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월요신문 김혜선 기자]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기밀 문건이 또 발견됐다. 14일 민정실에서 문건이 발견된데 이어 3일만에 정무수석실에서 또 문건이 나온 것. 문건의 양도 방대하다. 14일 발견된 민정실 문건은 300여건이지만 정무수석실에서 나온 문건은 1361건에 달한다.

박근혜 정권 당시 청와대는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뒤 문서파쇄기 26대를 구매했다. 이때부터 집중적으로 문서 파괴 행위가 일어난다. 하지만 다 사라진 줄 알았던 문건이 최근 들어 유령처럼 등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측근 청와대 참모 입장에서는 귀신이 곡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가 문서파쇄기를 대량으로 들여온 건 논란이 될 일체의 증거 서류를 없애기 위해서다. 실제로 당시 수석실에서는 문제 소지가 있는 서류는 모두 파쇄하라는 상부의 지시가 떨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문건은 누구에 의해 왜 보존이 된 것일까.

검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이 의문에 대한 답을 명쾌하게 제시했다.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현정 앵커는 “이렇게 많은 문건들이 어떻게 여태 그렇게 남아 있을 수가 있느냐. 박근혜 정부가 흔적 하나도 안 남기고 가려고 엄청나게 공들였다는 거 우리가 다 알고 있고. 또 압수수색 안 받으려고 얼마나 저항했는지 우리 국민이 다 알고 있는데 그 와중에 이렇게 놓고 갔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었다. 이에 백혜련 의원은 “저는 박근혜 정부가 총체적으로 엉망이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본다. 저는 말단, 지금 정무수석실에서 특히 행정요원의 캐비닛에서 나왔다는 점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백 의원은 이어 “국정농단에 직접 개입된 비서관이라든지 행정관 이런 고위직들 같은 경우에는 철저한 증거인멸 행위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말단 행정요원 경우에는 본인들이 직접 관여한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더 철저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분명 있을 수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말단 행정요원이 기밀 문건을 접촉하게 된 경위에 대해 백 의원은 “수석비서관회의에는 행정요원들이 참석할 수 없다. 제가 볼 때는 그런 문건들이 작성이 되고 사본을 복사하는 과정, 서로 돌려보는 과정, 다른 부서에 전달하는 과정들 속에서 행정요원 손에 들어간 것으로 본다”고 풀이했다. 해당 문건이 파쇄되지 않고 보관된 경위에 대해서는 “사본이 몇 부가 복사되고 어느 부서는 어디로 가야 되고 이런 것들이 정확히 체크가 돼야 되는데 그런 부분들이 전혀 관리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말단 행정요원들이 문서를 임의로 보관해도 될 정도로 청와대의 공직 기강이 엉망이었다는 뜻이다.

다른 해석도 있다. 말단 행정요원이 의도적으로 문건을 남겨뒀을 가능성이다. 해당 문건이 발견된 장소는 평소 눈에 잘 띄지 않는 캐비닛과 서랍 등 후미진 공간이다. 이 공간에 문서를 넣어둔 행정요원의 심리 상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한 심리학자는 “청와대 발표를 보면 석연치 않는 구석이 많다. 문건 파쇄 지시가 떨어졌다면그 명령을 일사분란하게 수행했다고 봐야 정상이다. 한두 개도 아니고 수천건씩 되는 문건을 없애지 않았다는 건 뭔가 다른 사정이 있지 않았을까. 물론 말단 직원이 정신이 없어 문건을 처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말단직이라 해도 청와대에 근무할 정도면 신원 조회를 거쳐 선발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천 건이 넘는 문건을 두고 정신없이 나온다?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얘기다. 일반 사람들도 사무실을 이사갈 때 자기 책상에 든 물건은 다 챙겨 나오는 법이다. 그런데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들은 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청와대는 문건이 잇따라 발견되자 해당 장소에 근무한 전 청와대 직원을 상대로 경위 파악에 나섰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만약 의도적으로 문건을 남겼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겐 역적이 되겠지만 새 정부로서는 적폐청산의 숨은 공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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