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12일 오후 법원보안관리대의 경호를 받으며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필시 무슨 곡절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내 뒤통수를 때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자신의 딸 정유라의 충격적인 증언을 듣고 난 후 최순실씨가 했다는 말이다. 지난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나온 정유라씨는 폭탄을 방불케 하는 증언을 잇달아 털어놓았다. 모두 어머니 최씨에게 불리한 증언이었다. 그로부터 이틀 후 최씨가 전략을 새롭게 짰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딸에 대한 배신감, 분노를 억누르고 경위 파악부터 하는 쪽으로 바꿨다는 얘기다.

최씨 주변의 한 인사는 “12일 재판이 끝난 뒤 최순실씨는 변호사를 통해 딸의 행방을 알아봤다. 그런데 휴대폰은 꺼져 있고 행방이 묘연했다. 의도적으로 변호사를 피하고 있는 건 아닌가. 그런 마음에 불안해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이어 “정유라가 왜 그런 말도 안되는 증언을 했는지, 그렇게 해놓고 왜 피하는지 몹시 궁금해 하고 있다. 듣기로는 전 남편 정윤회씨를 통해 딸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실제로 정유라씨는 증인 출석 후 변호인단과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깜짝 증언을 한 후 보란 듯이 사라졌다. 최순실씨 측 변호사는 물론 정씨 변호사도 재판 이후 정씨를 만나지 못하고 있다.

당초 변호인단은 정씨를 설득한 뒤 법원에 불출석 신고서를 냈다. 정씨는 변호인 앞에서는 ‘알겠다’고 하고선 돌연 법정에 출두했다. 허를 찔린 변호인단은 특검 측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정씨를 회유했다고 공세를 폈다. 그러나 특검은 "회유, 협박이 있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정유라 본인이 직접 확인해 줄 수 있다"고 맞섰다.

어머니 최씨 측과 연락을 끊은 정유라씨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변호인단은 정씨가 덴마크에서 압송된 후 기거해온 미승빌딩 등 갈만한 곳을 찾아갔으나 소재 파악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라씨의 돌출 행동은 일견 ‘단독드리블’로 비쳐지나 실상은 치밀하게 계산된 행동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여러차례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사안의 유불리를 깨달은 정씨가 일종의 ‘플리바게닝식’ 작전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재용 부회장 재판 때 한 증언도 이런 치밀한 계산 하에 나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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