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국회입법조사처>

 

[월요신문 김혜선 기자] 국회 입법조사처가 한·미 FTA 재협상에 따른 6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1일 입법조사처는 ‘이슈와 논점’ 제1345호에 이와 같은 내용의 ‘한·미 FTA 개정 관련 절차적 쟁점과 시나리오별 적용 검토’ 보고서를 밝혔다. 이 보고서는 8월 예정된 한·미 FTA 개정협의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FTA 재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 6가지 유형으로 상정했다. 또 각 시나리오에 따라 헌법상 국회의 동의 권한과 ‘통상조약법’ 적용 여부를 검토했다.

정민정 입법조사관은 한·미 FTA 재협상 시나리오를 ▲개정협상 미개시 ▲협상결과 합의 도달 ▲협상결과 합의 미도달 등 세 가지 경우의 수로 나눴다.

보고서에 따르면, FTA 재협상이 열리지 않는 경우는 이달 예정된 개정협의 과정에서 ‘무역불균형’을 주장하는 미국 측의 오해를 풀어 재협상의 명분을 없애거나, 한국 측이 아예 재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는 경우다. 또는 FTA 개정보다 ‘기술적 후속약정’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매국 측 요구를 어느 정도 반영하는 방법도 있다.

양국이 합의에 도달해 재개정을 약속할 경우, 한·미 FTA를 전면개정할지 세부사항을 수정할지로 나뉜다. 정 조사관은 FTA 전면개정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제조업 보호주의 성향을 보면 자동차와 철강 분야의 무역수지적자 문제를 협상 의제로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에는 한국 측도 미국의 비관세장벽 제거, 미국 서비스 시장에의 진출, 투자챕터의 개선, 정부 정책의 자율성 확보 등을 협상 의제에 포함시킬 것을 미국 측에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FTA의 세부사항을 수정하는 경우는 ‘의무이행’과 관련해 양국의 시각 차이가 있는 경우다. 정 조사관은 “예를 들어 법률시장 개방,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투명성, 의약품 가격 산정 등은 한국은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이행이 미흡하다’는 입장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경우 FTA의 개방수준이나 권리의무 변경 없이 이행내용을 명확히 규정하는 방식으로 (세부사항을) 수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개정 협상 결과 한·미가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을 경우 장기간 재협상이 지연되거나 최악의 경우 FTA가 정지·종료될 가능성이 있다. 우선 한국은 미국 제조업 무역적자 원인을 한·미 FTA로 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제조업 분야 문제를 협상 의제로 하길 원하는 미국과 입장차를 좁히기 어렵다. 또 2010년~2011년 이뤄진 추가협상과는 달리, 이번 개정협상은 이미 발효된 FTA의 개정협상이기 때문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같은 경제외적 요인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 정 조사관은 “2010년~2011년 추가협상은 연평도 사건 발발 즈음에 이루어졌는데 당시 정부가 2007년에 체결된 한・미 FTA의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정치, 군사, 외교, 안보적인 면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여 서둘러 조급하게 밀어붙인 결과 미국 측이 요구하는 것을 상당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입법조사처는 트럼프 정부가 ‘벼랑 끝 전술’로 개정협상과 관련하여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FTA 종료를 위협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정 조사관은 “한・미 FTA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정책적으로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며 한국 정부와 미 행정부가 어떠한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국내 절차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각 시나리오별 정부의 FTA 재개정을 잡았다고 해도, 미국 측과 FTA 재개정 협의 이후 국회의 반대나 현행법 절차에서 좌절될 수 있다. 특히 ‘통상조약법’은 통상협상을 개시하기 전 ▲전문가 공청회 개최 ▲공청회를 기초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국회 보고 ▲경제적 타당성 검토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입법조사처는 시나리오별로 국회 동의 대상 여부와 통상조약법의 적용 여부를 살폈다.

정 조사관은 ‘후속 이행약정’과 ‘본질적 개정’ 시에만 국회 동의와 통상조약법이 적용된다고 봤다. 먼저 FTA 재개정을 하지 않고 후속 이행약정으로 양국의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경우, 엄밀한 의미에서는 ‘통상조약’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후속 이행약정이라도 국민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회 동의를 받고 통상조양법이 준용되는 경우도 있다. 본질적 개정의 경우 정 조사관은 “개정 합의문서는 개정의정서 형태가 될 것이고, 이는 FTA 신규 체결에 준한다고 보아 국회 비준과 통상조약법이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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