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조사처 "급여 확대로 의료 이용자 수 증가,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 현상 악화될 것"

[월요신문=김혜선 기자] 국회 입법조사처가 건강보험 보장을 강화하는 ‘문재인 케어’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의료 이용자가 대폭 증가하고 수도권 대형 병원의 쏠림 현상이 악화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30일 입법조사처는 ‘이슈와 논점 제1355호’에 ‘문재인 정부 건강보험 보장 강화 대책의 문제점 및 과제’ 보고서를 내고 ‘문재인 케어’의 문제점 세 가지를 짚었다.

미용·성형 등 일부를 제외하고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내용의 문재인 케어는 역대급 건강보험 보장을 강화하는 제도지만, 그만큼 시행 예산을 조달하는 것에 대해 염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입법조사처가 지적한 문제점 역시 예산 관련한 부분으로, ‘보험료 인상’과 ‘포괄수가제’를 강조했다.

입법조사처는 먼저 “보험 급여 확대로 인한 의료 이용자 수 증가를 정부가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주경 입법조사관은 “비용의식이 낮아진 환자들이 수도권 대형 병원에 몰리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며 “경제장벽으로 억제됐던 잠재적 의료 수요가 가시화되면 정부 추계 비용을 초과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초 정부는 문재인 케어를 추진하면서 건강보험료를 지난 10년 평균 증가율인 3.2% 수준으로 맞추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김 조사관은 “3.2% 수준이 보험재정 지출을 지속가능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보험료 증가’에 대한 포석을 까는 셈이다.

건강보험의 의료기관에 대한 지불보상체계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진료할 때마다 진찰료, 검사료, 처치료, 입원료, 약값 등에 따로 가격을 매긴 뒤 합산하여 진료비를 산정하는 ‘행위별 수가제’가 의료비 증가를 불러일으킨다는 것. 김 조사관은 “행위별수가제 하에서는 공급자가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할 동기가 강하다. 비급여 서비스는 의료기관의 수입 증가와 직결되므로 현행 지불제도 하에서는 새로운 비급여서비스가 계속 창출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행위별 수가제’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제시한 것은 ‘신포괄수가제’다. 포괄수가제는 일종의 ‘의료비 정찰제’로 의료서비스의 종류나 양에 상관없이 환자의 병에 따라 미리 책정된 진료비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김 조사관은 “정부가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신포괄수가제 적용을 확대하지만 비급여 상당부분이 민간에서 이뤄지는 것을 고려하면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민간에서도 포괄수가제를 적용해야 비급여 문제점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2022년까지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끌어올리는 목표가 너무 낮게 책정됐다는 것도 지적됐다. 건강보험 보장 영역이 확대되면 정부가 의료비 상승 원인으로 지목하는 실손보험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6월기준 국민의 약 65%가 실손보험을 가입하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보장률을 더 끌어올릴 필요성이 있다는 것.

입법조사처는 “건강보험 재정 수입을 확충하고 재정절감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보장기능 강화를 위해서는 건강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보험료 부과체계 개선도 병행하여 ‘합리적 부담에 기초한 보장 확대 ’로 정책 수용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