진 사물들이 수백억개나 생산되는데. 3D프린팅도 이들의 생산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3D 프린팅의 기술이 발전하면 물품의 설계도만 보내면 되므로 누구나 물품을 원거리에 손쉽게 보낼 수 있고, 이 기술은 제품이나 음식, 주택, 인체용 장기의 생산 내지 단종된 부품의 수리에도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다.

필자가 3D 프린팅을 처음 접한 것은 10년전 2007년 독일 하노버의 Cebit 전시회였었다. 옆부스에서는 1억원을 호가하는 3D프린터를 전시했는데, 버튼만 누르면 사전에 제시된 설계도에 따라서 플라스틱으로 된 정교한 로보트 태권브이가 탄생했다. 이를 바라본 관람객들은 모두 탄성을 질렀다.

초기의 적층형 3D 프린팅 방식은 누구나 집에 한대쯤 있는 잉크젯프린터와 작동방식이 유사하다. 로봇 태권브이의 경우 발부터 머리까지 한층씩 적층씩으로 플라스틱을 녹여 쌓아나가는 방식이었다. 가정용 잉크젯프린터도 실리콘밸리의 HP가 90년대 초 한국에 보급을 시작했을 때는 판매가격이 50만원을 넘었으나 현재는 몇 만원의 비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수억원대의 3D프린터도 2012년 일부 특허가 풀려서 이제는 몇 십만원에서 몇 백만원의 가격에 구할 수 있다. 이미 하늘을 나는 드론도 부품을 사서 독자적으로 조립하게 될 수 있는 것처럼 3D프린터도 모듈을 사서 집에서 손쉽게 조립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이나 물체를 먼 거리까지 순간 이동시키는 것은 과거 스타트렉 등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등장했다. 현재의 물리학적인 기술로도 광자나 베릴룸 원자하나 정도는 순간적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거대한 물건을 이동하기는 아직 요원하다. 하지만, 3D 스캐너로 물건을 스캔하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 3D프린터로 출력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과거에는 연예인의 미니어쳐도 미술가가 디자인하고 조각해서 제작했지만, 지금은 여러 대의 DSLR카메라로 촬영해 3D로 이미지를 변환하면 자유로운 크기로 제작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카메라가 아닌 MRI나 CT로 임산부의 배를 촬영한다면 태아도 컬러플한 입체적인 모형으로 만들 수 있다. 초기의 3D프린터는 단색의 물품만을 인쇄하였으나, 최근 출시된 칼라3D프린터는 30가지 이상의 화려한 색상을 지원한다.

3D프린터는 처음에는 간단한 플라스틱 장난감이나 시제품을 만들기 적합했으나, 이제는 금속성 물질을 생산하고, 음식물과 주택, 인체의 삽입보형물, 더 나아가서는 인간이나 동물의 장기까지 만들게 된다. 초기의 적층형 3D프린터가 한층씩 녹여서 쌓는 방식이었다면 최근의 DLP방식은 빛에 반응하는 플라스틱 원료를 사용하여 LCD로 원하는 형태의 빛을 쏘아 제품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 수 있다.

3D 프린팅기술은 정밀화된 동시에 대형화되고 있다. 미국의 로칼모터즈는 3D 프린팅으로 전기자동차를 제작하고 있고, 영국의 레니쇼는 3D프린팅기법으로 티타늄을 녹여 자전거의 뼈대와 부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미국의 GE는 이미 항공기 부품을 3D 프린터로 제작하기 시작했다.

초창기의 3D프린터가 플라스틱을 이용하였다면 발전된 3D프린터는 금속, 콘크리트, 모래, 음식에서 유기질까지 그 재료로 활용한다. 금속성 3D프린터는 과거에 은을 녹이고 자르고 두드려 만들던 여성의 귀걸이나 목걸이, 반지, 펜던트들을 3차원으로 디자인하여 3D프린터로 가공 후 약간의 가공만으로 손쉽게 간단히 만들어낸다. 단단한 금속 재질의 물질도 3D프린터로 제작이 가능하지만, 대부분 주물로 제작한다. 주물을 녹여서 부을 주물틀은 모래와 같은 주물사로 만든다. 3D프린터는 이 주물사를 입체적으로 프린팅하여 주물틀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준다. 이와 같이 세라믹 소재를 가공하는 3D프린터는 높은 열에 견뎌야하는 물건도 손쉽게 제작할 수 있게 해준다.

필자는 90년대 구소련 지역에서 아파트를 공장에서 사전에 블록으로 제작하고, 현장에서 조립만하는 건축방식을 보고 흥미롭게 여겼다. 이제 간단한 주택의 골조는 힘들게 벽돌을 쌓고 모르타르를 바르지 않아도 사전에 입력된 설계도에 따라 거대한 프린트로 출력하면 간단히 제작할 수 있다. 이 방법은 공장에서 미리 가공한 목재를 조립하는 방법보다 훨씬 쉽고 간단하다.

3D프린터는 의료분야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보철이나 임플란트, 의료장비의 모델링이 그 예다. 국제적인 구호단체로 활동하는 낫임파스블랩은 수단내전으로 팔이나 다리를 잃은 어린이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의족이나 의수를 제조하여 착용하도록 돕고 있다. 보형물 제작을 뛰어 넘어 생체의학기술은 이미 플라스틱 용기에 인간의 세포를 넣어 생체기능을 모방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노스웨스턴 대학교 연구진은 난포 세포를 3D 프린터로 제작한 인공 난소에 집어넣어 난소 세포룰 증식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지금은 새로 개발된 약품이나 화장품을 생쥐에 넣어 시험하지만 머지않아 3D프린터로 제작한 생체조직을 실험용으로 활용할 것이다. 미네소타대학에서 개발된 독특한 3D 프린터는 손가락의 굴곡진 지문패턴 사이에 터치 센서를 직접 프린트할 수 있는 정도라고 한다. 이러한 기술을 활용한다면 향후 개발된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과 유사한 촉각을 느끼도록 지원할 수 있다.

2015년 개최된 세계경제포럼에서 2025년경에는 3D프린터로 간이 제작되어 이식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 분야의 경이로운 발전은 향후 지속적으로 눈여겨 볼만하다.

한때는 특정 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컴퓨터와 프린터는 이제 모든 가정에 들어왔다. 3D프린터를 처음 접한 우리 아이가 비싼 가격은 생각하지 않고 “아빠, 저것 하나 사줘”라고 졸랐다. 지금은 창업지원센터 등에 3D프린터를 구비하고 일정한 요금을 내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각 가정과 기업에 3D프린터는 하나씩 갖추고, 장난감이나 저녁식사, 시제품을 손쉽게 출력해서 활용할 날이 올 것이다.
 

<필자 약력 소개>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안양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주)명정보기술 산호세법인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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