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현 전 MP(미스터피자)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월요신문 임해원 기자] 가맹점 ‘갑질’ 논란 등으로 구속기소된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이 혐의사실을 대부분 부인했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김선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 기일에서 정 전 회장 측은 공정거래법 위반·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배임)·업무방해 혐의 등 검찰 측의 공소사실 대부분을 부인했다. 정 전 회장 측 변호인은 “검찰의 전제가 잘못된 부분이 있고, 피고인으로서는 억울한 면이 있다”며 공소사실 전반에 대해 법리적으로 다툴 것을 예고했다.

정 전 회장 측은 가맹점에 치즈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친동생이 운영하는 업체를 끼워 넣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에 대해 “피고인 입장에서 친동생을 부당으로 지원해 많은 이익을 줄 이유가 하나도 없다. 단지 친동생이 회사 관계를 이용해 마진을 일부 받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 영업 기회를 주고 그 대가를 수령한 것이지 MP그룹 차원의 집단 지원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정 전 회장은 지난 2005년 1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친동생이 운영하는 중간업체를 통해 치즈 가격을 부풀려 ‘치즈 통행세’ 57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본사 횡포에 반발해 탈퇴한 가맹점주들의 영업을 방해한 행위에 대해서도 “일부 업체들이 MP그룹 내에서 성장을 시도했는데, 이를 가만히 지켜볼지, 대립각을 유지하며 견제할지의 문제였다”며 “정당행위 요건에 해당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 전 회장은 프랜차이즈 계약을 해지한 점주들의 가게 인근에 직영점을 내고 저가공세를 펴는 한편, 탈퇴 점주들이 치즈 등의 원료를 공급받지 못하도록 원료 생산 업체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맹점주들이 낸 광고비를 횡령한 혐의에 대해서는 “횡령죄는 타인 소유의 물건을 빼돌리는 경우에 성립한다”며 “광고비는 MP그룹 소유라 검찰의 기소 전제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정 전 회장은 2008년 1월부터 2015년 3월까지 가맹점주들로부터 광고비 5억7천만원을 받아, 이를 가족점 워크숍 진행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차명으로 가맹점을 운영하며 로열티를 면제받은 것에 대해서는 "다른 회사의 가맹점도 마찬가지"라며 규정과 관행에 따라 이뤄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회장은 5개의 직영점을 차명으로 인수해 운영하면서, 본사에 지불해야 할 로열티 7억6천만원을 면제받았다. 또한 이 가맹점에 파견된 본사 직원의 급여 약 14억원도 정 전 회장에게 청구되지 않았다. 정 전 회장측은 급여 문제에 대해 직원들의 업무상 실수로 정 전 회장이 알 수 없는 일이었다고 반박했다.

친인척을 유령직원으로 등록해 허위로 급여를 지급한 사실은 일부 시인했으나 “회사에 기여한 사람에 대한 보상을 급여 형식으로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딸의 가사도우미에게 직원 급여를 준 것이나 아들의 장모에게 생활비·차량을 지원한 사실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정 전 회장은 직계 가족 및 친인척을 MP그룹에 취직시켜 약 29억원의 급여를 지급했으며, 이중 일부는 정 전 회장의 계좌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 전 회장의 딸은 미국법인 사업과 관련된 번역서비스 명목으로 거액의 고문료까지 따로 챙겼다. 정 전 회장 측은 이에 대해 “정 전 회장의 딸은 실질적인 그룹 주주로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 배당받으나 급여로 받으나 무슨 차이가 있나”라고 항변했다.

정 전 회장이 횡령한 금액은 총 91억7천만원으로 추정된다. 또한 MP그룹 및 정 전 회장이 지배하는 비상장사에 64억6천만원의 손해를 떠넘긴 혐의도 받고 있다. 정 전 회장의 변호인은 “갑질 논란'에서 비롯돼 이 사건이 불거지다 보니 피고인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여론을 신경 써 진술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법정에서 이런 부분을 밝혀주길 간곡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9월 12일 한 차례 더 준비 절차를 거친 뒤 본격 재판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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