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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의 나무이야기]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나무, 칠엽수
  •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 승인 2017.07.0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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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캠퍼스의 낭만으로 자리잡은 가시칠엽수. <사진=고규홍>

도시에 나무를 심어 키우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도시의 환경을 아름답게 하거나 환경을 정화하려는 이유다. 봄에 화려한 꽃을 피우는 벚나무와 이팝나무나 가을에 노랗게 단풍 드는 은행나무가 아름다운 나무라면, 플라타너스라고 많이 부르는 양버즘나무는 공기정화의 이유에서 심어 키운다. 양버즘나무의 넓은 잎 표면에 있는 미세한 솜털이 도시의 먼지와 매연을 흡착하면서 도시의 공기를 정화한다.

분명한 쓰임새를 갖고 도시에 심어 키우는 나무 가운데에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나무가 있다. 칠엽수라는 우리 이름보다는 마로니에라는 서양식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는 나무다. ‘세계 3대 가로수’ 가운데 하나인 칠엽수를 ‘마로니에’라고 더 많이 부르는 건,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 언덕의 나무가 세계적으로 알려진 때문이다. 마로니에는 프랑스의 민간에서 칠엽수를 부르는 이름이다.

칠엽수 七葉樹 라는 이름은 하나의 잎자루에 일곱 장의 잎사귀가 돋아난다는 데에서 붙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다섯 장인 경우도 있고 여섯 장이나 여덟 장으로 된 경우도 있다. 식물도감에 5~9장이라고 표시한 것도 그래서다. 여러 형태 가운데 그래도 일곱 장으로 된 경우가 비교적 많기 때문에 칠엽수라는 이름을 얻었다.

싱그러운 초록으로 도시의 풍치를 아름답게 하는 칠엽수의 넓은 잎. <사진=고규홍>

일곱 장의 넓은 잎은 주변 환경을 싱그럽게 하기에 충분할 만큼 큼지막하다. 기다란 잎자루에서 돋아난 일곱 장 중 가운데에서 나온 잎은 20~30센티미터 정도로 크게 자란다. 가운데 잎에서 멀어지면서 조금씩 작아지는 잎들까지 합쳐지면서 싱그러움은 배가한다. 더없이 싱그럽다. 큼지막한 잎사귀는 가을 되어 찬 바람 불어오면 노랗게 단풍까지 들어서 거리의 풍광을 더 아름답게 한다.

키가 큰 나무라는 것도 칠엽수를 가로수로 심어 키우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잘 자라면 30미터까지 자라고, 줄기도 두 아름이 넘을 정도로 늠름한 생김새를 보여주는 게 칠엽수다. 게다가 공해에 잘 견딘다는 특징까지 가로수로 사랑받을 수 있는 조건이다. 그런 까닭에 칠엽수는 이제 전 세계 어디에서나 도시의 가로수나 풍치수로 널리 심어 키우는 나무가 됐다.

듬직한 크기의 칠엽수에 꽃이 필 때는 또 하나의 볼 거리가 생긴다. 칠엽수는 가지 끝에서 밝은 하얀 색의 꽃을 피우는데, 한 송이는 고작해야 1.5센티미터 정도이지만, 이 꽃송이가 하나의 꽃대에 적어도 백 송이, 많게는 삼백 송이까지 모여서 하나의 꽃차례를 이룬다. 가지 끝에 피어난 꽃차례는 약 20센티미터 길이의 고깔 모양인데 우리나라의 여느 큰 나무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모양이다. 칠엽수의 꽃송이에는 꿀이 많이 들어 있어서, 양봉업자들은 밀원식물로 이용한다. 키 큰 나무의 가지 끝에서 피어나는 꽃이어서, 스쳐 지나면 이 특별한 생김새의 꽃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꽃을 보려면 고개를 들고 쳐다보아야 하지만, 한번 보면 잊지 못할 만큼 인상적이다.

봄볕 무르익으면 피어나는 가시칠엽수의 꽃. <사진=고규홍>
새로 돋아난 잎 위로 피워올린 칠엽수 꽃봉오리. <사진=고규홍>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칠엽수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따르면 하나는 칠엽수 Aesculus turbinata Blume 이고, 다른 하나는 가시칠엽수 Aesculus hippocastanum L. 다. 칠엽수는 ‘일본칠엽수’나 ‘왜칠엽수’ 혹은 ‘왜칠엽나무’로, 가시칠엽수는 ‘서양칠엽수’로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20년대 초반에 일본에서 칠엽수를 들여와 심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우리나라에 들어온 칠엽수가 딱 한 그루 있었다. 1912년의 일이다. 그해에는 고종의 회갑 잔치가 있었는데, 당시 네덜란드 공사가 고종에게 보낸 선물이 칠엽수였다. 칠엽수 종류 가운데에는 우리나라에 처음 선보인 나무다. 이 나무는 네덜란드 공사가 자신의 고향인 유럽에서 가져온 서양칠엽수 즉 가시칠엽수다. 정리하자면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칠엽수 종류의 하나인 가시칠엽수가 들어온 것은 1912년이지만, 본격적으로 칠엽수를 곳곳에 심기 시작한 것은 1920년대 초반이라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칠엽수의 원조 격인 일본의 천년 된 칠엽수. <사진=고규홍>
우리나라에 들어온 칠엽수의 원조 격인 일본의 천년 된 칠엽수. <사진=고규홍>

서양에서 온 가시칠엽수와 일본에서 온 칠엽수의 구별은 그리 쉽지 않다. 쭉쭉 뻗어오른 뒤 가지를 사방으로 넓게 펼치는 시원스런 수형樹形은 물론이고, 넓은 잎의 형태 또한 다를 게 없다. 가시칠엽수와 칠엽수의 결정적인 구분점은 열매에 있다. 가시칠엽수 열매의 껍질에는 가시가 촘촘히 돋아나는데, 일본에서 들어온 칠엽수의 열매 껍질에는 가시가 없다.

같은 듯 서로 다른 칠엽수와 가시칠엽수. 종류는 다르지만 분명 도시에 우리가 심어 키우는 이유는 다를 게 없다. 우리의 환경을 더 맑고 아름답게 해 준다는 이유다.

가로수 그늘이 절실한 계절이다. 가로수 그늘에 들어설 때만이라도 잠시 나무와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짚어보기에 좋은 계절이다.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www.solsu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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