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2일 오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한미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 임해원 기자] 한·미 FTA 개정 협상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된 공동위원회가 서로의 의견 차이만 확인한 채 끝났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와 미 무역대표부(USTR)는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개최했다. 이는 미 무역대표부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지난 7월 12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는 양국 간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해 30일 내에 개정협상 논의 개시를 위한 공동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서한을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발송한 바 있다.

오전 8시경부터 약 8시간에 걸쳐 비공개회의가 진행됐으나, 양국은 서로의 입장만 확인한 채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특별회기가 끝난 후 기자 브리핑에서 “한·미 FTA 효과, 한·미 FTA 개정 필요성 등에 대해 서로 이견이 존재함을 확인했다”며 “향후 일정을 포함한 어떤 합의에도 도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이어 “우리는 미국의 일방적인 개정 요구에 동의할 수 없으며, 협정의 5년 효과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 논의의 최대 쟁점은 한·미 FTA로 인한 무역 불균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FTA를 “끔찍한 거래”라고 비난한 바 있다. 미국 측 협상대표단은 2012년 협정이 발효된 후 미국의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가 2011년 132억달러에서 2016년 276억달러로 2배 이상 증가했다고 지적하며 협정 개정을 주장했다. 특히 자동차, 철강, 정보기술 분야의 무역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반면, 한국은 미국 상품에 대한 비관세장벽을 유지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또한 FTA 관련 원산지 검증과 이행과정도 문제 삼았다.

반면 우리 측은 한·미FTA가 한·미 무역불균형의 원인이 아니라며 맞섰다. FTA의 경제효과에 대한 명확한 조사 없이 협정 개정을 논의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우리 측 협상대표단은 “미국이 지목하는 무역적자 우려를 우리도 잘 알고 있지만, 이 협정은 교역·투자·고용에서 양국에 모두 상호 호혜적”이라며 “개정 검토 이전에, 먼저 협정이 양국의 무역·경제에 미친 효과를 객관적으로 조사·평가하는 작업을 양국이 같이 벌이자”고 제안했다. 또한 미국 무역적자의 원인은 한·미FTA가 아니라 미국의 낮은 저축률과 한국의 경기침체로 인한 수입 감소라는 점 또한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양측의 입장 차이가 확연한데다, 양측 수석대표가 회의에 참석하지 못해 이렇다 할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방한하지 않고 영상회의로만 참석했으며, 김 본부장도 회의 개시 후 30분간의 영상회의를 마친 다음 국회 출석을 위해 자리를 떠났다. 결국 다음 회의 일정도 정해지지 못한 채 첫 특별회기가 마무리됐지만, 미 무역대표부는 몇 주내로 다시 회의가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우리가 제안한 양국 공동 조사·분석에 대한 미국 쪽의 답변을 이제 기다리겠다”며 “우리의 공동조사 요구를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을 상황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적절한 시기에 미국 쪽으로부터 대답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대답이 오기 전까지 실무 선에서 추가 협의를 벌일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미국 측은 아직 답변 시한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적자 감소를 위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등 광범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번 개정 요구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도 한·미FTA 개정이 무역적자 해소의 정답은 아니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클린턴 정부에서 무역대표부로 일했으며 현재 미국 로펌 ‘메이어 브라운’의 파트너 변호사로 재직 중인 마이클 칸터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에게 있어서 한·미 FTA가 무역 적자 외에 무슨 문제가 되는지 확실하지 않다. 무역적자도 FTA와 별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22일 성명을 발표해 “미국과 한국은 중요한 경제관계를 맺고 있다. 불행하게도 너무 많은 미국 노동자들이 이 협정으로부터 수혜를 받지 못하고 있다. 무역대표부는 한국정부에게 미국 회사를 배제하거나 미국의 지적재산에 인위적인 가격을 부여하는 등의 규제를 해결하도록 오랫동안 압박해왔다. 이번 논의는 이를 포함한 다른 (무역)장벽들도 해결할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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