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처벌 연령 하한은 '형법' 개정으로 가능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김혜선 기자] 최근 부산과 강릉에서 일어난 잔혹한 여중생 폭행사건으로 '소년법 폐지'에 대한 여론이 뜨겁다. 가해자로 지목된 4명 중 한명은 '만 14세 미만'인 '촉법소년'으로 으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없기 때문.

지난 3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소년법 폐지 청원글은 사흘만에 청원인 20만명이 넘어서 잇따른 여중생 폭행사건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가늠케 했다. 

청원인은 “청소년의 사고가 이전보다 빨리 발달하기 때문에 소년법은 폐지하거나 재고해야 한다”며 소년법 폐지를 주장했다. 국회에서도 여야 할 것 없이 소년법 개정과 청소년 범죄 처벌 강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분위기다. 

하지만 형사처벌 연령을 낮추는 문제는 ‘소년법’이 아닌 ‘형법’의 개정으로 가능하다. 

형법 제9조는 14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형사처벌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다만 만 10세~13세 청소년은 소년법에서 ‘촉법소년’으로 분류해 형사처벌 대신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내릴 수 있다. 오히려 소년법이 폐지되면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에 대한 보호처분까지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형사미성년자 규정은 1953년에 형법이 만들어진 이후로 한번도 바뀐 적이 없다. 때문에 강력 청소년범죄가 불거질 때마다 수정 여론이 끊임없이 제기됐던 터다. 소년법이 규정하는 ‘촉법소년’ 규정은 지난 2007년에 한번 바뀌어 만 12세에서 만 10세로 낮춰졌다.

형사 미성년자의 연령을 하향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지난 2011년 11월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은 “만 14세 미만 범죄도 집당 성폭행·방화·살인 등으로 흉포화됨에 따라 형사미성년자 규정에 대한 재검토가 요구된다”며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만 14세에서 만 12세로 낮추고 촉법소년 연령도 만 14세에서 만 12세로 낮추는 형법 및 소년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2010년에도 대한변호사협회가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12세로 조정해야한다는 의견을 법무부에 제시했다.

2003년 헌법재판소는 형사 미성년자 연령과 관련, “14세 미만이라는 연령기준은 다른 국가들의 입법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지나치게 높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전효숙 당시 재판관은 “범죄의 저연령화ㆍ흉폭화 등이 문제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통상 중학교 1-2학년까지의 소년에 해당하는 14세 미만이라는 책임연령은 이제는 현실적으로 높다”고 보충의견을 냈다.

그러나 법조계 전문가들은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하향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서보학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소년범의 경우 뚜렷한 가치관이나 삶의 철학이 확립되지 않은 나이인 데다 환경의 영향을 쉽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성인범과 동등하게 처벌하기는 어렵다”며 “소년범 형사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분석한 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태훈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형법 제정 당시의 아동과 지금의 아동은 정신적·신체적 성숙도가 확연히 다를 수 있어 형사처벌 연령을 낮추는 것이 타당할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청소년들에게는) 범죄억제 효력인 형벌의 위하력이 별로 없기 때문에 형사책임 연령을 낮추면 처벌받는 아이들만 많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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