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혹' 한국당 '축제' 국민의당 '눈치?'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자 한국당 의원들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김혜선 기자] 11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됐다. 헌재소장의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로,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은 출석 의원 293명 중 찬성 145명, 반대 145명, 기권 1명, 무효 2명으로 부결됐다. 가결을 위해서는 출석 의원 과반의 찬성표가 필요한데 단 2표 차이로 부결된 것.

이에 지난 1월 박한철 전 헌재소장이 기간만료로 사퇴한 이후 8개월째 지속되던 소장 공석 사태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임 헌법재판소장 인선에 다시 착수하게 됐다.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 일사부재의 원칙에 따라 이번 국회 내에서는 재상정이 불가능하다. 다만 김 후보자의 헌법재판관직과 헌재소장 권한대행직은 그대로 유지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인사 표결이 부결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김기정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 등은 신상 문제로 자진 사퇴하거나 지명이 철회됐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국민의당이 ‘캐스팅 보트’의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120명), 정의당(6명), 새민중정당(2명), 서영교 무소속 의원은 찬성표로 분류됐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야당이 반대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동의안 가결을 위해서는 국민의당 의원 40명 중 18명이 ‘찬성표’를 던져야 했다.

 

헌정사상 초유 헌재소장 동의안 부결…여·야 서로 ‘네 탓’

헌재소장의 임명동의안 부결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에 정치권에서는 ‘책임론’ 화살을 서로에 돌렸다.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것을 두고 여당은 야당에 ‘당리당략적 판단’이라고 비난했고 야당은 ‘직권상정 밀어붙이기로 부결된 것’이라고 맞받았다.

앞서 김 후보자는 지난 6월 초 국회 청문회를 마쳤지만 추가경정예산 처리, 타 후보자 인사문제 등에 떠밀려 계속 임명동의안이 미뤄져왔다.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은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상정하려고 했지만 한국당의 ‘보이콧’으로 또다시 무산됐다. 결국 정세균 국회의장이 “정당들의 (표결 연기) 요청을 언제까지 들어줄 수 없는 일”이라며 직권상정해 겨우 국회에 상정했다. 그러나 청문회 이후 95일만에 상정된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김 후보자의 낙마가 ‘당리당략에 따른 희생’이라는 입장이다. 이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흠결이 없는데 헌정 질서를 정치적이고 정략적으로 악용한 가장 나쁜 선례로 기록될 것”이라며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국회 부결은 무책임의 극치, 국민기대를 저버린 것”이라고 비난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사실은 그분의 실력이나 인품, 자격 모든 것이 흠잡을 데 없이 아주 훌륭하신 분”이라며 “부결사태는 명백히 국정 공백을 메우기 위한 인사에 대해서 당리당략적인 그런 판단을 한 집단의 책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자 박수를 치고 서로 얼싸안는 등 ‘축제’분위기에 빠졌다. 강효상 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집권여당은 정략적 계산 끝에 직권상정으로 밀어붙였다. 헌정사상 초유로 헌재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책임은 여당이 모두 져야 한다”며 “부결은 상식이 이긴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의당은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다는 정치권 안팎의 평가에 '역풍'이 불까 조심스러운 눈치다. 현 정부의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서 자칫 김 후보자의 낙마에 따른 책임을 뒤집어 쓸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국민의당 의원들이 과연 사법부 독립에 적합한 분인지, 균형감을 가진 분인지 그 기준으로 판단한 결과”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냐는 질문에는 “여러 번 말했듯이 지금 20대 국회에서 국민의당이 결정권을 갖고 있는 정당”이라면서도 "(캐스팅보트로서) 존재감을 내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다 기준을 갖고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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