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가 7일 오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사드기지에 도착 설치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김미화 기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무역보복으로 국내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당초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진 유통업계, 자동차업계에 이어 스마트폰, 전기차 배터리 등 IT업계에까지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하락세를 기록했다. 한때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20%의 점유율을 끌어올렸던 삼성전자는 올 2분기 3%의 점유율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절반으로 줄어든 수치다.

LG전자 역시 매출이 나지 않는 오프라인 스마트폰 판매 철수를 결정했다. 온라인으로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사드 배치로 인한 여파가 스마트폰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앞서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국가 안보는 모든 중국 국민과 연관돼 있고 자동차나 스마트폰 구매를 계획하고 있는 소비자들은 한국 브랜드를 제외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중국은 삼성과 현대에 가장 큰 시장이며 이들 기업에 대한 제재로 이들 기업은 조만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전기차 배터리 역시 사드 보복으로 타격이 크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보조금을 지급할 전기차 모델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LG화학, 삼성SDI 등 국내 업체 배터리가 적용된 전기차를 모두 제외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전기차 보조금이 차량 가격의 최대 절반에 해당하기 때문에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현지 판매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대표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의 한숨도 깊어가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전기차배터리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중국 시장이 핵심시장인 만큼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해소 방안을 찾고 있다”며 “언제를 기점으로 사업이 회복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배터리 인증 등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일 것이며, 시장 다각화에 집중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 또한 “중국 베이징에 합작 설립한 ESK테크놀로지 공장이 지난 1월부터 중단 된 상황인데, 재가동 여부는 현재로써 불투명하다”며 “다만 SK이노베이션은 따로 현지 공장을 두고 있지는 않아 다른 기업에 비해 어려움이 크지는 않은 편이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 역시 장기적으로는 안심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당초 반도체 분야는 사드 여파가 미비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상은 다른 모양새다. 반도체의 경우, 수출/생산 비율이 94%로 수출 위주의 산업이며, 반도체 총 수출액 중 중국 비중이 40% 내외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편이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로 해외 의존도 줄이기에 적극 나서면서 국내 반도체 분야가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생겼다. 실제 중국 정부는 지난 2015년에 발간된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MIC 2025)’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25년까지 165조 원 가량을 투입, 자국산 반도체의 비율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사드 배치에 따른 주요 이슈와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기술 경쟁력이 향상된 만큼 한국 기업들은 기술 우위를 유지하고, 중국이 한국과의 협력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게 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산업경쟁력 강화에 대비해 품목별 주력 수출 상품의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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